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 증권사 객장에 50대의 아주머니 한분이 찾아왔다. 주식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이 아주머니는 직원들을 붙잡고다짜고짜 코스닥을 사달라고 했다. 직원들이 말의 뜻을 몰라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자 『아니 요즘 잘 나가는 코스닥 말이야』하고는 돈을 건네주었다. 그제서야 낌새를 알아차린 직원들이 코스닥은 사고팔 수있는 종목이 아니라 유망 벤처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제2 주식시장」이라고 설명하자 이 아주머니는 머쓱한 듯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냥 재미삼아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코스닥시장이 폭발장세를 연출하기 시작한지난해에 증권사 객장에서 실제로 있었던장면이다. 짐작컨대 아주머니 입장에서는신문이나 방송에서 코스닥이 연일 오른다고 하자 유망한 종목 가운데 하나쯤으로생각했던 모양이다. 주식을 잘 아는 사람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한때 코스닥시장에서 「묻지마 투자」가유행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3월 이후 코스닥시장이 폭발하면서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아무 종목이나 일단 사고보자」는 식의 투자패턴이 크게 유행, 코스닥 전종목이 무차별적으로 상승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코스닥시장 ‘묻지마 투자’ 유행심지어 코스닥 전체 종목 가운데 70% 이상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날도 여러번 있었다. 지난해 70선에서 시작된 코스닥지수가연말에 2백50선까지 4배 가까이 치솟은 것도 앞 뒤 가리지 않는 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도양근 (주)코스닥증권시장 대리는 『코스닥지수가 크게 오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있지만 무차별적인 투자 역시 지수를 띄우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하지만 한껏 부풀어 올랐던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는 법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최근들어 큰 폭으로 빠지면서 조정을 받는 양상이 뚜렷하다. 특히 그동안 실적이 별로없는 상태에서 주가만 고공비행을 하던 종목들의 상당수가 완연한 하향세를 보이고있어 주가의 차별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기되고있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치투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코스닥시장에도 가치투자 시대가 본격적으로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들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심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면서 코스닥시장에 적잖은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한때 크게 날뛰었던 작전세력들도 많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된다. 예전에는 시장 자체가 허술해 작전을 펼치기가 쉬웠으나 정부의 감시강화로 활동공간이 많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요즘의 폭락 장세 속에서도 반도체,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호전주들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거나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이런 흐름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로 벤처기업 육성투자자들 사이에 가치주는 언젠가는 오를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최근의 폭락장세를 저점매수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노근창 신영증권 코스닥팀장은 『실적이뛰어난 종목은 일시적인 외부 영향 때문에주가가 하락할 수는 있으나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주가를 회복하는반면 그렇지 않은 종목은 계속해서 하락할가능성이 크다』며 『이제는 코스닥시장에서도 거품이 많이 빠진만큼 가치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확고하다. 코스닥시장을 키워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것이다.코스닥시장의 전망이 밝은 가장 큰 이유도바로 여기에 있다. 증시 격언에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부의정책 방향을 따라가야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단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모든 종목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는 시대는 이미 갔다는 얘기다.게다가 정부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코스닥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곰곰이새겨봐야 한다. 시장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