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점,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로 이미지 파괴 ‘주효’ … 주니어 메뉴 최고 인기

“깨끗하고 맛있어서 짱이에요.” “나중에 유명한 모델이 되면 공짜로 선전해 줄께요.” “우리 엄마도 맛있대요. 내일도 오고 싶어요.”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의 중국음식점 ‘계림’ 게시판에 빼곡이 붙어 있는 ‘식후소감문’이다. 삐뚤삐뚤한 글씨에 맞춤법도 고르지 않은 이 메모들은 초등학생 단골고객들이 써 붙인 것.“누가 쓰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메모가 늘기 시작했어요. 장사를 하면서 이런 보람도 있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게시판을 볼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해요.”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중국집은 사실 흔치 않다. 안진희 사장(35)도 이런 반응까진 예상 못한 채 98년12월 ‘계림’을 개업했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난 지금엔 경기도 고양에서 가장 인기있는 중국집으로 통한다. 지난해 여덟살짜리 꼬마 손님이 첫 메모를 남겼을 때 경력 20년의 주방장은 “손님한테 편지받기는 처음”이라며 감격했다. 특별한 인기의 비결은 바로 ‘고정관념 파괴’.◆ 가격 세분화 ‘합리적’ 평가“중국집하면 지저분하다, 외식장소로 적당치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음식 양도 보통 아니면 곱배기밖에 없구요. 중국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째로 바꿔 놓는다면 제법 인기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은거죠.”‘계림’의 외관은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내부는 빨강색을 기조로 단정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도록 꾸몄다. 흔히 볼 수 있는 중국풍 장식은 없다. 중국 CCTV가 나오는 대형TV, 중국술 진열대 정도가 이곳이 중국음식점임을 알려줄 뿐이다.50여가지에 이르는 메뉴들은 모두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다. 음식 양에 따라 미디엄(Medium), 라지(Large)로 나눠 가격을 세분화했다. 가격대는 보통 중국집과 비슷한 수준. 5~6가지 요리로 만든 도시락, 여러 명이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패키지 상품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호텔에서나 맛보던 중국식 만두 딤섬이나 여름용 해물냉국수, 닭고기 탕수육 등 톡톡 튀는 메뉴도 저렴하게 내놓았다.특히 어린이만을 위해 양과 맛을 조절한 ‘주니어 메뉴’는 최고 인기를 누린다. 메뉴마다 ‘아작아작 홍당무, 까망색 자장, 구부러진 오이’ 등 재미있는 설명을 붙여 어린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더 좋아할 정도다.안사장은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10년동안 광고 제작 일에만 종사했다. 정리해고 바람이 거셌던 98년6월, 개운치 못한 퇴직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료들과 디자인회사를 차려 볼까 생각했지만 신즈컨설팅이 준비하던 중국음식점 체인 ‘계림’을 접하면서 마음을 바꿨다.퇴직 6개월만에 집이 있는 경기도 고양 탄현지구에서 멀지않은 주교동 상업지구에 점포를 구하고 ‘계림’ 1호점을 개업했다. 전례가 없던 사업이라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음식장사 망하는 법 없다’는 속설을 믿어보기로 했다.“같은 시기에 ‘번개’로 잘 알려진 조모씨가 인근에 중국음식 체인점을 냈어요. 최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6개월 후 폐업을 하더군요. ‘번개처럼 빠른 배달’에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이 승리한 셈이죠.”직접 찾아오는 고객과 배달주문의 비율은 비슷하다. 배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부분의 중국음식점과 다른 점이다. 주변 초등학교, 유치원의 입학·졸업식 때는 물론 길 건너 소극장에서 연극이라도 하는 날에는 줄을 설 정도로 붐빈다. 고객층은 어린이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하루 평균 매출은 80만원 선, 주말엔 평균 1백30만원 선으로 올라간다. 부대 비용을 제외한 한달 순수익은 7백만~9백만원 선.창업 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 9천만원 정도 소요됐다. 35평 점포의 인테리어비용이 가장 컸다. 평당 1백80만원 꼴로 들어가 총 6천3백만원을 실내 꾸미기에 썼다. 모자라는 비용은 중소기업청의 창업자금 대출로 해결했다.“자금이 모이는대로 인근 화정지구에 점포를 하나 더 낼 생각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감이 잡혔고 장래성도 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최고급과 최악만 있는 중국음식점 시장의 틈새를 정확하게 꿰뚫었다고 자부합니다.”◆‘감동 만점’ 서비스 무엇보다 중요‘계림’은 여러 면에서 돋보이는 마케팅 전략을 시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특히 CI(Corporate Identity·기업이미지 통일)작업을 통해 서비스 의도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배달 음식에 로고가 디자인된 종이 띠를 둘러 정성을 표시하고 포장은 전용 종이박스를 사용한다. 스티커나 전단을 살포하는 대신 소문이 나도록 서비스한다는 게 ‘계림’의 전략이다.실제로 안사장은 개업 당시 신문에 전단을 끼워넣은 것 말고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달 주문과 방문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구전효과가 탁월하다는 증거다.이 사업은 입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달에 중점을 둔다면 주택가 2층이나 지하라도 상관없다. 다만 ‘감동 만점’이 되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업이니 만큼 ‘맛’은 기본이다. ‘계림’ 체인의 경우 헤드헌팅 방식으로 솜씨 좋은 주방장을 섭외, 체인점에 파견하고 있다. (02)786-6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