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의 고성장과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물가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0.8% 상승에 그쳤다. 이는경제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경제가 인플레없는성장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물가에 영향을 주는 총수요가 경제전체의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했고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인상 요인을 원/달러 환율 하락이 어느 정도 흡수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그러나 연초 들어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원유가격이다시 급등세를 보이는데다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서비스 물가가 들먹이고 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아파트 전세가격도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가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설·대학등록금·서비스요금 등 인상 요인 집중이상의 물가불안 요인과는 별개로 매년 1/4분기는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은 시기다. 통상 한해 물가상승의절반 정도가 연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제품 및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연말연초에 물가인상을 단행하는데다 또 1/4분기중에는연중 최대 성수기 가운데 하나인 설날이라는 물가불안 요인이 끼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학교 등록금, 중·고교 수업료 등 각급학교 납입금 인상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이 서비스 물가 인상이 잇따르는 시기다. 게다가 농산물이 출하되지 않는 겨울철을 맞아 농산물 수급이 일시적으로 악화되는데다 전년도 가을 농산물 작황 여파가 이어진다. 최근 배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의 상승도 지난해 가을일부 농산물 작황 부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올해 물가 여건은 지난해보다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1/4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2% 내외의 다소 높은 상승률을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IMF 위기 이후 심화됐던 디플레 압력이 빠른 경기회복으로 인플레 압력으로 전환되고 있고 국제유가, 단위노동비용등 원가상승 요인도 있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수회복에 바탕을 둔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개를 들거나 각 경제주체들의 내 몫 찾기 경쟁이 격화될 경우 물가는 의외로불안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IMF 체제 이후 인상을 유보해온 일부 상품 및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가격인상 움직임과 봄철 임금협상시즌을 맞아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가 맞물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그러나 이같은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가격이 추가로 크게오르지만 않는다면 과거와 같이 물가불안이 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보인다. 경기가 지표상으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인플레 갭이 미미한데다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도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정도로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어 물가상승압력이 과거 경기회복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실제 경제의 수급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물가상승 압력은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금리·임금상승 등 비용측면에서도 인상요인이 없지 않으나 과거에비해 그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하향안정 추세에 있어 수입물가 인하, 관련 공산품 가격인하 압력으로 파급되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부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대외 물가여건에 민감한 물가구조를 고려할때 원/달러 환율 하락은 전반적인 물가안정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도 그동안 확장적인 입장에서 물가안정을우선시하는 긴축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물가불안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