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원자재가격이 심상치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은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휩쓴 1998년 내내 큰 폭의 수요감소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99년2월 유가의 반등을 신호로 상승세로 반전됐고, 올해 들어서는 가격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우선 98년말 한자릿수 대까지 폭락했던 국제유가는 OPEC의 원유감산 합의를 계기로 99년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이 지난 2000년3월초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1년만에 3배 이상 오르는 폭등세를 연출한 것이다. 원유에 비해 상승속도는 더딜지 몰라도 비철금속, 곡물 등 국제원자재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비철금속 가격은 불과 1년만에 30∼40%대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연출했다. 98년 평균 t당 1천4백55.5달러에 머물렀던 전기동 가격은 99년말 1천7백달러대로 상승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1천8백달러대를 돌파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99년초 t당 1천1백달러대였으나 1년이 경과한 지금은 1천6백달러대로 성큼 올라서 있다. 이외에도 니켈, 아연 등 여타 비철금속의 가격도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다.한편, 99년 내내 지리한 약세가 계속되던 곡물가격도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됐다. 지난해말 부셸당 1백80센트대에 머물던 옥수수 가격은 3월초 현재 2백10센트대로 회복했다. 소맥가격도 지난해말 부셸당 2백30센트대에서 최근 2백50센트대로 상승했다. 이외에도 천연고무, 펄프, 나프타, 원면 등 여타 원자재 가격도 올해들어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이와 같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올해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 원자재 수요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빠른 경제회복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결정적인 동인이 됐다. 아울러 98년 내내 가격하락으로 경영난을 겪었던 원자재 생산업체들이 생산감축을 통해 공급량을 축소하고 적극적인 M&A와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제고한 것도 가격상승을 불러온 계기가 되었다. 다만, 곡물가격은 99년에도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와 남미지역에서 곡물생장에 유리한 기후가 이어져 수확량이 늘어난 데다 곡물수요의 증가가 예상외로 더디게 나타남으로써 약세를 탈피하지 못했다.국제원자재가격의 향방은 아시아 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 정도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IMF, IBRD, S&P 등 세계적 경제전문 기관들은 올해 아시아경제는 5%대, 세계 경제는 2~3%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세계경제 성장에 힘입어 북미, EU, 동아시아지역 등을 중심으로 산업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자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며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곡물은 아직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올해에도 양호한 곡물생장조건과 농작물 재배기술의 향상으로 수확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곡물가격 상승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지난해말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2000년 국제원자재가격 전망을 통해 올해 전기동 및 알루미늄의 가격은 99년에 비해 각각 15.64%와 16.82%, 옥수수 및 소맥의 가격은 각각 2.2%와 4.22%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