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래소시장의 침체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배당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성장성만 부각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우량주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당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생산설비 투자가 완료된 소위 굴뚝산업은 내부의 풍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기업가치(주가)를 높일 수 있다는 견해다.“성장성이 유독 각광받고 있는 시장에서는 배당수익률을 높여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최소한 시중금리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야 우량 가치주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생긴다.”(승철환 현대투자신탁운용 수석펀드매니저)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 팀장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한다. “설비투자가 완료된 기업들은 배당정책을 새롭게 검토해 봐야 한다. 특히 시장점유율도 높고 현금흐름도 양호하지만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은 시가배당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시가배당 자사주매입 등 미국시장의 다양한 배당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배당정책은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얼마까지 분배하고 재투자를 위해 회사에는 얼마를 남겨놓는가를 결정하는 재무활동이다. 현금배당 주식배당 자사주매입 등을 통해 이익을 배당한다. 이론적으로 아직까지 한 기업에 적합한 최적의 배당정책은 밝혀지지 않았다. 즉 내부유보율과 배당성향을 각각 얼마로 유지해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지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안정된 현금배당을 제공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높은 편이다.국내에서는 그동안 배당정책이 기업가치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최고경영진들은 외형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를 통한 재투자에만 관심을 가졌다. 신규사업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주주들에게 더욱 큰 이익을 안겨준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해서 개인과 기관의 배당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대 요구와 주주중시 경영 풍토가 고배당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거래소시장의 우량기업들이 과거같은 고수익사업 기회를 찾기 힘들게 된 것도 고배당요구에 직면하게 된 배경이다. “기업들이 ROE(자기자본수익률)보다 높은 투자기회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익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포항제철이나 담배인삼공사같은 거래소시장의 우량기업들은 배당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가상승을 견인할 방책이라고 본다.”(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 이창훈 주식운용1팀장)한마디로 포항제철이나 담배인삼공사 삼성SDI 등 최우량기업의 주식이 명실상부한 가치주(Value stock)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고배당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과거같은 고성장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 주주들에게 안정된 배당수익도 제공하지 않으면 가치주로 평가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배당수익률이 적어도 은행정기예금 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주주들의 배당요구가 거세지면서 기업경영자들도 주주 돈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오히려 은행차입이나 회사채보다 이자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 원박사는 “자기자본비용이 회사채발행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성공적인 증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과거 배당정책에서 한단계 진일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같은 변화를 국내기업들도 인식하고 있다. LG전자 IR팀 정창훈 과장은 “올해 20%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고배당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밝힌다.전문가들은 배당투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미래 성장성을 무기로 주가가 상승하는 코스닥시장과 달리 거래소시장은 배당 정책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정상근 CFA(재무분석사)는 예상했다.★ 배당성향이란?순이익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A기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억원이다. 유통되는 보통주는 1천주, 우선주는 2백주라고 하자. 3월 중순 주주총회에서 순이익중 2억원을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보통주 5백원, 우선주 6백원으로 현금배당을 주기로 한 것. 이 회사의 액면가는 5천원, 12월말 종가는 1만원이다.이 경우 배당률은 보통주 10%, 우선주 12%다. 즉 보통주 배당률은 현금배당금(5백원)을 액면가(5천원)로 나눈 값이다.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 대가로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받는다. 현행 상법상 국내기업이 제공하는 배당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으로 나눌 수 있다. 주식배당은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는 것으로 자본잉여금 이익준비금 등 배당이 불가능한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는 무상증자와 구분된다.배당성향은 순이익중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4억원의 순이익중에서 2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되므로 배당성향은 50%다. 배당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나머지 2억원을 내부유보금이라고 한다. A기업의 유보율은 50%(1-배당성향)이다. 대차대조표에 이익잉여금으로 기록된다.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12월말 종가로 나눈 값이다. 즉 보통주 배당금 5백원을 1만원으로 나눈 값(5%)이 바로 A기업의 배당수익률이다. 일반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을수록 주가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