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최고'...고기능 화합물 강자 도약 야심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서울 송파구 삼전동 유원컴텍의 사무실. 대여섯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고 안쪽에 조그마한 사장실이 있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는 것을 빼고는 여느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충북 음성공장의 종업원을 합쳐봐야 모두 45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사무실 한쪽에 생산제품 샘플이 몇개 있다. 사각형에 울퉁불퉁하게 생긴 모습이 얼핏 계란판 같다. 플라스틱 사출물로 만든 반도체 운반용기(IC SHIPPING TRAY ).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제품처럼 보인다.하지만 결코 간단한 제품이 아니다.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반도체는 트레이에 담겨 로봇에 의해 운반된다. 정확하게 제조되지 않으면 반도체가 제대로 담기지 않거나 나중에 잘 빠지지 않는다. 트레이의 길이는 3백15㎜. 길이의 오차범위는 0.1㎜ 이내여야 한다. 뒤틀림도 없어야 한다. 열에도 강해야 하고 전기적 특성도 알맞게 갖춰야 한다.◆ 매출 매년 30~40% 증가이같은 물리적인 성질을 구비하려면 트레이를 정확하게 사출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원료의 물성이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소자업체들이 물성을 직접 테스트하는 것이라든지 앞으로의 사업계획 수립시 원료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도 원료를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유원컴텍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트레이 화합물(컴파운드)을 국산화한 업체. 이 회사는 일본 내수를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2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업체다. 덴카와 LNP가 각각 20%, RTP 15%, 스미토모가 10% 기타 업체들이 10%를 차지하고 있다.이런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매출이 해마다 30~40%씩 뛰고 있다. 97년 1백3억원에서 98년 1백4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백34억원, 내년에는 4백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 88년 설립된 유원컴텍은 기능성 합성수지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반도체 최종 공정과 포장에 사용되는 반도체 트레이 원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말부터.전북대 경영학과를 나온 최병두(43) 사장은플라스틱 관련업계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동업을 통해 사업을 하던중 96년 유원화성을 인수하고 뒤에 이름을 유원컴텍으로 바꿨다.이 회사가 생산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트레이 원료시장은 미국의 RTP와 LNP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원컴텍이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유원컴텍이 생산하지 않는 소수의 제품만 수입되고 있을 정도다.원래 합성수지는 열에 약하지만 절연성이 뛰어난 물질. 하지만 트레이 원료는 열에 강하고 전도체여야 한다. 희한한 플라스틱인 셈이다. 반도체는 습기에 약해 출하전 섭씨 2백도 정도의 고열에서 구워야 한다. 조그만 전기적 충격을 받아도 제 기능을 낼 수 없다. 따라서 반도체 칩을 올려놓는 트레이는 높은 열에서도 형태가 변하지 않고 정전기를 일으켜서도 안된다.원료 개발은 회사의 중앙연구소가 맡았다. 6명이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반도체소자업체가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이들 업체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다.총 매출액의 85% 정도를 트레이 원료판매로 거둬들인다. 대우창업투자 한국종합금융 아시아벤처금융 등 국내 투자기관들도 유원컴텍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27억원을 투자했다. 작년부터는 웨이퍼 운반상자(카세트)용 특수 화합물도 만들고 있다. 카세트는 웨이퍼가 수차례의 세부공정을 거치는 동안 수시로 넣고 뺄 수 있는 박스. 트레이 원료처럼 강한 내열성과 정전방지 효과 외에도 잘 닳지 않는 특성까지 갖춰야 한다. 단단한 웨이퍼가 공정단계마다 카세트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루가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유원컴텍은 의욕적인 개발목표를 잡고 있다. 리튬이온 2차전지용 원료와 반도체칩 봉지제, 전자파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특수 화합물 등.하이테크 산업인 전자 정보통신기기에 필수부품인 2차전지 원료중 음극 흑연화 카본을 국산화한다는 것.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공장설비만 갖추면 곧 생산할 수 있는 단계다. 내년 상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의 소수 메이커가 세계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것이다.반도체 봉지제는 반도체 회로를 덮어주는 까만색 플라스틱이다. 그동안 열경화성 플라스틱(에폭시)을 프레스로 찍는 방식으로 생산했다. 재활용이 안돼 환경을 오염시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를 재활용이 가능한 열가소성 컴파운드로 바꾸겠다는 것. 성능이 같으면서도 값이 저렴한 것을 내년 중반부터 선보일 예정이다.전자파 차폐용 원료도 개발중이다. 전자 통신장비의 전자파를 차폐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이밖에 초내열성 원료 개발도 추진중이다. 섭씨 2백50도의 고온에도 물리적인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원료다.최사장은 『유원컴텍을 차세대 전략 품목인 고기능 화합물 분야의 강자로 도약시킬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02)431-2633©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