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지음/민경국 옮김/자유기업센터/2000년/368쪽/1만4천원
지난 세기말을 주도했던 신자유주의의 흐름은 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일면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인 빈부격차와 빈곤층의 확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경고하며 신자유주의의 핵심논리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다. 그의 자유주의 사회철학의 출발점인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가치판단을 넘어 그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이 책은 인간의 신경기관을 물리적 세계의 자극들을 분류하는 시스템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분류시스템은 인류라는 종 자체의 형성과정과 인류에 속하는 개개인들이 개체로서 형성되는 과정에서 진화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감각적 질서는 종의 발달과정에서 인체와 외부세계의 물리적인 상호작용 과정에서 진화됐다는 것이다.이러한 물리적 사건들을 저자는 감각이전의 경험이라고 칭한다. 바로 이것이 감각의 질서를 형성하며 또한 외부세계와 인간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효과들을 분류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하이에크는 설명한다.책의 제목인 감각의 질서는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럽게 보이는 다양한 자료들 또는 외부세계의 다양한 자극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 분류도구에 적합한 자극들만을 분류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하이에크는 주목한다. 따라서 인간이 외부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각자의 삶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인지할 뿐이다. 더구나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되는 분류도구도 또한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은 각자의 주관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지식을 주관적이라고 강조한다.이 책에서 하이에크가 제시하고 있는 인식론적 결론에서 경제학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시장존재 가치다. 하이에크는 사회질서 또는 시장의 존재가치를 주관적이고 제한된 지식을 평가하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이해한다.즉, 인간의 지식이 제한돼 있고 오류를 범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장경제 및 사회질서의 존재때문이라고 풀이한다.오랫 동안 잃어버린 자유를 인류에게 되찾아주고, 이로써 번영과 안정속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던 저자의 지적 여정을 좇다보면 그가 자유주의라는 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