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겐이치/光文社/328쪽/1999년/¥1,600

우리가 IMF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거쳐오면서 그 위기는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원인도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고의적인 개입 때문이라는 문제 제기가 설득력있게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 제기 과정속에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오마에 겐이치다. 우리에게 오마에 겐이치가 유명한 것은 99년7월부터 12월까지 세번에 걸쳐 한국 경제를 비판했는데 그 내용이 국내에선 대단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마에 겐이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 되었다. 우선 그의 말에 경청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오마에 겐이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맥킨지 일본 지사장을 역임했고 스탠퍼드 대학원 비즈니스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는 UCLA 대학원 정책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서구사회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경제평론가이다.<1인 승리의 경제학>의 저자가 바로 오마에 겐이치다. 이 책은 ‘다양화의 시대가 온다’라는 기존 경제 지식을 뒤집고 팔리는 것은 팔리고 팔리지 않는 것은 팔리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나이키나 타이타닉, 포케몬스터, 윈도 95를 보라고 그는 말한다. 오마에 겐이치는 이런 메가히트의 경제현상을 두고 ‘1인 승리의 경제’라고 잘라 말한다. 슈퍼스타가 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듯 메가히트를 기록한 상품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나간다. 세계경제도 ‘1인 승리 현상’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뉴욕 주식시장이 세계 경제의 중심을 이끌어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그는 진단한다.가장 우리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시 한국경제에 대한 비판이다. 그가 한국경제에 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으로 지목한 대상은 미국의 헤지펀드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이 한국에 많은 돈이 물려 이것이 미국경제의 부담이 되자 IMF를 통해 한국을 구제했다는 것이 그가 분석하는 시나리오다. 물론 돈은 일본과 유럽이 지원하고 미국은 유유히 빠졌다. 따라서 한국의 외환위기는 미국은행을 살리기 위한 패키지 일환이며 실질적인 미국의 경제적 점령정책이라는게 그의 결론이다. 또한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한국이 재벌을 해체하게 되면 뒤이어 미국은행들이 나서 한국기업들의 합병을 주도하게 되고 수수료는 고스란히 미국은행과 미국회계 사무소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면 설득력있게 들리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오마에 겐이치의 세계 경제 진단은 분명 유용한 시각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