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화 현상 뚜렷 … 미 금리 0.5%p 인상시 산업간 불균형·빈부격차 심화 가능성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만포인트가 붕괴됐다.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 증시도 불안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위안화 절하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현상태에서 세계 주가가 하락한다면 그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 세계 경기 회복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도했다. 반면 이번의 세계 경기 회복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증가로 민간소비가 늘어난 소위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기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주가 하락은 곧 세계 경제 둔화를 의미한다.그런 만큼 향후 국제 금융시장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현안들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미국 주가의 향방이다. 이 문제는 이미 그린스펀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을 주가와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미국 경제는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 수정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무려 6.9%에 달했다. 87년 4/4분기에 기록한 7.2% 이후 최고치다. 물론 미 연준리(FRB)가 판단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인 3∼3.5%를 두배 정도 상회한 수준이다.미 연준리로서는 경제성장률을 잠재수준으로 연착륙(soft-landing)시키는 것이 최대임무다. 여러가지 정책수단이 있을 수 있겠으나 주가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자산소득 비중, 소비성향을 감안할 때 다우지수가 8천∼8천5백포인트선까지 떨어져야 GDP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으로 인한 인플레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이론상으로는 금리(연방기금금리)를 최소한 0.5%포인트 이상 올려야 주가를 이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종전처럼 0.25%포인트씩 최소한 두차례 이상 인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요인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물론 미 연준리가 앞으로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다우지수가 이 수준으로 떨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주가결정이 과거처럼 경제실적보다는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심리적인 측면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 주가 1만포인트가 붕괴됐더라도 앞으로 다우지수가 계속해서 상승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런 연유다.실제로 지난해 6월말 이후 미 연준리는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 왔으나 주가하락을 통한 인플레 방지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당혹스러워진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잦은 말바꿈으로 신뢰마저 떨어지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미 연준리의 통화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기조도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분명한 것은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앞으로 다우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시각도 이런 점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한번 ‘비관’쪽으로 쏠리면 주가는 크게 하락한다.더욱 우려되는 점은 다우지수에 편입된 업종은 전통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제조업과 금융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나스닥 시장에 등록된 업종은 여전히 금리인상 우려에 대해 안전지대인 첨단기술 업종임을 감안할 때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증시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동조화(synchronization) 현상으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여타국 증시도 동일한 운명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거에 비해 세계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경기진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산업간 불균형과 빈부격차가 심해져 세계적인 현안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국내 증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 98년10월 이후 지금까지 다우지수와 종합주가지수와의 상관계수는 거의 ‘1’에 가깝다. 다우지수가 10% 오르내리면 국내 주가도 동일한 폭으로 오르내린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종목별 주가흐름마저 동일해지는 질적 동조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들은 금융정책상에 커다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개도국들은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 가치를 절상시켜야 한다. 우리처럼 금리변경에 주저할 경우 국제수지 악화라는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된다.◆ 미일 금리차 확대 … 엔화 약세 지속 전망선진국중에서는 미일간의 금리차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기금리 기준으로 양국간의 금리차는 5.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한차례만 올리더라도 6%포인트에 달한다. 이 경우 양국의 자산수익률을 감안할 때 금리차가 6%포인트를 상회하면 엔화 표시자산에 대한 투자메리트는 거의 상실될 우려가 있다.그 결과 일본내 자금이 이탈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일본기업의 엔화 송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엔화 약세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후 엔화 약세는 가시화되면서 아시아 국가의 수출에 타격을 주고 위안화 절하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어차피 위안화 절하문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WTO가입으로 경상거래가 자유화된 상태에서 통화제도를 고정환율로 묶어둘 경우 경제구조상에 심한 왜곡현상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물론 중국의 화폐제도가 변경되더라도 반드시 위안화가 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무역수지 흑자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절상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결국 미국이 자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금리인상과 주가거품을 제거해 나간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세계 경제가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여타 국가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 1929년 당시 세계를 주도한 영국과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무역장벽을 치면서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진 것이 좋은 사례다.하지만 바로 이 점이 최근에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 내외로 떨어짐에 따라 전세계인들이 불안에 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보는 연유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한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어쨌거나 이런 시기에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외환경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완충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역시 이 과제 해결의 관건은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을 털어내는 일이나 그때까지 정책당국은 외환보유고 확충, 인접국과의 공조를 통해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할 것이다.중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 자체를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소프트화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식산업을 위주로 한 현정부의 신산업정책을 속도있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수출구조도 국내기업들이 품질, 디자인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경제운용에 있어서는 거시경제 목표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제성장을 위해 국제수지를 희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환율,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도 각각의 시장여건에 맞게 현실화시켜야 한다.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뉴욕 증시와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부화뇌동하다 보면 손실을 보는 사람은 정보에 대한 접근력이 떨어지는 일반투자자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