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최대 경쟁력은 경영인·직원간 신뢰 … 고객 만족도도높아
『5, 6년 전만해도 미국기업의 주요 경쟁요소는 기술이나 경영전략마케팅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지금은 직원의 경쟁력을 최대 경쟁요소로 여기고 있습니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19462> 및 생산성본부 엘테크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기업의신뢰경영조사사업을 진행한 미국 GPWI(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의 로버트 레버링소장은 이같이말한다. 글로벌경쟁환경에서 직원들이 경쟁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지적이다.생산성본부 초청으로 방한, 한국기업이 가야할 신뢰경영의 길을 전도하고 있는 레버링소장을 만났다.레버링소장은 포천지와 공동으로매년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백대 최우수기업」을 선정, 발표하고있다.▷ 미국기업에서 「사람」이라는요소가 강조되는 것은 사상 최장이라는 미국경기 호황과 이로 인한일손부족 때문은 아닌가.미국기업의 신뢰경영에 대해 지난84년부터 조사해왔다. 20년전 일하기 좋은 우수기업보다 최근의 우수기업들이 더 우수하다. 그러나 90년대초 미국경기 후퇴기에도 「사람」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좋은 일터를 만들어낸 기업들이많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경기보다는 기업환경변화와 경영자의 인식변화가 근본적인 요인이라 본다. 글로벌경쟁이 심화되고기술발전이 빨라질수록 고급기술인력 등 사람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또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의 주요자산은 설비도 기술 자체도아닌 사람이다.▷ 미국기업의 그같은 현상이 경제가 어려운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는가.물론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신뢰가 구축돼있으면 회복기에 엄청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연구소가 한국이전에 브라질 기업을 대상으로 신뢰경영조사사업을 했었다. 이 나라도 한국처럼 1998년과 1999년에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경제위기이전보다 오히려 위기기간중에 인재유치에 대한 경영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브라질 기업들은 품질관리운동을 통해 신뢰경영에 눈뜨게 됐다. 자신이 정당하게 대우받는다는생각을 해야 직원들이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깨닫게된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면정리해고도 자주 하는데.80년대 중반 미국경제가 어려울 때많은 기업들이 Layoff를 단행했다.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이다. 인텔의 경우 당시 정리해고방식이 좋지 않아 기업신뢰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교훈도 얻었다. 가장 나쁜 것은 종업원들이외부(언론등)로부터 회사의 구조조정 등 변화를 먼저 듣게 되는 경우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신뢰도 흔들린다. 어떤 경우든 종업원에게가장 먼저 회사의 변화를 설명하는등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최근 기업인수합병(M&A) 등 기업조직이 급속히 변화하는 사례가많다.M&A는 항상 모든 조직에 긴장요소로 작용한다. 어떤 기업은 합병 후일류기업에서 이류기업으로 떨어진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M&A 이후기업문화와 신뢰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업체인 시스코시스템은 M&A를 하면서상대기업의 기술보다 우수인재 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상대기업의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여러 가지배려를 제공했다. 합병이후 이 회사는 급속히 성장했다.▷ 신뢰경영이 잘 구축된 기업은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높은가.일하기 좋은 1백대 우수 기업이 다른 분야에서도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영실적은물론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도도 높다. 예를 들면 시어스백화점은 종업원의 만족도와 고객의 만족도 경영성과가 늘 함께 높은 수준으로조사된다.▷ 한국은 최근 대기업에서 인터넷등 벤처기업으로 인재들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벤처기업은 스톡옵션같은 보상 이외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점에서 인재를 끌어들이는 매력을갖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 사업초기에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비즈니스 안정기 단계에서 갈등에 직면한다. 이 갈등은벤처기업의 성과와 성장을 위협하게된다. 성공한 벤처기업인 AOL의경우 직원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던 벤처초기의 자세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벤처기업들도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하기 좋은 미국의 1백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특징이라면.첫째, 최고경영자나 경영진과 일반직원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것이다. 둘째로 우수인재(혹은 우수한 팀)를 인정하고 보상해주는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드시 돈에 의한 보상만을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복리후생시스템이 포함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