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배차·고객만족 서비스로 성공 … 카드·경비사업도 추진

배기량 3천cc짜리 닛산자동차의 ‘세드릭’ 클래식SV. 중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하는 검정색. 말끔하게 차려입은 운전기사…. 언뜻 보아서는 영업용 택시로 생각하기 어렵다. 재일 한국계 기업인인 아오키 사다오(靑木定雄·한국명 유봉식)씨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내걸고 설립한 MK택시의 모습이다.MK는 일본 택시업계를 대표하는 화제의 주인공이다. 교토에서 시작, 오사카 도쿄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끊임없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최근에는 교토에서 현행 요금의 절반인 1백엔짜리 버스를 운행하겠다고 선언, 관심을 끌기도 했다.일본 택시업계의 얼굴격인 MK가 대규모증차를 선언, 또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겨우 1백대다. 큰 영향은 없다.” 지금부터 2년전. 도쿄MK를 설립, 도쿄로 진출했을 때 다른 회사는 이처럼 말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도내 택시 수는 약 5만대. 그중 1백대가 운임을 10% 할인하고 콜택시처럼 운영된다고 해서 대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2003년에는 현재의 50배인 5천대 체제를 갖춘다. 도내 택시의 1할을 흑색(MK차의 색깔)으로 바꾸겠다.” 아오키 사다오 오너의 장남인 도쿄MK의 아오키 노부아키(靑木信明)사장이 폭탄선언을 한 것.MK가 증차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도쿄만이 아니다. 2001년까지는 후쿠오카 나고야 고베 삿포로 센다이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 참여한다. 도쿄에서처럼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지 아니면 지방 택시회사를 매수 또는 제휴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이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도쿄MK나 오사카MK 등 그룹 자회사를 도쿄증권거래소의 벤처기업용 시장인 마더즈에 상장시키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도쿄MK의 상장은 빠르면 2001년에 실현될 전망이다.MK가 이처럼 강공으로 나가고 있는 이유는 택시의 규제완화 때문. 2001년으로 예정된 도로운송법의 개정에 따라 운수성은 신규참여나 증차를 제한해온 ‘수급조정규제’를 철폐할 전망이다. 2001년 이후에는 차고확보등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증차는 원칙적으로 자유화된다.MK의 증차계획이 실현되면 택시업계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수가 적어 무선으로 호출이 되더라도 곧장 현장으로 달려갈 수 없는게 문제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수요는 무진장이다.” 오너의 2남인 아오키 마사아키(靑木政明)도쿄MK 전무의 설명이다.대수가 적은 현재도 도쿄MK의 영업효율은 경쟁사에 비해 뛰어나다. 대당 하루 평균 매출은 5만엔대. 입사 3개월 이내인 사람을 제외하면 평균 6만5천엔이다. 이에 비해 건실한 다른 택시회사조차도 5만엔대에 머물고 있다. 고매출의 비결은 고객으로부터 걸려오는 엄청난 무선호출. 도쿄MK의 무선배차에 의한 매출은 전체의 약 70%에 이르고 있다. 50%에 머무르고 있는 다른 회사에 비해 엄청 높다. 무선의 주행거리는 고객이 손을 들고 승차하는 ‘나가시(流し)’에 비해 길다. 효율도 높다.무선배차의 단골고객은 기업 단위의 티켓회원. 현재 약 2백90개사에 이른다. 불과 1백대 규모의 택시회사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MK의 뛰어난 경쟁력의 원천으로는 우선 요금설정을 꼽을 수 있다. 도쿄MK의 요금은 승차시 운임이 6백엔으로 시작된다. 도쿄의 일반 택시회사들의 6백60엔에 비해 10% 정도 싸다. 심야할증이나 시간단위로 빌리는 운임 또한 타 회사보다 10% 정도 싸다. 이처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코스트 구조 때문이다. MK운전기사의 급여체계는 통상의 회사와 다르다. 통상의 경우 운전기사가 받는 것은 자신이 벌어온 운임수입의 55∼65%다. 경비가 얼마나 들었느냐는 상관하지않는다. 운임수입이 줄어들면 회사측의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다.그러나 MK의 경비는 모두 개인의 부담이다. 입사하면 기사는 우선 보통자동차 2종면허의 취득비용이나 제복값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된다. 운전기사가 되면 타이어 등 부품비용이나 연료비용을 개인이 부담한다. 보험료나 오피스의 임차료 등도 종업원 전원이 균등하게 부담한다. 기사 1인당 월 경비부담은 평균 22만∼23만엔.따라서 자발적으로 경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대신 운임수입이 많으면 기사의 수입이 많아진다. 도쿄MK에서는 경비를 지불하고 남은 운임수입의 95%를 기사가 갖는다. 타사와 비교할 때 일정수입을 넘으면 실제 가져가는 돈이 급증한다. 따라서 기사들은 서비스나 고객확보에 온 힘을 쏟는다.◆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즈 상장 추진서비스의 차별화도 MK 경쟁력의 원천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MK와 법인계약을 맺은 대형 건설회사의 간부는 “심야에 업무로 지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갈 경우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은 택시를 타고 싶다. 따라서 조금 기다리더라도 새 차이면서 서비스가 좋은MK를 택한다”고 설명한다.MK는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연수를 실시한다. 입사한 후 핸들을 잡기 전까지 최소 2주간 이상의 연수를 시킨다. 이때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접객방법이다. ‘감사합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으십니까’라고 크게 말하게 한다. 인사나 도어서비스 훈련만으로 매일 1시간 반을 보낸다. 이것이 되지 않는 사원에게는 절대로 운전을 시키지 않는다. 그만 두더라도 상관없다.MK가 이같은 서비스에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외자계 기업이었다. 외자계 금융기관의 간부들은 MK택시 승차를 계기로 법인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최근 들어서는 법인계약을 맺으려는 일본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도쿄MK는 5천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증차분의 절반 이상을 다른 회사나 개인택시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채울 방침이다. 프랜차이즈 계약의 경우 기사의 제복, 모자, 차의 디자인 등을 통일하고 무선을 공유화할 예정이다. 그 대가로 기사 한 사람당 매달 3만∼5만엔의 계약료를 징수할 예정이다.이같은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불문율 하나가 무너지게 됐다. 타회사 경력자 채용금지가 해제되는 것이다. 도쿄MK의 경우 기사의 90%가 아예 운전경력이 없다. 프랜차이즈 도입에 맞춰 도쿄MK는 분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와 기사가 각각 70%와 30%를 출자, 새로운 택시회사를 설립한 다음 신회사가 도쿄MK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것이다. 출자한 기사는 신회사의 사장이 된다. 경영이념을 공유한 기사가 회사를 맡는 것이다.MK는 최근 정보화시대에 대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노부아키사장은 정보기술(IT)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하나는 휴대단말의 활용이다. MK회원이 된 고객의 휴대전화에 MK의 전화번호를 등록, 버튼을 누르는 즉시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차 안에 전지구측위시스템(GPS)의 위성전파 신호를 수신하는 단말을 설치할 방침이다.MK는 카드사업 진출도 추진중이다. 슈퍼 서점체인 등과 공동으로 카드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제휴기업의 점포에서 쇼핑을 하거나 택시를 타는데 따라서 포인트를 가산시키는 특전을 줄 예정이다.이뿐만 아니다. 오토바이 택배의 화물을 택시로 운반하는 사업이나 긴급통보에 의한 개호 경비사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의 통보로 택시운전사가 달려가는 개호 경비사업 참여를 추진중이다. 기사 절반은 이미 일본적십자사의 구명구급법 강좌를 받았다. “경비원이나 개호자를 상주시키는 것 보다는 MK에 부탁하는게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아오키 오너는 말한다.서비스 차별화로 일본 택시업계에 돌풍을 몰고온 MK택시. 택시에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개호 경비분야에서까지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