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통제에서 벗어나 부하업무 지원으로 재정립 필요

신뢰경영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일하기에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신뢰경영의 주창자인 로버트 레버링이 만든 레버링신뢰경영지수는 일터에서 관계의 질을 대변하는 것으로 신뢰가 높다는 것은 일터에서 관계의 질이 높음을 의미한다. 일터에서 관계의 질이 높을 때 조직 구성원 개인은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일과 조직에 자부심을 가지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에 일하는 재미도 커진다. 여기서 상사가 부하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지시가 아닌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과 부하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정성이 필수적이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경영자산’부하 존중이란 단순히 말투가 부드럽다거나 인격적 대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하의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과 협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자기 일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하다.<지식창조형 기업 designtimesp=19382>이라는 책을 저술한 노나카 교수는 지식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신뢰라고 지적한다. 즉, 구성원들간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식의 흐름과 공유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협력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지식경영을 위한 전제는 바로 신뢰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포천 100대 기업들은 조직 내부의 신뢰를 보이지 않는 경영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이번에 실시한 국내 20개 기업의 신뢰경영지수 조사결과 포천 100대 기업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신뢰경영지수를 보면 부서차원의 신뢰보다 회사차원의 신뢰가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방침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이것은 조직 구성원들과 1차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2차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돼 있는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물론 국내 기업들은 IMF체제를 겪으면서 재무구조의 개선, 사업구조의 조정, 인원감축 등 외형적인 구조조정 때문에 조직 내부의 질적인 혁신활동을 소홀히 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형적인 혁신은 내부의 질적인 혁신이 뒷받침될 때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국내 기업의 신뢰기반이 빈약한 것은 무엇보다도 일터의 환경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예컨대, 많은 최고 경영자들이 품질혁신, 기술혁신, 서비스 혁신, 고객만족, 원가절감, 도전과 창의성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러한 것이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그렇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은 위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무조건적으로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주도하는 혁신은 그러한 활동을 주도하는 힘이 약해지거나 위로부터의 관심이 적어지면 구성원들의 참여도 낮아지게 된다.임원과 간부의 관리행동에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임원과 간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따라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지적하고 일의 결과를 챙기는데는 익숙하지만 어떻게 하면 부하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리더십은 부족하다. 이것은 아직도 많은 임원과 관리자들이 지시 통제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한 권위주의적 관리문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기업문화에서는 자발적 협력관계보다 일을 지시하는 소수의 사람과 그러한 지시에 맞추는 다수의 구성원들이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결국 일터에서 구성원들의 업무효율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러한 의미에서 국내기업의 신뢰경영지수가 낮다는 말은 일터에서 관계의 질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낮다는 말이기도 하다.따라서 일터에서 관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 경영자가 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사의 경영방침과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임원과 간부의 리더십도 지시와 통제 중심에서 벗어나 부하의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과 협력을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조사취지 / 기업내 신뢰가치관 정립이 주목적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종업원들에게 있어 좋은 기업이란 무엇보다도 해고하지 않는 기업 - 소위 밥그릇이 튼튼한 회사가 좋은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고용 안정이 과연 좋은 회사의 보증이 될까.지식기반 경제시대, E-commerce시대에는 사람과 기업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우리 기업 중에서 일하기에 가장 좋은 기업은 어디일까. 우리 산업사회를 이끌어가는 건전하고 견실한 기업은 어디일까.신뢰경영은 이 질문을 기업내로 던진다. 당신들이 다니고 있는 기업은 좋은 기업입니까. 일하기 좋은 기업입니까. 경영진을 신뢰하고 있습니까. 혹시 회사는 좋은데 경영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까.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KPC가 신뢰경영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8년4월 <한경BUSINESS designtimesp=19411>가 레버링소장에 관한 기사를 다룬 때부터이다. 포천 100대 기업에 관한 자료를 입수한 것도 그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신뢰경영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수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그 첫째가 시기상조론이다. 우리 기업은 살아남는게 최우선, 유일한 문제라고들 했다. 그러나 일하기에 가장 좋은 포천 100대 기업들도 80년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사람이 기업의 핵심이고, 경영진이 종업원을 존중하고 종업원이 경영진을 신뢰하는 것이 기업의 힘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나중으로 미룰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둘째는 신뢰경영은 좋지만 기업성과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포천 100대 기업은 기업규모의 대소에 관계없이 탁월한 업적과 성과를 보여준다. 신뢰경영으로부터 성과에 이르는 길은 함수로 풀기는 어렵지만 귀납적으로는 이미 증명이 되고 있다.셋째, 한국은 미국과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하는 문제제기이다. 신뢰경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KPC와 레버링소장이 느낀 애로사항은 거의 동일하다.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외부로 유출되면 곤란하다」, 「종업원들의 불만만 고양시키지 않을까.」, 「공정한 서베이가 될까」, 「신뢰경영 지수가 낮게 나오면 골치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종업원들의 응답을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중간관리자(특히 인사담당)가 조사를 반대한다」는 것 등은 레버링소장이 겪은 어려움과 너무도 흡사하다. 또 한국기업의 고용관행, 문화적 차이, 사회적 관습과 제도의 차이 등 차이는 많지만 기업이란 단위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브라질에서도 이미 수차례 실시하고 있다.1999년 한국기업의 신뢰경영 조사 과정에서 본 조사의 의의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조사에 응하지 못한 기업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1. 내부조사 자료가 외부에 유출될 것이라는 두려움 내지 타사와 비교해 점수가 낮을 경우 발생할 문제로 골치아플 것이라는 기업2. 조사에 응하려고 했으나 노사간의 대립과 신뢰경영 이슈가 섞이면 곤란하다는 유형3. 중간관리자의 재량(?)으로 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경우4. 『이런 조사는 그룹 기획·비서실에서 추진하는 것외에는 실행할 수 없다』는 그룹5. 또 다른 모그룹은 그룹의 존폐 문제가 조사를 불가능하게 했으며 몇개 그룹은 사법적 문제 등으로 조사에 대한 검토 자체가 어려웠다.1999년 신뢰경영 조사는 산업자원부의 재정적 지원과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의 후원을 받았다. 또한 2000년에도 이러한 지원을 토대로 더욱 충실한 조사와 이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도록 하여 우리 산업사회에 신뢰의 풍토가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레버링 소장이 미국사회에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을 그려낸 것처럼 한국생산성본부도 엘테크연구소 그리고 <한경BUSINESS designtimesp=19434>, 한국경제신문과 하나가 되어 우리 산업 사회를 이끌어갈 「한국의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고 또 우리 기업들이 신뢰의 가치관 정립과 실천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