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저점을 벗어나며 경제가 부동산을 좌우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은 성장률, 금리와 시중자금의 흐름 등이다. 성장률은 금년에도 7% 전후를 유지하고 금리도 10% 내외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중자금의 흐름이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주식시장에 몰려 있는 자금의 움직임이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부동산과 차이가 심해지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거나 아니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아 양자간의 격차는 줄어든다. 1980년대 후반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주식시장은 폭발적인 활황을 보이면서 불과 2년만에 주가는 세배나 올랐다. 반면 부동산가격은 20%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아 부동산과 주식의 누적수익률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이후 심각하게 벌어진 양자간의 수익률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장압력이 증가한데 힘입어 대기성자금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자금의 유입은 가격폭등을 초래했다.표에서 보듯이 현재 주식시장의 빠른 회복과 비교해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어 있다. 물론 80년대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더구나 금융자산과 부동산에 관한 사람들의 선호가 변하고,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시의 현상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수록 균형을 유지하려는 압력이 많아진다. 이런 압력은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점차 증가시킨다.부동산시장은 현재 호황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기보다는 가치가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이나 주택유형, 입지에 따라 가치나 선호의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입지여건이 좋고 시장성이 있는 아파트와 나머지 주택간의 차별화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또 한가지 고려할 요인은 전세값의 상승이다. 물론 전세값이 오른다고 주택가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세값 상승은 기회비용을 감소시켜 주택구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아파트의 경우 한때 주택가격의 45%까지 하락했던 전세값 비중이 거의 60% 수준으로 회복했고, 일부 지역은 이미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토지나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는 과거처럼 단순히 가격차익을 얻으려는 무분별한 수요는 사라지겠지만, 지역이나 이용용도에 따라서는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예상된다. 산업구조의 변화나 시장개방에 따라 새로 각광을 받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벤처창업 열풍에 힘입어 테헤란로 일대의 사무실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수익성이 낮은 토지는 수요를 유발하기 어려우며 가격도 올라가기 힘들다.일부에서는 토지시장의 본격적인 상승시기가 가까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토지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선 기업투자가 활발해지고, 시중유동성 자금이 대거 유입돼야 한다. 그렇지만 IMF 이후 경제패턴이나 사람들의 투자행태는 과거와는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과거 시장을 이끌었던 중산층의 폭발적인 수요나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시장의 회복은 토지가 가진 가치를 바탕으로 차별화가 진행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