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의 재벌정책 기조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대세로 돼 있다. 그러나 이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의 발언 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은행주식의 동일인 소유제한 철폐라는 해묵은 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4%로 돼 있는 은행주식에 대한 동일인 소유한도를 완화, 재벌의 은행소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앞서 지난 3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정반대 견해를 피력한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현행 은행법은 일반은행에 대한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정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지배를 방지하기 위한 것. 즉 대기업들이 은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되면 은행을 자기들의 사금고(私金庫)로 전락시켜 은행돈을 마음대로 갖다 쓸 우려가 있고, 그럴 경우 다른 기업의 은행자금 이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방만한 기업확장을 도와줌으로써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은행주식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것이다.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유한도는 지난 1998년1월 개정된 은행법에 따른 것으로 원칙적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4% 이내로 돼 있다. 다만 은행별 또는 소유주체별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지방은행은 15%, 전환은행(단자회사에서 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은 8%다. 외국인의 국내은행 기존 주식 매입은 한도가 없지만 총발행주식의 10%, 25%, 33%를 초과할 때마다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0%까지는 신고만으로 보유가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주식소유에 관한 한 내국인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동일인 은행주식소유제한은 시중은행의 민영화를 계기로 지난 1982년12월부터 도입된 제도다. 그 이전에는 소유제한은 하지않는 대신 의결권 행사를 10%로 제한했었다. 1982년 은행법 개정당시 시중은행에 대한 소유제한은 8%였고, 지방은행은 제한이 없었다. 그같은 기준이 10여년 동안 적용돼 오다 1992년 지방은행에 대한 소유지분이 15%로 설정됐다. 또 1994년12월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배 방지와 책임경영 강화책으로 금융전업기업가제도를 도입하면서 동일인 소유제한을 더욱 강화했다. 즉 금융전업기업가에 대해서는 은행주식을 12%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그 이외의 동일인에 대해서는 4%로 낮췄다.또 1997년1월에는 12%로 돼있던 금융전업기업가에 대한 동일인한도를 완화하여 당시의 은행감독원장이 승인하는 한도까지 허용토록 개정했다. 금융전업그룹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금융전업기업에 대한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1998년1월 이 제도를 폐지하고 은행주식 소유에 관한 규제를 현행과 같이 정비했던 것이다.그동안 재계는 은행의 책임경영을 위해 동일인에 대한 은행주식소유한도 철폐를 꾸준히 건의해 왔고, 학계를 포함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위 「은행 주인 찾아주기」로 표현되는 동일인 지분제한 폐지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왔다.현정부의 재벌정책기조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즉 재벌의 금융기관 지배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대세로 돼 있지만 그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재경부장관의 이번 발언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