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제휴 등 서비스 극대화, IMF 위대 때도 운송 주문 급증

지난 1995년3월. 서울 무교동에 있는 복합운송업체 팬스타엔터프라이즈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 주인공은 화주인 A사의 직원 K씨. 그는 요코하마로 가야할짐이 시모노세키에 도착했다며 손을 쓸 방법이 없겠느냐고 울먹였다. 부산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출발한 화물은 철골구조물. 공사장에 사용될 물품이었다. 일본의 건설업체들은무재고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자재가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공사에 큰 차질을빚게 된다. 클레임을 제기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가 끊어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K씨는 자신이 다루는 신용장이 많다보니 일부 내용을 혼동, 선적의뢰서를 잘못 작성해이런 일이 생겼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포워드 진출 10년만에 10위 성장팬스타측은 일본의 내륙운송스케줄을 확인했다. 일본 운송업체에 시모노세키에서 요코하마로 운송을 요청했다. 다행히 즉각 운반할수 있었다. 배편으로 요코하마에 도착하는것보다 오히려 더 빨리 도착해 공사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내륙운송비로20여만엔이 들었으나 그동안의 거래를 감안해 추가요금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A사가 팬스타의 단골이 된 것은 물론이다.팬스타는 선박없이 화물운반을 알선해주는포워더. 부산 출신으로 성균관대 무역학과를나온 김현겸(38)사장이 화물운송업체 종사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에 설립한 업체다. 1천개가 넘는 포워더중 불과 10년만에 10위안에 드는 업체로 성장했다. 1999년 매출은2백60억원, 2000년 매출은 3백억원이 훨씬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외환위기 여파로 수출입 물동량이 격감했던1998년도에도 1997년보다 취급량이 30% 늘어났다. 그것은 많은 업체가 도산하는 등 신용불안이 높은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화물이 집중됐기 때문이다.비즈니스 분야는 △컨테이너 화물 운송 △플랜트 수송 △창고 통관업무 △항공화물 운송△트럭 육상운송 △정보 시스템 판매 등이다. 이중 일부는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하고있다. 계열사로는 트럭육상운송업의 팬스타익스프레스, 창고와 터미널을 운영하는 해운대터미널, 포워더 업종에서 특화한 정보시스템 처리 소프트웨어 판매와 네트워크 구축등을 하는 사람과 네트워크 등 3개가 있다.창업초기부터 한일간 풀컨테이너카고 운송실적에서 연평균 20% 가량 증가하는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운송실적 면에서는 한일간에서만 월간 1천TEU 이상에 달해 정상권이다. 주거래처는 LG화학 LG전자 현대종합상사 현대강관 SK케미칼 도멘상사 애경소재 애경유화등 3백여개사에 이른다.자본금 5억원, 종업원 60명의 그리 크지 않은 업체가 이렇게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화주 중심의 경영에서 비롯된다.이 회사는 최근 일본에 포워더업계 최초로현지법인을 설립해 일본업계로부터 주목의대상이 되고 있다. 폐쇄적인 일본 사회에서한국의 포워더가 진출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설립하려고 마음먹는 업체도 거의 없다. 현지 인맥과 복잡한 거래관계를 뚫고 수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도쿄 한복판 긴자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자신의 노하우를 살리면 일본의비싼 복합운송료를 절감할 수 있어 한국 화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 같은 이유로 일본 화주들로부터도 운송물량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일본물류비는 매우 비싸다. 하지만 통관수수료육·해상운송료 취급수수료 등 복잡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운송비를 뜯어보면 얼마든지절감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화주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다만 직접 영업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일본 산큐 출신의 명예퇴직자들과 합작투자하는 형식을 취했다. 산큐는 일본 3대 하역업체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자본금 1천만엔. 합작비율은 한국이 52.5%다. 회사명은 산스타 라인. 산스타는 산큐의산과 팬스타의 스타를 조합해 나온 것. 사장에는 산큐의 오랜 임원이었던 70대의 무라카미 요시유키씨가 취임했다. 거대한 산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세계 운송망 확보 ‘네트워크 서비스’김사장의 이상은 원대하다. 선사에 대한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규모 포워더를 모아그룹체를 만든다든지 배를 운항하는 캐리어를 소속시켜 포워더이면서 소프트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겠다는 것. 아직 지명도가 높지않은 팬스타그룹이지만 팬스타와 산스타 쌍방의 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한일간 서비스에 새로운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또 국내에는 본사를 서울에 두고 부산과 대구 광양에 지점이나 협력회사를 두는 등 화주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화주에 대한 최선의 서비스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이를위해 최적의 경로와 수단을 통해 운반하고안방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요.』그는 넓고 긴 화물도 자체 보유한 특수장비를 동원해 원활히 수송하고 있으며 플랜트수송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냉동발전기가 있는 트레일러 10대를 비롯한 40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화주에대한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세계 26개국에 있는 50여개 협력업체들과의빈틈없는 협조로 거미줄같은 운송정보망을확보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화주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김사장이 21세기 복합운송업계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02)779-4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