일본 경제 회복세 지숙 여부가 변수...수출 구조 개선 서둘러야

과연 「1달러=1유로=1백엔」시대가 도래할 것인가.최근들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백엔선에 근접하면서 이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무엇보다 앞으로도 엔화 강세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이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세계경제 안정차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미국은 당면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화 가치하락을 용인해야 될 입장이다. 특히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최근의 고성장을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첨단기술업종이 주도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하락에 따른 인플레 부담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적자 해소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일본과 유럽도 자국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는 소극적이다. 새 천년 들어 「1달러=1백엔」의 디노미네이션을 구상하고 있는 일본은 엔고에 따른 디플레 효과를 감내해 내야 한다. 유럽도 유럽통화동맹(EMU)의 실패우려가 적어진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유로화의 가치하락을 용인하는 분위기다.세계경제 안정차원에서도 그동안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어느 정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미국 편향적인 국제자금 흐름구조가 시정되고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경제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들어서는 국제투기자금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모라토리엄으로 크게 위축된 투기자금들이 연초부터 금과 원유에 대한 투기로 기세를 올리면서 재충전된 상태이다. 특히 최근의 국제외환시장은 밀레미엄 휴가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매우 엷어진 상황이다.◆ 달러·유로·엔화 3극 통화 질서 형성반면 지난해 제53차 IMF·IBRD 연차총회 이후 국제투기 자금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아직까지 효과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투자수단에 있어서도 이제는 국제 상품시장에 대한 투기요인이 줄어듦에 따라 통화투기를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다.과거의 경험으로도 최근처럼 「1달러=1유로=1백엔」의 마지노선이 형성돼 있을 경우 이 선을 붕괴해 본 후에 향후 방향을 모색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현재 미일간의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은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1달러=1유로=1백엔」시대가 도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문제는 어느 정도 지속되느냐는 점에 있어서는 앞으로 일본 경제가 얼마나 받쳐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본 경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18조엔에 달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조치, 2000년 기업실적 호전을 감안하면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새 천년들어 국제외환시장에서「1달러=1유로=1백엔」시대가 도래될 경우 세계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불과 한달도 안남은 새 천년의 세계 경제질서는 대체로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꼽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북미경제권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 경제권이 견제와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21세기 세계경제질서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1달러=1유로=1백엔」시대가 도래될 경우 국제통화질서도 미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혹은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3극 통화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통화질서하에서 환율운용은 3극 통화간의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아시아 금융시장은 앞으로 「1달러=1유로=1백엔」시대가 도래될 경우 주가를 중심으로 통화가치와 채권값이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동조화 추세가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주가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최근처럼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가 첨단기술업종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설사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그만큼 다우지수 하락에 따라 아시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행인 것은 최근에 재현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이 기본적으로 엔화 매입을 위한 달러화, 유로화 매도과정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현재 우리 수출상품은 엔·달러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다. 그만큼 엔화 강세가 우리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금융시장 여건도 그동안 통화량 증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누적된 인플레 부담을 완화하고 금리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원화 가치상승을 용인해야 된다.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엔화 강세를 배경으로「1달러=1유로=1백엔」이 붕괴될 경우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물론 최근 들어 동남아, 중남미 제품과의 경합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섬유와 같은 경공업 제품은 엔화 환율과 무관하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최근에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철강, 반도체, 자동차, 전자, 조선은 일본과의 경합관계가 높으면서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다.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 수준도 1천1백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엔화 강세에 따라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원화 강세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수출보전 차원에서 기업들의 원화가치 하락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 것으로 보이나 물가안정을 통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할 정부로서는 기업들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지난달에 있었던 IMF와의 내년도 경제운용프로그램 협의에서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여지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97년10월 원·엔 직거래 시장 이후 엔화 환율이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긴 했으나 최근까지도 엔화 가치가 1% 절상되면 원화 가치도 0.6% 절상되는 효과가 남아 있다.◆ 종합주가 1000포인트 안착 기대결국 엔화 강세에 따라 수출증대와 외자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주가를 추가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의 예를 보면 수출증대와 원화 절상이 동시에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주가상승폭이 유난히 컸다. 조만간 종합주가 1000 포인트대가 정착되는 국면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최근처럼 국제적으로 투기자금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환차익과 주가시세 차익이 동시에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투기자금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의 엔화 강세국면이 미일간의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이 받쳐주지 않는 기술적 측면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앞으로 원화 가치 상승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그 속도를 지나치게 빨리 가져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아직까지도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조기경보체제(early warning system)를 시급히 가동해 국내에 유입된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고 투기자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종 외환시장 인프라도 갖춰 놓아야 한다.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 누차에 걸쳐 강조해 오지만 여전히 미진한 우리 수출구조를 고부가·고기술 상품위주로 고도화하고 품질, 디자인과 같은 비가격경쟁력도 확보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환율에 민간한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고 대외환경변화에 대해서도 완충능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