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직거래 채택·첨단기업 유치 등 ‘2백년 자존심’ 수성 안간힘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의 역전현상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그랬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와 자스닥이 그렇다.특히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 등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상위권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의 코스닥이나 일본 자스닥이 벤치마킹한 거래소가 바로 나스닥이다.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들은 연초보다 주가가 평균 85.6%나 뛰었다. 반면 NYSE에 상장된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와 S&P지수는 각각 25.2%와 19.5%씩 오르는데 그쳤다.1792년에 설립돼 2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NYSE가 1971년에 설립돼 29년밖에 안된 나스닥에 밀린 것은 물론 미국을 비롯, 전세계의 신경제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주이익을 중시하고 투명경영이 정착된 미국 풍토에서 NYSE 상장기업들의 주주경영 강화는 투자자에게 큰 매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NYSE는 상장기업의 노력과 별도로 나스닥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우선 나스닥시장의 거래방식을 과감히 벤치마킹했다. 수거래방식을 고집해왔으나 4월부터 1천주 미만의 주문에 대해 인터넷 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온라인 주식투자자들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개장시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6월부터 거래시간을 한시간 늘리고 궁극적으로 24시간 거래를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경없는 인터넷경제와 인터넷기업의 등장 추세를 감안, 해외기업의 상장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3천개 상장기업 가운데 해외기업의 상장비율은 15% 정도이다.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다. 오는 4월에는 실리콘밸리에 ‘NYSE 웨스트’라는 가상거래소를 개장한다. 서부지역에 몰려 있는 벤처기업들을 장차 NYSE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도 기업·거래소 노력 병행돼야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둔 탓일까. 올 1월 초에는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인터넷 데이터 음성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업체인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사가 나스닥에서 NYSE로, 또 에너지서비스업체인 셈코 에너지사도 나스닥에서 NYSE로 옮겨왔다. 지난해 말에는 데이터커뮤니케이션업체인 인포넷서비스사가 나스닥에 가지않고 NYSE에 처음 상장되기도 했다.이들 업체는 첨단기술업체가 즐비한 나스닥보다 상장기업에 대한 재무요건이 까다로운 NYSE시장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나스닥시장에서도 종목별로 기업별로 차별화되는 장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이들 기업의 NYSE선택을 부추겼다.결국 한국증권거래소 시장도 상장기업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업과 거래소의 노력이 병행된다면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