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를 키워 수도권 지역의 지방은행(local bank)으로 변신할 생각입니다.”동아상호신용금고의 김동원 회장(63)은 지난해 이런 장기 플랜을 갖고 2개의 금고를 인수했다고 밝힌다. 99년10월 하나은행으로부터 하나상호신용금고를 인수, 올해 1월 동아금고와 합병했다. 이에 앞서 99년1월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국민상호신용금고를 인수했다. 국민금고는 오는 3월 ‘오렌지 S&F’로 사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발한다.김회장은 인수한 두 금고의 부실 자산을 정리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기해 ‘클린 금고’를 만든 뒤 내년께 ‘오렌지 S&F’로 정식 합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총자산 규모는 1조7천2백50억원에 달해 업계 1위의 대형상호신용금고로 발돋움하게 된다.“금융계 전체가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 금고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방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금고는 대형화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동아금고가 그 변화의 선도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김회장은 “인수를 통해 서울에 모두 9개의 점포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상반기중에 또 하나의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들 점포의 통합 전산망 구축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방 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중 하나다.김회장은 IMF이후 금융계가 겪은 변화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부실 종금사가 퇴출되면서 이들의 업무 영역에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종금사들이 거래업체를 줄일 때 과감히 화의나 워크아웃 등이 진행중인 업체를 발굴해 고객으로 만들었다.대형금고가 금융기관간의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김회장은 동아금고가 위치하고 있는 ‘테헤란 벤처 밸리’ 지역 특성을 감안해 영업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벤처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벤처에 투자하겠다는 돈은 넘치고 쓸 사람은 귀하다지만 이같은 흐름에서 소외되어 있는 벤처나 중소기업들도 많습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이런 기업에 우리가 투자할 것입니다.”틈새전략으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김회장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50%의 지분으로 참여한 창투사 ‘인베스트’ 및 제휴 투자자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언을 받고 있다. 김회장은 또 지역밀착형 금고는 신용대출 분야에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대형 금융기관은 여신 심사가 아무리 엄격하다 해도 서류 등의 형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 속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신용금고는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해 세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신용 대출을 늘려도 부실 자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오히려 적다는 것이 김회장의 시각이다. 이런 강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김회장은 82년 동아금고를 인수, 금융업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금고업계에 종사했다. 서울 가락동에서 점포 1개로 시작해 이제 10개 점포를 거느린 회사로 키웠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업계에서 쌓은 연륜만큼이나 큰 포부를 갖고 있다.“장차 동아금고가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처럼 되지 못하란 법 있습니까. 그런 목표로 경영에 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