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참여는 임금문제에 국한 … 소외계층 지원사업도 추진
최근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쏠리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김우중 전임 회장에 이어 김각중 회장 체제가 들어선데다 재계의 정치참여 선언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경제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배전의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으로서는 여러모로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김각중 신임회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재계의 수장으로서 변화의 주역이 돼 거대 조직 전경련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한경BUSINESS designtimesp=19530>는 김회장을 만나 전경련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그 기본방향을 들어봤다.◆ 약력1925년 2월 서울생. 연희전문 이과·미국 유타대 화학과 졸(1964년,이학박사) 고려대 교수(1964년~1971년) 중앙염색가공(주) 회장(1974년) 경방회장(1975년)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198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1987년)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1991년) 대한방직협회고문(199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2000년) 수상내역 이탈리아정부 공로훈장, 은탑산업훈장, 핀란드 기사훈장, 뉴질랜드 공로훈장▶ 재계 원로로서 전경련 회장에 취임, 회원사들의 기대가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기자회견에서 재계의 화합을 강조하셨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우선 재계 원로를 포함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회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의견을 구하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작정입니다. 아울러 골프회동 등을 통하여 회장단간 화합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짐으로써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전경련이 이익단체가 아닌 보다 전문적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장으로서 전경련 위상변화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전경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경련의 본래 기능인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전경련의 조직과 운영이 전체 회원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보다 많은 고용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란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자는 것이 포함되겠지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근본적인 위상변화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흐트러진 것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일을 추진해야지 뭔가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개선을 통해 조금씩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전경련 내에 발전위원회가 설치됐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금 딱 잘라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일의 순서를 정한 다음 하나 하나 추진해야 효율성 면에서 나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또 하나 제가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은 버릴 겁니다. 기초를 착실하게 닦은 다음 차기 회장에게 물려준다는 각오로 일할 작정입니다. 늙은이가 너무 많은 고집을 부린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웃음)▶ 최근 재계의 정치참여 선언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정치참여를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여기에는 다소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마치 재계가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처럼 이번 선거에서 특정인사에 대해 낙선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처럼 알려진 면이 없지 않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계의 정치참여는 그동안 의정활동 과정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관련한 무노동 무임금 문제에 대해 각 의원들이 어떤 견해를 가졌었나를 확인해 보는 것에 국한될 것입니다. 조사한 내용도 언론에 밝히지 않고 단지 회원간에 공유한다는 차원입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생각하는 특정인사 낙선운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최근 e-비즈니스 열풍을 타고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들이 부쩍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 중심의 전경련에 벤처기업과 외국기업 등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회원구성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그동안 전경련이 대기업,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전경련의 의견이 무조건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오해받는 부분이 있었습니다.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경련의 의견이 지금보다 더욱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경제계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회원구성 자체도 다양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벤처기업이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이를 통해 경제계 전체의 합의를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제계는 지난해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함과 아울러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의 후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있으면 설명해 주십시오.선진국의 사례를 잘 연구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좀더 적극적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단지 그 형태가 어떤 것이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아직 확정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이 문제와 관련해 여기서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꼭 돈과 연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돈도 필요하겠지만 이것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서로 돕고 사는 사회 분위기와 사고방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경제시대를 맞아 전경련이 회원사들에 지식 경영 정보를 발빠르게 전달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조직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실 계획이신지요.잘 알다시피 지금 세계 경제의 흐름은 정보화를 넘어서 지식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e-비즈니스가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제조업과 같은 기존산업의 IT화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전경련에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지식화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21세기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핵심전략이 될 것이라 보고 지식에 기반을 둔 신산업의 육성과 전통산업의 지식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3월초에 지식기반경제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코스닥시장이 이상 열풍을 일으키면서 사회 일부에서는 제조업 경시풍조가 일고 있습니다. 국가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재계총수로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말씀해주시고, 정부 정책에 대한 주문도 아울러 들려 주십시오.중소 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어 여기에 등록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사이에 건전하고 균형있는 발전이 필수입니다. 그것은 두 시장이 각기 기반을 두고 있는 제조업과 인터넷·벤처 산업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시장간 상호 보완적 기능을 통해 쌍방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하겠습니다.또한 기존 제조업 분야도 기술개발과 정보화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경영철학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더라도 이에 개의치 말고 열심히 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 자식에게 이런 일은 안 시킬거야’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그 자식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직업의 귀천이 없어진 만큼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Profile in Mirror김회장은 원래 교수 출신이다. 1964년 미국 유타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곧바로 귀국해 대학(고려대)에서 약 8년간 화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러다가 집안 어른들의 뜻에 따라 경영자로 변신, 오늘날까지 국내의 대표적인 방직업체인 경방을 이끌고 있다.김회장 프로필에서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화려한 집안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그는 고 김용완 전전경련 회장과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막내 여동생인 김점효 여사 사이의 1남4녀중 장남이다. 인촌선생의 외조카이며 김상하 대한상의 회장과는 외사촌간이다.김회장은 평소 ‘상식과 양식의 선용(善用)’을 강조한다. 상식에서 벗어나거나 양식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경영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