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업종 합작 ‘세븐드림’ 설립, 8천여편의점서 사이버 주문·결제 서비스 제공
일본은 편의점이 가장 발달해 있는 나라다. 이러한 편의점 업계에서 정상을 의미하는 「걸리버」(거인)로 인정받고 있는업체가 있다. 바로 세븐일레븐재팬이다.주식시가 총액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9조7천억엔. 일본의 상장기업 가운데 NTT도코모 NTT도요타자동차에 이어 4번째다.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소니(5위)와 「떠오르는 별」로 통하는 한국계 손정의 사장의소프트뱅크(6위)에 앞서있다.주식시가 규모가 이처럼 엄청난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회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실적때문이다. 79년 상장이래 20년간 경상이익을 계속 늘려왔다. 점포당 하루 평균판매액은 70만엔선. 업계 2위 회사에 비해무려 20만엔 정도나 많다. 환켈의 영양식품 등 독자적인 상품도 수두룩하다. 성장상품을 중심으로 한 시장지배력이 탁월하다. 점포수도 8천개를 넘고 있다. 2000년2월 결산기의 매출대비 경상이익률은 43%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자산가치가 무려 7.5배나 뛰었다.이같은 걸리버기업 세븐일레븐재팬이 새해들어서면서 공격경영에 나섰다. 유통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전자상거래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세븐일레븐은 소니 NEC 노무라종합연구소 미쓰이물산 JTB(일본교통공사) 소니마케팅 기노트롭(시스템개발회사)등 7개 다른 업종 회사와 합작으로 「세븐드림도트컴」이라는 전자상거래회사를 2월에 설립한다.세븐드림의 자본금은 50억엔. 이 가운데세븐일레븐이 51%를 출자, 경영권을 맡는다.세븐드림은 가정의 PC나 세븐일레븐의 정보단말기로부터 상품과 서비스의 주문을받은 다음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이를 결제, 처리한다. 일본에서 유통 가전 전기종합상사 여행 연구소 시스템개발분야 등의 간판기업들이 합작으로 전자상거래회사를 설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정보네트워크 구축세븐드림은 우선 상품판매 서비스 등을 위한 홈페이지를 6월에 개설한다. 10월부터항공권 흥행티켓판매 음악통신배급 등에필요한 멀티미디어단말기를 전국 8천여개세븐일레븐점포에 설치한다. 세븐드림은여행 음악통신배급 디지털사진 상품판매서적 차관련서비스 각종 정보 등 8가지 콘텐츠(정보내용)를 1차로 서비스한다. 2차로 참가기업을 추가로 모집, 상품구색을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이 회사는 전용단말기와 시스템개발 등을위해 총 4백억엔 상당을 투입할 예정이다.2001년도에 1천5백억엔, 2003년도에는 전체 전자상거래시장의 10%에 해당하는 3천억엔의 매출(취급액)을 올린다는 목표다. 『버추얼(가상)과 리얼(현실)을융합, 일본형 전자상거래의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목표다.전자상거래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편의점망과 은행업무 등 새로운 성장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모회사인 종합슈퍼업체 이토요카도그룹의 은행분야 진출의 핵심역할을 맡는다. 세븐일레븐의 점포망이 은행업무의 본거지로 활용된다.이토요카도는 「결제기능만을 특화한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점포안에 현금자동예금인출기(ATM)를 설치, 고객에게돈을 저금하고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제공할 예정이다. 인터넷통신판매의 대금결제도 서비스할 움직임이다. 융자 등 본격적인 금융업무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그러나 이토요카도그룹의 움직임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는 어렵다. 그 첫번째 이유는 거대한 점포망이다. 세븐일레븐의 8천개, 이토요카도의 1백77개, 데니즈의 5백개 점포 등 9천3백개 점포에서 연중무휴로24시간 금융서비스를 할 경우 그 파장은폭발적일 수 있다. 두번째는 뛰어난 정보시스템이다. 세븐일레븐은 3천개 아이템의단품관리, 고도의 발주시스템, 하루 3편의배송시스템 등 세계최대의 정보네트워크를구축하고 있다. 세번째는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다. 기존은행은 불량채권문제 등으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그러나 세븐일레븐은 다르다. 「일상생활의 편리성 편의성을 추구하는 요구에 맞는비즈니스」를 창업이념으로 하고 있다.유통업계의 상식을 깨트리는데도 앞장서왔다. 74년5월 프랜차이저로 도쿄시내에 1호점을 냈다. 82년10월에는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87년3월에는 공동배송 3편제를 들여왔다. 이어 10월에는 도쿄전력의 요금수납업무를 맡았다.상식을 깨트리는 서비스로 요구의 변화에대응해 온 것이다.이로인해 일부에서는 새로 선보일 은행이결제전문은행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할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여신 자금회수 등을 외주하는 형태로 소규모융자 등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익증대효과도 엄청날 것』이라는 게 워벅 디론리드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마쓰오카의 분석이다.세븐일레븐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이미선수를 치고 나왔다. 인터넷을 통해 1백40만점의 서적을 판매하는 「e-쇼핑북스」가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는 야후 화면상에서 원하는 책을 고른다. 필요한 서적관련 데이터는 출판판매업체인 도한에서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점포에서 책을 주고받고 대금을 결제하게 된다. 전자상거래의경우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요청한 서적을 근처의 세븐일레븐점포에서 받은 다음대금을 지불하면 된다.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전자상거래 자회사가 서비스를 개시하는 올 하반기부터는 취급상품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6백억엔을 투자한 제5차 종합정보시스템도 가동시킬 예정이다.◆ 인터넷수요 간파세븐일레븐재팬은 지난 1973년에 설립됐다.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68)현회장이 모회사인 이토요카도 임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설립했다. 그 이듬해인 74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편의점을 선보였다.스즈키회장은 78년에 사장에 올랐다. 92년에는 모회사인 이토요카도의 사장과 세븐일레븐의 회장에 취임했다. 스즈키회장은계열사 등 관련회사를 설립하지 않는 경영을 해왔다. 8천개 점포 가운데 직영점은 1백개에 불과하다. 물류센터, 도시락공장,컴퓨터시스템까지도 다른 회사에 맡겼다.다른 회사에 1%도 출자하지 않았다. 이같은 스타일을 뒤바꾼 게 바로 e쇼핑북스의설립이다. 스즈키회장은 e쇼핑북스에 30%를 출자, 자회사화했다. 물론 처음 있는일이었다.스즈키회장이 이처럼 전략을 수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서비스관련 매출의 증가를우선 꼽을 수 있다. 87년에 시작한 도쿄전력 등의 공공요금대행 수납업무가 해마다40% 가까이 증가했다. 99년3월 결산때는이미 6천억엔에 이르렀다. 사업의 중심이물건에서부터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데착안한 것이다.인터넷비즈니스의 확산도 또다른 요인의하나로 꼽을 수 있다. 『준비만 돼 있으면언제나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게 스즈키회장의 지론. 그는 인터넷수요를간파,서적과 자동차판매에 뛰어들었다.버블기에 반대했었던 금융비즈니스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세븐일레븐재팬은 설립 24년만에 전국에 8천개 점포를 갖춘 매출(연결기준) 3천3백억엔 규모의 간판 편의점으로 성장했다.결국 본거지 미국에서 보다도 더 뛰어난실적을 올리고 있다. 일본식 경영의 우수성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당연한 것을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스즈키회장은 인터넷시대에서도 기본을 중시하는 경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븐일레븐이 인터넷비즈니스로 유통분야의 신화를 계속 창출해갈지 주목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