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밀집한 신촌의 하숙촌. 방학시즌에는 옷가지와 책꾸러미가 든 커다란 가방을 들고 하숙집 문을 나서는 지방출신 대학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학생들은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나온다.고시생들의 메카라는 신림동 고시촌. 이곳도 마찬가지다. 옷과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다.이같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택배문화다. 고향집으로 갈 대학생들이나 고시생들이 필요한 책과 짐을 택배로 미리 집에 부친다.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10년도 안된 택배산업이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사업상 서류나 샘플을 급히 외국거래처에 보내기 위해 국제 특송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집에 앉아서 전화 한통화만 하면 TV홈쇼핑이나 통신판매 제품을 빠르면 하루 안에 받아볼 수 있다. 또 인터넷 사이버쇼핑몰에 들어가서 마우스만 클릭하면 국제 특송업체를 통해 외국서적이나 외국상품을 1, 2일만에 집에 앉아서 받아볼 수 있다. 서비스도 다양하다.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구입한 오징어나 생선은 신선포장으로 집까지 배달되고 골프클럽은 골프장으로 미리 배달된다.◆ 소화물 일관수송시장, 올해 1조원 거뜬택배의 정식명칭은 소화물 일관수송업. 종전에 「터미널에서 터미널(Terminal to Terminal)」로 대형화물을 대량 수송하던 것과 달리 「문앞에서 문앞까지(Door to Door)」 소형화물을 소량 수거하고 포장 수송 배달해주는 것이다.택배서비스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지난 77년. (주)일양해운이 DHL의 국내대리점 형태로 국내 처음 국제간 상업서류 송배달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진 것은 92년 (주)한진이 택배사업에 뛰어들고 오토바이 특송이 늘면서이다. 이후 대한통운과 현대물류가 93년과 94년에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현재 국내의 소화물 일관수송업 시장은 국내 택배업체와 국제 특송업체, 오토바이 특송업체 등 크게 세업계가 분할하고 있다.국내 택배시장만은 대한통운과 (주)한진 현대물류 등 3대 대기업이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한통운이 약 1천3백만박스에 5백80억원, 현대물류 5백40억원(1천1백50만박스), 한진 5백20억원(1천1백32만박스)정도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대한통운과 현대물류가 각각 2천1백만박스에 매출 8백억원, 한진이 1천9백만박스에 매출 7백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 뒤를 동서배송, 경동화물, 대신택배 등 중견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다.택배시장이 급성장하자 제일제당을 비롯,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업체들도 택배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상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배송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DHL의 국내 대리점인 일양익스프레스도 지난 7월부터 국내 택배사업에 뛰어들었다.국제 특송의 경우 세계 최대의 민간종합물류업체인 UPS를 비롯해 DHL, FedEx, 호주의 TNT까지 4대 업체가 모두 국내에 들어와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대한통운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UPS는 최근 합작법인의 국내 택배사업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HL은 월등한 브랜드 인지도를 토대로 국제 특송 가운데 민간 특송부분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대기업(B to B)물량은 UPS와 FedEx가 양분하고 있다.◆ 대한 한진 현대, 50% 이상 시장 점유이른바 「퀵」으로 불리는 오토바이 특송 역시 수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서울 등 대도시의 고질적인 교통체증 속에서 오토바이의 신속성을 당해낼 배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불과 4, 5년전만 해도 2백억원에서 3백억원 정도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2천억원 가까운 규모로 커졌다.교통물류연구원 정용호원장은 『택배를 포함, 우리나라의 소화물 일관수송업 물동량은 92년 5백36만상자에서 97년 1억6천5백11만상자로 연평균 98%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도 97년 6천5백억원에서 올해는 1조원을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국제 특송과 오토바이 특송을 제외한 국내 택배시장 규모만도 올해 4천억원에서 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3천억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택배의 급성장은 무엇보다도 통신판매와 TV홈쇼핑 등 이른바 무점포시장의 급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자체 유통망이 없이 택배업체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통신판매와 TV홈쇼핑 물량은 국내 택배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기업체들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것도 택배 수요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자상거래는 택배 수요 확산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거래기간을 극도로 단축시키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물동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사이버쇼핑에 의한 택배 수요는 아직은 전체 택배시장에서 10∼15%선이다. 그러나 가장 성장이 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