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주 돌풍에 패대기 쳐진 재무구조 우량주 '수두룩'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Peter Lynch)는 「10루타종목」을 많이 발굴해 고객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 주었다. 10루타종목이란 10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가져다준 주식을 말한다. 던킨 도너츠, 월 마트, 토이즈 알 어스, 스톱 앤 숍, 쓰바루 등이 그가 투자해 성공한 10루타 종목들이다. 보유하고 있는 여러 주식중 하나가10배 이상 오르게 되면 다른 종목들의 수익률이 부진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투자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90년대, 즉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거래소 시장에서 주가가 열배 이상 오른 기업은 SK텔레콤, 데이콤, 한솔CSN, 삼성화재 등 네 종목에불과하다. SK텔레콤이 1백22배 올랐고 나머지는 11~18배 상승했다.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 1년 동안에만 주가가 열배 이상 오른기업이 신규등록업체를 포함하면 수십 개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공모가에서 1백배 오르는 기업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1년에 두세배만 올라도 흥분하던 기존 투자자들이 이같은 현실앞에 어안이 벙벙한 것은 당연하다.현재 코스닥시장의 주도세력은 사이버(홈트레이딩)로 투자하는 30대초반의 젊은 신흥투자층이다. 이들은 컴퓨터와 PC통신, 인터넷에 익숙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어 있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벤처기업의 젊은 사장들과 정서적으로 동류의식을 느끼고 있다.◆ 코스닥기업 외면, 정보화 변화 적응 못한탓반면 재벌중심의 현경제체제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국내 기관투자가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구하고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으며 자기주장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발표 예정으로 코스닥시장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이들 네티즌의 항의로 집권당 홈페이지의 게시판이 마비되는 일마저 벌어진 것은 적극적인 의사표현의 한 예라고 하겠다.거래소 상장기업에 익숙해 있는 30대 후반 이상의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모두 생소하다. 대부분 역사가 짧은 신생업체이기 때문이다. IMF외환위기 전후에 겪은 주가폭락으로 새가슴이 된 이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회피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코스닥의 벤처종목을 쉽게 사기가 어려운 것이다.몇백대 일의 경쟁률이라 하더라도 손해볼 위험이 적은 공모주 청약을 할 뿐이다.보수적인 성향의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코스닥의 벤처기업이 위험해보이고 사상 유례없는 주가폭등에 현기증마저 느끼고 있다. 그러나젊은 신흥투자층은 『눈앞의 가까운 데를 보고 있기 때문에 멀미가나는 것이다. 저멀리 1백킬로미터 전방을 보라. 멀미는 없다』는 인터넷기업의 대부, 손정의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그들은 기존 투자자들이 코스닥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코스닥 벤처기업의 주가폭등에 뒤늦게라도 동참하려는 투자자들이늘어남으로써 SK텔레콤, 데이콤 등 일부 정보통신주를 제외하고는거래소 상장 종목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과 코스닥 벤처기업의 주가급등, 거래소 상장 종목들의 주가하락 현상은 과연 새해에도 계속될 것인가. 지금이라도 거래소 종목을 팔아서 정보통신이나 인터넷주를 사야 할 것인가. 정보통신이나 코스닥에서 수백에서 수천 %의 수익률을 냈는데 이제 그만 팔아서 주가가 최고치대비 반토막이 난 거래소 상장종목으로 말을 바꾸어 탈 것인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지난 13년간 주식시장을 주의깊게 관찰해온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정보혁명으로 산업과 기업, 주식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지금까지 그런 의견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시장 인기에 편승해 적정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급등한 주식은반드시 다시 급락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주가 급락하면 조정기간 길듯특히 코스닥의 벤처기업은 가치평가가 어려운 인터넷기업을 제외할경우 현재의 주가가 적정가치의 2~3배 수준에 와 있다고 보인다. 물론 이들 기업중에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을 가진 기업은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1월 초순까지는 정보통신, 인터넷, 벤처기업의 주가 상승이 이어질수 있다고 보지만 급등에 따른 급락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의 하락 조정국면은 지난 3개월간의 급등의 폭과 속도만큼크고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조정국면의 기간 또한 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주식형 수익증권의 잔액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정보통신등에 집중투자하는 성장주 펀드의 판매는 호조여서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가 왕성하다.그러나 주가가 꺾이면 성장주 펀드로의 개인자금 유입이 급감해 기관투자가의 성장주 매수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이불티나게 팔려 투신사의 주식매수가 가장 왕성했던 7월 초순이 주가정점이었던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소의 한쪽이 올라간다고해서 모두가 그쪽으로 가서 앉으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갈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지금은 정보통신, 인터넷,코스닥 벤처기업의 투자비중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갈 때라고 본다.반면 성장주의 그늘에 가려 적정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폭락한 주식들은 대단히 사기에 좋은 시점에 와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재무구조가 우량해 수익력이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주나 벤처기업이 아니란 이유로 패대기쳐진 이들 주식은 현재 폭탄바겐세일 가격에 와 있다. 백화점이 바겐세일할 때 물건 사듯이 이런 주식을 분할 매수해서 기다리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