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성장산업 인식, 너도 나도 짝짓기 분주...시너지효과 창출 노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과 택배산업.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빌 게이츠회장은 『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산업과 택배산업이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그의 예언은 부분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인터넷상거래가 가져올 폭발적인 잠재력 때문이다.와튼계량경제연구소는 올해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를 3천4백억달러, 2003년에는 1조7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에서도 인터넷무역 등 인터넷거래를 표준화시키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었다. 인터넷상거래가 21세기 경제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택배업, 장치산업이자 네트워크산업그러나 인터넷 상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사이버공간에서 체결된 물품이나 계약내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뒷받침 돼야 한다. 전자상거래 증가가 택배수요 확대를 견인해내기도 하지만 전자상거래 확산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소화물의 일관수송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대한통운 정경호 홍보팀장은 『택배업 자체가 장치산업이고 네트워크산업』이라고 말한다. 전국 각지에 영업소망을 깔아야 하고 거점도시에 대형터미널과 분류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적게는 수백대에서 많게는 천대 이상의 택배전용 차량이 있어야 송배달업무가 제대로 이뤄진다.국내의 대형 택배업체들이 사업을 시작한지 4, 5년이 지난 98년에야 손익분기점을 맞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현대물류의 경우 『기반구축에 필요한 투자비용이 3천억원 가까이 소요됐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5년 걸렸다』고 이 회사관계자는 밝힌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상의 상거래를 보이는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화시키는 산업이 택배산업인 셈이다.이와 관련, 국내 택배업체들도 정보화를 키워드로 한 변신을 서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화물추적시스템. 이것은 주파수공용통신(TRS)이나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으로 택배화물을 운반하는 차량을 추적하는 것이다.이를 통해 택배업체는 의뢰받은 택배화물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거할 수 있는 차량을 파악할 수 있고 현재 배달중인 화물은 어디쯤 와 있으며 배달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추정할 수 있게 된다.현대물류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하이덱스(HYDEX)라는 인터넷화물추적시스템을 도입했다.이것은 택배화물을 운송하는 전차량에 TRS를 장착해 택배상황과 배달시간을 실시간에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택배를 의뢰한 고객은 현대물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문번호와 운송장 번호를 입력하면 화물이 어디에 와 있는지 이동상황을 알아볼 수 있다.대한통운은 신택배정보시스템(sparts)을 통해 택배예약부터 배달완료 상황을 고객이 컴퓨터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한진도 지난 96년부터 30억원을 투자해 택배신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그룹내 항공사를 갖고 있어 고객이 국제택배의 배달 상황도 온라인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예약부터 배달완료까지 확인 가능이제는 웬만한 중형 택배업체들도 이동통신업체들과 손잡고 위성 및 기지국을 이용해 택배화물차량의 위치확인과 추적을 통해 물류흐름을 최적화해나가고 있다.아직까지 국내 택배업체들의 취급물량 가운데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물량의 10%에서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신판매 물량이 업체별로 총 취급 물량의 60%에서 8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택배업체들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늘어날 전자상거래분야의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세적인 마케팅전략을 펴고 있다.대한통운은 최근 데이콤과 데이콤의 전자상거래 포탈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물류서비스를 담당하기로 제휴했다.물류 기반을 갖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등 전자상거래시대에 맞춘 변신도 서둘고 있다.대한통운은 코렉스마트라는 이름으로 대형할인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코렉스 사이버 네트워크라는 인터넷쇼핑몰도 운영, 택배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한진도 전자상거래 사업진출을 준비중이다. 내년중 각 지방특산물을 판매하는 쇼핑몰 등 인터넷쇼핑몰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이버쇼핑몰, 배송지연 공통문제국내의 사이버쇼핑몰은 현재 공통적으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서비스가 제대로 안되는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물류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들 택배업체들이 인터넷쇼핑을 본격화하면 적지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대기업 계열 물류사들의 전자상거래 분야 진입과 쇼핑몰 업체들의 택배 시장 진출이 두드러진 것도 택배시장의 새 패러다임 변화 가운데 하나다.제일제당 물류회사인 CJ GLS와 한솔 그룹의 물류회사 한솔유통에서 출발한 한솔CSN이 물류에서 인터넷으로의 항진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CJ GLS가 최근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전자결제 업체 이니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CSP(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사업에 본격 나섰다. 한솔CSN은 그룹의 개별 물류 조직을 통합 쇼핑몰 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데이콤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택배 사업 진출 및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다.데이콤은 최근 자사의 택배팀을 소사장 중심의 사내벤처로 독립시켜 이 분야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이 회사 인터넷사내벤처택배팀 한태유 소사장은 『내년 3월 수도권 공동물류센터를 설립하고 데이콤 쇼핑몰 외의 택배 물량도 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택배팀은 「e-Trans」 브랜드로 대한통운 및 한서택배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택배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솔CSN, 물류통합 쇼핑몰사업 진출삼성물산은 현재 개별 처리되는 입점 업체들의 택배 물량을 새해부터는 통합 처리할 방침이다.삼성몰의 한 관계자는 『하루 1천5백건에 이르는 택배 물량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다보니 고객 불만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현재 입점 업체마다 별도로 진행해 20여개에 이르는 택배사를 삼성이 지정하는 업체로 통일해 고객의 불만 처리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쇼핑몰 전문업체 인터파크도 택배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 오윤석 물류센터장은 택배 아웃소싱 외에도 직배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이 회사는 지난 7월 서울 신도림에 자체 물류센터를 세운데 이어 내년초엔 경기도 용인 양지에 3천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택배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이 밖에 쇼핑몰업체 이지클럽도 작은 주문품은 직배, 큰 물건은 한진 등을 통해 배달하는 직택배 혼용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인터뷰 / 박대용 CJ GLS대표"50년 물류 노하우, 인터넷으로 완성"『쇼핑몰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만큼 CSP(Com-merce Service Provider,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사업에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제일제당 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CJ GLS 박대용 대표(47)는 그룹의 50년 물류 노하우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달에는 전자결제·대행 업체인 이니시스와 CSP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내년엔 인터넷 쇼핑몰을 집중 공략하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주문자의 손에 주문품을 배달하기 위해 내년 2월엔 종합 물류 포탈사이트인 「CJ Town」도 개설할 겁니다.』박대표는 CSP 사업과 인터넷 쇼핑몰을 위한 특화된 택배상품 제시를 통해 새로운 택배 패러다임을 만들 방침이라고 말한다. 또 주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쇼핑몰 업체의 쇼핑몰 기획, 구축, 운용에 이르기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이를 통해 쇼핑몰 업체가 원하는 택배사업과 집하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박대표는 현재 구축돼 있는 전체 쇼핑몰의 65%가 이니시스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을 주고객으로 시장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황병종 한솔CSN CS클럽사업본부장"택배 만족해야 품질도 만족"『그룹 종이조달 물류를 하면서 향후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쇼핑몰 업체로 널리 알려진 한솔CSN의 황병종 CS클럽사업본부장(45, 상무)은 자사의 쇼핑몰 사업 태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점포 형식의 쇼핑몰이 중견택배 업체의 활로 모색의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황상무는 쇼핑몰 사업을 하면서 택배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인식했다고 한다.『고객의 택배 만족도가 상품만족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무리 물건이 좋더라도 이를 제때 가져다주지 못하면 물건과 쇼핑몰 업체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지죠.』이같은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 회사는 물건 배송후 고객들로부터 「해피콜(만족도 전화 서비스)」을 받아 택배 및 물품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황상무는 현재 수도권에만 구성돼 있는 한솔CSN의 택배망을 내년부터는 전국 16개 지역으로 확대하고, 제3자 택배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한다.황상무는 또 종합 물류 포탈 사이트인 로지스클럽(www.logisclub.com)을 통해 화주와 택배사간 공동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