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8일은 대우채권의 95%를 지급하는 날이다. 이에 맞춰 또다시 「2·8대란설」이 나돌고 있다. 투자신탁권에 머물고 있는 약36조원의 공사채형이 빠져나가고 일부 투신(운용)사들이 지급불능사태에 빠져 금융시장이 큰 혼란속에 빠져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위기설의 시나리오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월25일885.54까지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 무려 173.50포인트(16.4%)나 폭락한 것이다.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연9.95%에서 10.26%로상승했다. 1월21일에는 나라종금이 3개월 영업정지를 당함으로써 금융불안 심리는 더욱 확대됐다.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그리고 한국은행 등은 이같은 위기설에 대해 36조원의 자금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에 걸쳐 공표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을 5조원 추가 조성하고, 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에서 투신(운용)사의 대우채권을 자산관리공사채권으로 교환하는 형식으로 6조원을 지원하며, 투신(운용)사들이 자체자금으로 18조원을 조달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정부의 이런 강력한 의지로 인해 대란설은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예고된 대란은 없었다」는 경험법칙을 거론하며 2·8대란은 결코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위기는 뒤로 미뤄지고 있을 뿐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8대란설이 별일없이 지나가면 총선이후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들이 돌출될 것이라는 4월·5월위기설이나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우선 투신(운용)사 환매대책이 밑돌을 빼서 웃돌로 삼는 하석상대(下石上臺)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다. 하이일드펀드는 투신(운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투기등급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신용등급이 BB-이하인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좀 높으나 위험이 커 상품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금융감독원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이일드펀드에 공모주 청약권을 부여하고, 투신(운용)사들로 하여금 펀드의 10%를 출자토록의무화하며, 이자소득세를 절반만 내도록 하는 온갖 혜택을 주었다.그 결과 하이일드펀드 수탁고는 지난 1월25일 현재 8조1천억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투신사들은 6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는사실이다. 자칫 잘못하면 투신(운용)사의 경영을 더 옥죄는 요소로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문제의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통화를 풀어 위기를 넘기려는 처방은장단기금리 격차를 확대하고 시중자금을 부동화(浮動化)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4.7%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10%를 넘고 있다.◆ 금융기관 부담은 눈덩이로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2배 이상 높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시중자금은 좀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대기자금화하고 있다. 1월1일부터21일까지 은행수시입출금식예금과 MMF 종금사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상품은 무려 11조1천3백억원이나 늘어났다. 반면 장기공사채형 수익증권과 은행금전신탁 등 장기금융상품은 3조4천억원 가량 감소했다.11월대란설과 2월위기설의 원인은 대우채권에 대해 기간에 따라 50∼95%를 지급보증하겠다는 괴이한 발상이었다. 2월8일로 이런 위기요인은 사라진다. 그러나 대우채권 대지급에 따른 투신 증권 은행등 금융기관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채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이런부담을 대주주의 증자와 공적자금투입이라는 것으로 충당했다.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4·5월위기설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2·8위기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