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에 연구개발·판매조직 구축… 딜러모집 등 열도공략 시동

도쿄지하철 도에이(都營)아사쿠사(淺草)선의 동쪽 종점인 인자이마키 하라(印西牧 原)역에서걸어서 12분 거리에 있는 지바(千葉)뉴타운. 일본의 토지주택개발공단이 도쿄위성도시로 개발한 이곳에 7층짜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주변이 아직 개발중인 관계로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것이바로 현대자동차가 일본진출의 전진기지로 선택한 현대모터재팬의본사 건물이다.기아재팬의 본사 및 연구개발센터였던 이곳에는 현대모터재팬을 비롯해 현대기아일본연구소, 현대자동차도쿄사무소, 기아재팬사무소가들어와 있다. 일본내 현대의 자동차그룹계열사들이 모두 한자리에모였다. 현지 자동차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은 지난 1월7일 설립됐다. 일본내 조직의 핵심인 이 회사의 초대대표이사 사장에는 김진수전 기아재팬대표가 취임했다. 요코하마에 있던 현대자동차 일본기술연구소와 기아재팬의 지바 연구개발부문은 현대기아통합기술연구소로 거듭 태어났다. 기존의 기아재팬은 사무소로 축소됐다. 현대자동차 도쿄사무소는 일단 그대로 유지된다.현대가 왜 관련회사를 지바 한곳으로 모았는가. 바로 지바를 일본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한것이다. 지바건물은 본래 기아재팬의 본거지였다. 부지 1천8백30평에건평 2천5백30평 규모의 이 건물은지난 95년6월에 완공됐다. 총투자액은 37억5천만엔. 연구실적도 올렸다. 글래스안테나와 H엔진 등을개발했다. 카니발차체 크레도스웨건 카렌스 소형직접분사디젤엔진전후륜겸용구동변속기 세피아Ⅱ차체 등을 설계했다. 그러나 기아그룹의 도산으로 한때 30명에 이르렀던 인력은 3차례에 걸친 구조조정끝에 1명만 남고 말았다. 사실상이름뿐이었다.기아를 인수한 현대는 당초 이 빌딩을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간단치 않았다. 덩치가 커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상대를 찾을 수가없었다. 그렇다고 헐값에 팔아치우기에는 아까웠다. 이같은 상황에서지바빌딩 처리를 위한 해법을 내놓은 장본인이 바로 정몽구회장이다.정회장은 지난해 9월 지바 마쿠하리에서 열린 「99도쿄모터쇼」에참관하는 길에 지바연구소에 들렀다. 정회장은 『아주 훌륭한 시설이다. 이곳을 일본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관계자에게 지시했다.이를 계기로 현대자동차 관련조직을 지바로 통합하는 작업이 가속화됐다. 1차로 지난해 12월 요코하마연구소를 이전시켰다. 요코하마연구소는 자본금 2억엔으로 지난 95년10월 설립됐다. 주요업무는 정보기획 전자연구 디자인 차량설계. 95년의 제1회 서울모터쇼 출품차(FGV-Ⅰ)와 97년의 제2회 서울모터쇼 출품차(슈퍼럭셔리카)등을 개발했다. 요코하마연구소는 기아의연구개발센터와 통합돼 현대기아일본기술연구소로 지난해 12월14일출범했다. 이 연구소는 별도법인으로 등록됐다.현대는 20명의 인력으로 짜인 이연구소를 글로벌연구체제의 핵심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디자인과 전자관련기술 개발의 본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일본수출을 위한 기술지원센터로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연구소 통합으로 기술분야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게 김진수사장의 설명이다.현대는 2차로 도쿄시내에 있던 현대자동차 도쿄사무소를 이전시켰다. 이와 함께 현대모터재팬을 지바에 새로 설립했다. 자본금 10억엔인 이 회사의 사원수는 현재 10명. 앞으로 30명선으로 늘린다는계획이다. 판매마케팅부문에 12명을 비롯해 정비부품쪽에 11명을,관리부문에 7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재팬은 현지법인에서 사무소로 축소했다.이로써 연구개발과 판매분야의 두개 법인을 축으로 하는 조직을 갖추게 됐다. 기술개발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본공략에 필요한조직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법인신설 및 관련회사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이번 조직정비로 투자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음은 물론 판매법인에다 연구기능까지 갖춘 테크니컬센터로서의 이미지를제고할 수 있게 됐다』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조직정비에 이어 현대가 일본공략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그 첫 작업으로 딜러모집에 나섰다. 1월12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일간 자동차신문에 딜러모집 광고를 냈다.현대는 올해 40∼50개 정도의 딜러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재일한국인 기업체를 대상으로 딜러확보에 나섰다. 자동차 레저 수송관련 재일한국계 기업인에게 딜러모집자료를 송부했다. 재일대한민국민단 등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닛산자동차미쓰비시자동차 등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딜러도 상당수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딜러망을 일본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현대는 도쿄와 오사카에 직영 쇼룸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홍보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쇼룸을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현대는 현지사원모집에도 나섰다.「정열있는 모든 분에게. 경험자급모」라는 제목으로 일간자동차신문에 경력사원모집 공고를 냈다.본사에서는 딜러개발판매관리 서비스부품 조사마케팅판촉 인사총무경리분야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연구소에서는 전자연구엔지니어 디자이너 설계엔지니어를 확보할 계획이다. 3∼5년 경력자 20명 정도를 올해안에 확보한다는 목표다.현지인은 현재 3명에 불과하다.현대는 첫해인 내년에 5천대에서최대 1만대까지 판매한다는 목표다. 부문별로는 미니밴이 2천에서3천대, 레저용차(스포츠유틸리티비클 SUV)가 1천대에서 3천대, 소형세단이 2천대에서 4천대이다. SUV는 「산타페」, 미니밴은 「트라제」, 소형세단은 현재 개발중인「엘란트라」의 후속모델이다.판매팀을 맡고 있는 허준오 부장은『5천대가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시장은 만만치 않습니다. 다임러클라이슬러의 「벤츠」도 연간 5만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몇천대가고작입니다. 20∼30년 걸려 개척한게 겨우 이 수준입니다.』 허부장의 설명이다.현대의 진출 첫해 목표가 만만한것은 아니다. 한국차의 일본 판매실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기아는 지난 97년5월부터 98년3월까지 「비가토」(한국의 엘란모델)1백대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쌍용자동차의 「무쏘」 수출도 현재까지 수백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는결코 만만치 않은 진출 첫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기에는 레저용(RV) 차종을 중심으로 일본고객에 대한 신뢰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구매가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런 다음중소형승용차 메이커로서의 이미지를 다져나간다는 전략이다. 승용차인 세단과 특수차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현대는 우선 대도시를 공략한다는전략이다. 간토지역과 오사카 나고야 고베 후쿠오카 히로시마 삿포로등을 주공략 대상으로 잡고있다.이들 지역에서 기반을 확보한 다음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계획이다. 「대도시의 20∼30대를주타킷으로 한다」는 전략이다.한국정부가 지난해 7월 수입다변화조치를 해제하면서 도요타자동차를비롯 일본자동차업계가 한국공략에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자동차의 간판 현대가 일본시장을 노크하고 나섰다.현대는 「내년 1월1일부터 일본에서 한국차를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연간 2백77만대의 총생산능력에 세계 1백97개국에 1백60만대 수출체제를 갖춘 현대자동차. 미국과유럽 등에서 쌓은 실력을 일본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도「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만들 것인가. 현대가 일본시장을어떻게 공략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