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가 내용 수시로 업데이트... 다양한 의견 수집 가능 장점

온라인상에는 스스로 자원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여하는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고도의 협력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의 제품보다 훨씬 값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른바 개방소스(open-source) 프로젝트로 탄생한 운영체제 리눅스는 좋은 예이다. 최근 리눅스 공급업체 레드햇이 대규모 계약을 계기로 주가가 급등, 월가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개방소스 열풍은 온라인 콘텐츠 분야에도 밀어닥치면서 밝은 장래를 기약하고 있다.개방소스형 개발작업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명한 옥스퍼드영어대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 OED)은 1857년이래 다수의 사서편찬 자원봉사자들을 동원, 단어의 용례를 보여주는 인용문을 발굴해 실어왔다. 과학분야의 진보 역시 논문을 신중하게 리뷰해 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논문에 대해 돈으로 보상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가 좋아야 자신의 경력이 올라가는 법이다.◆ 서비스 1년만에 자원봉사자 2만여명 확보이처럼 개방소스 프로젝트가 과거 수십년간 이곳 저곳에서 추진됐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야말로 본격적인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과거 OED 편찬작업에서는 인용문의 수집절차가 참으로 번거로웠다. 우편으로 도착한 인용문을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인덱스카드에 일일이 다시 정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OED 웹사이트에 들어가 인용문을 전자적으로 접수하면 곧바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이런 장점을 지닌 인터넷은 바야흐로 사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 시대를 열고 있다. 98년 넷스케이프는 오픈디렉토리(Open Directory)라는 웹서비스를 개시했다. 오픈디렉토리는 수천명의 자원봉사자가 발굴해낸 재미있는 웹사이트 목록을 제공한다. 봉사자들은 주어진 주제별로 사이트 리스트를 수집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오픈디렉토리의 경이적인 성공은 창안자인 리치 스크렌터와 봅 트루엘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서비스 개시 1년만에 2만명의 편집자를 확보, 19만개의 주제 항목별로 1백20만여개의 웹사이트를 링크하는 성과를 거뒀다. 알타비스타와 라이코스, 핫봇(HotBot) 등도 잇달아 오픈디렉토리 성격의 서비스를 도입, 야후의 기존 디렉토리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밖에 역시 개방소스 사이트인 슬래시닷(Slashdot.org)은 「개방저널리즘(open journalism)」이란 이름하에 독자들이 주도하는 「멍텅구리뉴스」를 제공하는 전문사이트이다.97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슬래시닷은 기술분야 저널리스트에게 꼭 들러야 할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주력 종합지를 포함한 여러 언론들도 슬래시닷 방식의 도입을 잇달아 검토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일간지 샌호제이 머큐리뉴스의 칼럼니스트인 댄 길머가 최근 이저널(eJournal)을 시작했다. 그가 신문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온라인 독자들이 이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그 토론결과는 다시 다음번 신문칼럼에 반영된다. 오픈디렉토리와 슬래시닷은 성격이 다르지만 많은 공통점이 있다. 슬래시닷의 고급 기고자로 인정받거나 또는 오픈디렉토리의 주제항목 지킴이가 되려는 해커들이 많다. 이들은 별것 아닌 이같은 기여를 통해 동료해커들이나 기술분야 편집자의 시선을 끌고 싶어한다.오픈디렉토리와 슬래시닷 프로젝트는 자원봉사자의 자격을 여러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오픈디렉토리의 편집자가 되고 싶은 후보가 신청을 해오면 중요도가 낮은 주제항목 일거리부터 맡긴다. 신참 편집자의 활동은 고참 편집자가 평가 감독한다. 신참이건 고참이건 활동평가가 좋아야 더 비중있는 주제항목을 맡을 수 있다. 활동이 시원찮거나 독자적인 사이트 운영을 꾀하는 자원봉사자는 즉시 축출된다.슬래시닷은 매일 수천통씩 올라오는 코멘트를 선별하는데 매우 복잡한 등급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감독관이 각 코멘트에 대해 -1 부터 +5까지 등급을 매긴다. 독자들은 원하는 등급의 코멘트만 볼 수 있게 사이트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슬래시닷 등록회원의 기여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등급설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끔씩 준다. 물론 임시 감독관의 권한은 남용을 막기 위해 제한된다. 그들에게는 한번에 3일간, 5개의 코멘트 이내에서 감독관 역할을 맡긴다.슬래시닷과 오픈디렉토리는 돈을 벌자는 목적이 아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 서비스를 다운로드받고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두 사이트의 모회사인 넷스케이프와 안도버넷(Andover.net)은 이 서비스 사이트에 온라인광고를 싣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개방소스형 접근방식은 기술분야 이외에도 확대되고 있다.하버드대학 법학교수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이 시작한 「오픈로(Open Law)」가 좋은 예이다. 오픈로는 논문초록이나 법률관계 문서를 올리고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시험적인 사이트이다. 여러 사람들이 초청받아 이 사이트에서 의견을 나누고 논문초록의 손질도 한다. 여기서 제출된 의견은 레식 교수와 핵심적인 참여자 그룹에 의해 평가된다. 오픈로는 첫 활동으로 엘드레드와 리노 미 법무장관 간의 저작권 기간확대 문제에 대해 법률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콘텐츠 수정 누구나 가능 … 서적류에 적합「개방소스 운동」은 여러 단체가 이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개방적 발표 라이선스(open-publication license : OLP)」가 포함돼 있다. OLP는 수정부분을 명시할 경우 누구나 콘텐츠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고, 수정된 원고 역시 같은 라이선스로 다시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방소스 운동단체 웹사이트에는 OLP를 채택한 소단체 리스트가 1백개 가까이 올라 있다. 이중에는 일본의 역사와 족보 프로젝트도 있다.개방소스형 콘텐츠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같은 권한분산적인 개발방식을 모든 종류의 콘텐츠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심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많고, 이들의 기여도를 적절히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콘텐츠 개발을 여러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가이드나 참고서적류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다시 OED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옥스퍼드대학출판부는 현재 1백42년만에 처음으로 OED 전면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온라인으로 공개될 전면개정판 OED는 1천개 이상의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으며 3개월마다 항목을 개정할 예정이다. OED 자원봉사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넓다. 또한 영어권 국민들은 기꺼이 그런 수고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OED는 옥스퍼드영어대사전이기도 하지만 개방형 영어대사전(Open English Dictionary)이기도 한 것이다.<「Open-source content」 12. 04th,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