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택배제 등 통해 지난해 10억흑자 기록 … 육류 전자상거래·해외시장 개척도 앞장

서울시 노량진 수산시장 내에 위치한 한국냉장(www.hannaeng.co.kr)에 들어서면 각층 엘리베이터 옆에붙어 있는 「이색 게시물」이 눈에띈다. 이 게시물은 다름아닌 2주마다 발표되는 「직원택배제」 성적표.말단사원에서 사장에 이르기까지전임직원의 개인성적이 낱낱이 공개돼 있다.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회사에서 반강제적으로 연례행사처럼 실시되는 판촉캠페인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오해는금물. 이 작은 게시물속에 1998년2백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축산공기업 한냉이 지난해 10억원의 흑자전환을 일궈낸 비결이 숨어 있다.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냉의처지는 말그대로 사면초가. IMF 위기를 겪으며 적자는 쌓여만 갔고엎친데 덮친격으로 산지 돼지가격이 폭등, 주력사업인 국내 돈육판매와 수출이 뚝 떨어졌다. 최대 경영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이같은상황에서 지난해 3월 취임한 심기섭 사장은 노사화합을 이끌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주력했다. 심사장은 민영화를 앞두고 전직원이 똘똘 뭉쳐 「흑자경영」을 해보자고호소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나온 아이디어가 「직원택배제」였다.『사실 직원택배제를 도입할 때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없었습니다. 사원들이 판매할 수있는 대상이래야 친인척 정도가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심사장의 말처럼 본래 직원택배제의 도입 취지는 수익증대 보다는대내외적으로 「잘 돼가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한냉판 신바람운동」 차원에서 시작됐다.◆ 축산물시장 완전개방 대비 숨가쁜 노력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한냉의 「생생」브랜드가 주변에 알려지면서「직원택배제」는 전임직원의 90%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 할 수있다는 사내분위기를 조성, 한냉이지난해 10억원 흑자를 내는데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그러나 한냉은 지금 흑자전환을 자축할 수가 없다. 산넘어 산이라고2001년 축산물시장 완전개방과 민영화작업 완료가 코앞에 다가왔기때문이다. 이런 여건 탓에 올해 「생존과 전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한냉의 경영 발걸음은 숨이 가쁠 정도다.우선 한냉홈페이지에 사이버쇼핑몰을 개설, 전자상거래에 나섰다. 육류 전자상거래는 육류업체들에겐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영역. 배송보관뿐만 아니라 직접 육질을 확인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이 뿌리깊은 탓이다. 그러나 한냉은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납품을 통해 쌓은생생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다고 판단, 과감히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다.한국축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위한 한냉의 노력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냉은 올해 대일 돈육 수출전망이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6천만달러로 잡았던 수출목표를 1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이와 같은 목표조정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기에 가능했다.한냉은 지난해 총 50여억원을 투자, 중부종합육가공공장을 세계적수준의 위생과 기술을 갖춘 현대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돈육부산물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지난해는 의식개혁에 치중했습니다. 올해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을통해 한국축산을 지켜낼 능력이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심사장의 말속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이 자신감이 조만간 벌어질 외국대형축산기업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