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했는데 어련하려구.』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이내 그분을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맘이 들면서 더욱 열심히 꼼꼼하게 일하는자세가 생겼다. 직원을 못믿고 통제하고 잔소리하여 사람의 기를 꺾는 것과 신바람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박전무는 회사내에서 깐깐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또한 호불호가 너무 확실해 일단 그의 눈에 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두고두고 애를 먹는다. 그런만큼 사내에서 그에 대한 평가도 크게엇갈린다. 그의 눈에 든 사람들은 그의 논리성과 꼼꼼함을 꼽으며그를 칭찬하지만 그에게 찍혀 고생하던 사람들은 그 사람 얘기만 꺼내면 진저리를 친다. 그가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자 크게 기뻐하며 파티를 열고 그에게 구박받던 무용담(?)을 신나게 얘기한다.『결재를 받으러 들어가도 그는 앉으라는 말조차 한마디 하질 않아요. 저는 두 시간 동안 그냥 서서 야단을 맞은 적이 있어요.』 『하도 따져대니까 머릿 속이 하얘져서 답변을 못하겠더라구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몰아세우니까 내가 추진한 일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는 사람의 기를 꺾어버리는데는 타고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김상무는 사내에서 디테일하고 의사결정이 느리기로 유명하여 사원들은 그를 김대리라고 부른다. 부장, 이사를 통과한 결재서류도 토씨 하나까지 또 보면서 수식의 틀린 점을 발견하는 날카로움(?)을보여 부하직원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혹시 해외출장 결재건을 올리면 그 꼼꼼함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가는 비행기 시간,오는 비행기 시간, 출장 여행지의 일정까지 시간별로 체크하면서 하루라도 줄여야 직성이 풀린다. 왜 굳이 8일을 가느냐 6일이면 될텐데, 일요일 출발해도 되는데 왜 근무하는 월요일에 떠나느냐, 주말을 이용해 들어오면 되는데 왜 외국에서 주말을 낭비하느냐…. 그런것까지 일일이 따져대니 출장의 목적과 가서 할 일은 저만치 미루어두고 일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짜느냐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24시간 가동되는 공장의 책임을 맡은 적이 있다. 낮에는 공장장부터모든 관리자들이 다 있고 야간시간에는 최소한의 현장 감독자들만이근무를 한다. 모든 관리자들이 다 있는 주간에 생산성이 좋을 것 같지만 반대로 야간의 생산성이 더 높다. 현장 감독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얘기한다. 『야간 근무시간에는 물어볼 사람도, 도움받을 사람도 전혀 없습니다. 반면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지요. 그만큼 일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니 소신껏 결정하고 신속하게움직이게 됩니다. 야간 근무는 머리도 맑게 하고 일하는 맛을 더 해주지요.』우리나라 사람들의 총명함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우리들의근면함과 긴 근무시간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생산성은 선진국과 비교가 안된다. 이유가 무엇일까.돈이 없어서도 아닌 것 같고 땅이 좁아서도 아닌 것 같다. 과학기술의 부재, 인프라 미비, 후진 정치…. 모든 것이 조금씩은 이유가 될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관리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직원을 못믿고 통제하고 잔소리하여 사람의 기를 꺾는 것과 신바람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보지도 않고 결재를 하는 상사를 모신 적이 있는데 그는 항상이렇게 얘기했다. 『자네가 했는데 어련하려구.』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이내 그분을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맘이 들면서 더욱 열심히 꼼꼼하게 일하는 자세가 생겼다. 바뀌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