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관련 책 최고 인기...내년엔 재테크ㆍ컴퓨터분야 유망

출판계의 99년은 우울한 한해였다. 경제 각 분야가 전반적으로 「IMF 터널」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으나 출판동네 만큼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불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판매가 신통치 않아 출판업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이는 수치를 통해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판협회 집계에 따르면 1~10월 사이 발행종수에서 지난해보다 0.6% 정도 준 3만3백여종을 기록했다. 또한 도서 1종당 평균 발행부수에서도 3천2백97부로 지난해에 비해 40.8%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책이 잘 팔리지 않자 출판사들이 발행부수를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경제ㆍ경영서 돌풍 / 분야별 ‘매출 점유율 1위’ 기록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경제·경영서의 돌풍은 출판가에 큰 위안을 주었다. 유아·여성, 컴퓨터 분야도 비교적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특히 경제·경영서의 눈부신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출판업계 전체가 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경제·경영서가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선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할 정도다.올해 교보문고에서는 하나의 이변이 일어났다. 경제·경영서가 사상 처음으로 분야별 매출 점유율에서 10.1%로 15개 분야 가운데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경제·경영서는 기존의 인기 분야인 소설(6.4%)과 비소설(5.2%)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유일하게 10%대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서점가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2위와 3위는 컴퓨터(9.3%)와 외국어(8.9%)가 각각 9%대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차지했고, 지난해 1위였던 학습서(8.4%)는 4위로 내려앉았다.◆ 출판사, 경제·경영서 강화출판사들 역시 너도 나도 경제·경영서 분야에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동안 나름의 전문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출판사들이 최근 들어 잇달아 경제 또는 경영서를 내며 실용서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80년대 사회과학 서적의 대표주자였던 거름이 90년대 후반 들어 간혹 경제 관련 서적을 내다가 올해 들어 경제·경영 서적 전문출판사 뺨치게 많은 책을 내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독자들에게 경제를 보는 눈을 높여주자」는 전략 아래 주식, 환율, 금융 관련 책을 잇달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국내의 대표적인 인문과학 출판사였던 청년사와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designtimesp=19317>로 유명한 해냄 역시 올해 들어 경제경영 관련 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해냄의 경우 <아파트로 1억 벌기 designtimesp=19318>, <게릴라 경영학 designtimesp=19319> 등의 재테크서와 경영서를 차례로 발표하며 출판영역을 크게 넓혔다. 이밖에 사회평론, 문예출판사, 현대문학, 살림 등 사회과학서나 문예물을 주로 냈던 출판사들도 경쟁적으로 경제 또는 경영서를 출간하고 있다.◆ 어떤 책이 많이 팔렸나 / 실용서·시대변화 소개책 인기하지만 모든 경제·경영 서적이 다 잘 팔린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도 차별화가 뚜렷이 나타나며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재테크 등을 다룬 실용서가 크게 각광을 받은 반면 묵직한 경제 또는 경영 이론서는 상대적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이 가운데서도 주식 책의 인기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증권시장의 열풍을 반영하듯 주식 관련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서점가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교보문고가 최근 집계한 99년 경제·경영서 연간 베스트셀러를 봐도 주식 관련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려나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교보문고가 지난 11월까지의 판매량을 바탕으로 선정한 「올해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0」을 보면 주식 관련 책이 무려 5권을 차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고작 1~2권이 「베스트20」에 들었으나 올해는 예외적으로 주식 책이 초강세를 보인 셈이다.여기서 잠깐 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증권투자 알고 합시다 designtimesp=19330>(매일경제 증권부)가 올해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이며 3위를 차지했고, 만화로 주식투자의 원리를 소개한 <증권투자 길라잡이 designtimesp=19331>(더난출판사) 역시 1년 내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5위에 기록됐다. 또 <주식 @살 때와 팔 때 designtimesp=19332>(한국경제신문 증권부)는 하반기 최고의 주식 책으로 떠오르며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었고, <나는 1억으로 석달만에 17억을 벌었다 designtimesp=19333>(중앙 M&B)와 <증권투자길잡이 designtimesp=19334>(국일증권연구소)도 주식투자의 원리를 생생한 사례중심으로 소개, 많은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베스트 20」에 진입했다.주식 책 외에 인기를 끈 경제·경영서로는 빠른 시대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책들이다. 1위를 차지한 <빌게이츠-생각의 속도 designtimesp=19337>(청림출판)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MS)를 이끄는 빌 게이츠 회장이 인터넷과 정보기술 혁신에 따른 21세기를 조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 designtimesp=19338>(생각의 나무)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직장인들이 가져야 할 인생과 직업에 대해 얘기한다. 이밖에 <지식의 지배 designtimesp=19339>(생각의 나무)와 <지도력의 원칙 designtimesp=19340>(김영사), <클릭!미래 속으로 designtimesp=19341>(21세기북스) 등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이에 적응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2000년 전망 / 경제서·컴퓨터·외국어 서적 ‘삼두마차’내년에도 경제·경영서의 돌풍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용서와 미래의 비전을 소개하는 책 중심으로 지금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주식시장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강세를 보이고, 21세기에 대한 기대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용서 가운데서 올해는 주춤했지만 부동산 관련 책이 다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하연수 거름 대표는 『거시보다는 미시경제, 그 가운데서도 주식과 금융, 부동산 등 재테크 중심의 실용서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전체 경제를 이해하는 틀과 개별 투자정보를 동시에 소개하는 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경제·경영서와 함께 2000년 출판가를 이끌 트로이카로 꼽히는 컴퓨터와 외국어 서적 역시 예상대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와 국제화의 바람을 타고 이미 올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앞으로도 이런 여세를 몰아 출판가의 핵심을 이룰 대표주자군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여기에다 유아·여성 관련 책 역시 수요가 꾸준한 만큼 나름의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계 교보문고 홍보담당자는 『각 출판사별로 뉴밀레니엄을 선전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경제 관련 실용서와 21세기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반면 소설과 학습서는 당분한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한 부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설의 경우 시장 자체가 많이 죽은데다 대형 베스트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고, 학습서는 인터넷을 통한 과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인문이나 정치과학 서적류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90년대 연도별 베스트셀러 / 20세기, 감동주는 책으로 마무리9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의 특징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짧은 글 모음, 대하 역사소설 등으로 요약된다.김우중 회장의 자전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designtimesp=19362>가 교보문고가 집계한 90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돼 있고, 이명박 전현대건설 회장의 이야기를 풀어쓴 소설 <그대의 야심, 첫 번째 designtimesp=19363> 역시 큰 인기를 모았다. 철학적 우화모음집인 <배꼽 designtimesp=19364>이 91년 전체 1위 자리에 오르며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92년에는 소설 <목민심서 designtimesp=19365>가 최고인기 도서로 떠오르며 대하역사소설 돌풍을 주도했다. <소설 토정비결 designtimesp=19366>과 <소설 동의보감이 designtimesp=19367>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90년대 중반에는 일본 바로보기와 성공학 관련 책이 독자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은 없다 designtimesp=19370>가 94년의 출판가를 천하통일했고, 95년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designtimesp=19371>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또 이때는 실용서가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는데 <컴퓨터 길라잡이 designtimesp=1937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designtimesp=19373> 등이 각광을 받았다.마지막으로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경제불황, 대기업 부도, 대량 감원 등의 사회적인 영향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designtimesp=19376>, <아버지 designtimesp=19377> 등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들이 많이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