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치료를 위해 수년간 온갖 민간처방을 해봤지만 신통치 않다며 필자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그는 특히 대변이 장 속에 오래 있으면 숙변이 돼 많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주위 말에 자주 장 세척을 하는 바람에 전해질 이상까지 있었다.장에 남은 숙변이 해롭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변을 정상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가스가 차거나 배가 부글거린다든지 식욕이 없는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임산부나 오래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에서는 변비가 심하면 변이 돌덩이처럼 굳어져 대장폐색을 일으켜 심한 복통, 구토 또는 급성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배변의 양상은 먹는 섬유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민족마다 차이가 많다. 아프리카 세네갈 사람들은 아침 저녁 적어도 하루 2번이상, 대변 양은 하루 5백g이상 돼야 정상으로 생각한다. 반면 서구인은 1주일에 3번 이상 하루 1백g 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1번 2백~2백50g 정도 되는 것을 정상으로 간주한다.변비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한데 우선 섬유소가 적은 음식물을 먹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올 수 있다. 예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변비는 흔치 않았으나 요즘들어 계란플라이에 커피 한잔, 빵 한쪽을 먹으면서 변비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식물 껍질의 주성분인 섬유소는 창자 내에서 소화가 안되고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이 물을 잔뜩 머금어 장운동을 촉진시키며 대변 양을 많게 하는 것이다.섬유소를 적게 먹는 것 이외에 직업적으로 변을 자주 참아야 되는 사람, 어릴 때 배변 훈련을 심하게 받은 사람, 학교 변소가 더럽다고 학교에서 용변을 보지 않는 학생은 변비에 걸리기 쉽다. 변비는 정신적 긴장에 의해서도 온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운동이 저하돼 창자 내 내용물이 너무 오래 정체되고 물을 과도하게 흡수해 변이 적어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이다.또 제산제, 항경련제, 진통제 등이 변비를 일으킬 수 있고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어도 변비가 잘 온다. 장년층에서 갑자기 생긴 변비는 대장암 등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장년기 여성의 경우 회음부 근육이 약해져 배변시 골반 하부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변이 나오는 것을 막아 변비가 되는 수도 있다.변비가 오면 처음부터 하제를 쓸 필요는 없으며 원인을 찾아 근원을 없애야 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정상적인 배변 습관을 갖도록 하고 섬유소가 많은 채소나 과일을 적당량 섭취하면 대부분 변비는 쉽게 고칠 수 있다. 아침 산보나 조깅, 계단 뛰어오르기, 복근운동 등은 장의 운동을 활발히 해 변비치료에 도움이 된다.생활 및 배변습관의 변화와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도 변비가 좋아지지 않으면 하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제에는 대변 양 자체를 많게 하는 것, 변에 물기를 증가시키는 것, 대변을 부드럽게 하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관장은 변비가 오래돼 변이 돌처럼 굳어졌거나 하제가 효과가 없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변을 잘 보면서 있지도 않은 숙변을 없앤다고 관장을 하거나 하제를 사용하면 배변 반사를 억제해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뿐 아니라 전해질 이상에 심하면 세균층의 생태계가 깨져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뿐이다. (02)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