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디자이너들에게 1층 무료 제공..재래시장 이미지 탈피 주력

『우리나라는 패션강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계로 우리의 패션상품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굳앤굳디자이너월드」를 세계적 유통거점으로 만들겠습니다.』지난 17일 서울 남대문시장에 여성전문 패션몰 「굳앤굳디자이너월드」를 개점한 김재본 사장(41세). 「패션밸리」 동대문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은 물론 호주 중국 남미 등지에도 동시 진출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세계 곳곳에 「굳앤굳」브랜드를 심어 「패션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것이 김사장의 포부다.사실 김사장은 「굳앤굳」보다 초대형 패션상가 「메사」를 개발한 인물로 더 유명하다. 대상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8년만에 「메사」 대표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대상그룹이 의욕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메사」는 남대문시장 최대 규모의 첨단 패션상가. 김사장은 「메사」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독립, 새로나백화점을 패션전문상가로 탈바꿈시키는 「굳앤굳」 프로젝트에 뛰어 들었다.『사람들은 전도유망한 「메사」 사장 자리를 왜 그만뒀냐고 묻더군요. 중요한 것은 「껍질」이 아니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가 아닐까요? 대기업의 우산 밑에서 안주할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패션상가를 개발해 오너가 된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노숙하며 남대문 시장 특성 파악김사장이 남대문시장 패션상가 개발에 뛰어든 것은 유별난 「남대문 사랑」 때문이다. 「밤새도록 남대문시장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그는 남대문시장의 역사에서부터 상인들 면면까지 훤히 꿰고 있다. 하루 50만명이 넘는 유동인구, 1만개가 넘는 점포, 1천7백여종의 상품 아이템, 세계적 관광 명소,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자연 발생적 시장…. 남대문시장의 특성 하나 하나가 김사장의 꿈을 키워주고 현실화시키는 요소다. 그가 몇년전 「남대문 현장감각을 체득하겠다」며 주변 지하도에서 며칠간 노숙한 일화는 아직까지도 회자된다.「굳앤굳디자이너월드」는 색다른 경영방식으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로열층인 1층 전관을 자체 선발한 디자이너 1백50명에게 공짜로 내줬다. 맘껏 디자인하고 능력껏 팔아보라는 의도이다. 상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돈을 받고 점포를 임대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단행한 「모험」이다. 대신 2~4층 점포는 프로 장사꾼에게 맡겨 균형을 맞췄다.점포 실평수를 늘리고 통로를 넓힌 것도 특징이다. 동대문 패션상가들이 고객 수에 비해 통로가 좁고 사각지대가 많은 것을 보고 보완했다. 옥상에는 창고 겸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입주 상인의 편의를 돕고 있다.『재래시장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상품 제작 기술과 디자인 능력을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각종 패션 이벤트를 후원하는 것은 「굳앤굳」의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지요. 또 패션유통 컨설팅사, 패턴센터, 생산공장을 묶어 자동 시스템화했습니다.』최근 해외 수출을 도맡을 「굳앤굳무역」을 자회사로 설립한 그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구호로만 부르짖진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