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가 힘에 겹다고 느껴지거나 매일 밤을 새워도 일이 계속 쌓일 때는 자신이 동네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아야 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동네 축구식 업무의 폐해는 크다. 동네 축구식 경영을 반성해보고 지금이라도 프로 축구식 경영을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따져 보자.동네 축구와 프로 축구의 차이는 무엇일까. 게임 전체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모두가 공만 쫓아다니는 것이 동네 축구다. 수비가 뚫리건 말건, 중간 허리가 역할을 하건 못하건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그들에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공만 중요한 것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공의 진행방향이 어느 곳일지 생각도 하지 않고 모두가 공만 보고 공만 쫓아다닌다. 반면 프로 축구는 공보다는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중요시한다.연구소장인 홍전무는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심지어 명절 때까지 나와 밀린 업무를 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회사에 온 정력과 시간을 바쳐 오랜 시간 일을 하지만 업무는 항상 산더미다. 그를 관찰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에겐 일의 우선 순위가 없어 보인다. 회의 중에도 사장 전화를 받으면 “바쁘지 않다”며 회의장을 떠난다. 회의중인 십여명의 사람들은 전무가 나타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또 그는 일의 경중을 못 가리기로 유명하다. 사장이 지시한 일, 현장 문제 등 급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에 많은 정열과 시간을 투자한다. 반대로 지금 당장 급해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예를 들어, 투자를 결정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하다. 소중한 일을 뒤로 미루다보니 결국 급한 일이 되고 그런 악순환 속에서 그는 항상 바쁜 것이다.세상 일은 시급성과 중요성에 의해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급하고 동시에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치 않은 일,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도 중요치도 않은 일. 그중 우리는 주로 급한 일에 매달려 산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급하지만 중요치 않은 일에 많은 정력을 쏟는다. 반면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열심히 챙기고 뛰어 다니는 것 같지만 막상 중요한 일은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지금은 일이 안터져 평온해 보이지만 몇달 후 혹은 몇년 후엔 틀림없이 일이 터져 우리를 곤혹스럽게 할 일에는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홀하다.가정 일이건 회사 일이건 이런 사례는 주위에 허다하다. 급해 보이지만 곰곰 생각하면 나중에 하거나 위임해도 되는 일이 있다. 또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일의 중요도도 달라진다. 하지만 보편성을 지닌 중요한 일은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유명 앵커맨은 부인이 임신을 하자 방송국에 2년간 휴직을 신청했다. 애가 태어나고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자기는 집에서 부인과 애를 보살피겠다는 것이다. 직장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미친 짓이란 얘기를 듣겠지만 가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인들은 감동했다.직접 해본 사람은 아는 일이지만 체력소모는 동네 축구가 훨씬 심하다.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자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을 다 책임져야 하니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하지만 재미는 덜하다. 그저 공만 쫓아다니느라 정작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공격다운 공격, 수비다운 수비 한번 제대로 못하고 게임이 끝난다. 업무를 하다 힘에 겹다고 느껴지거나 매일 밤을 새워도 일이 계속 쌓일 때는 자신이 동네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뒤돌아 보아야 한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동네 축구식 업무의 폐해는 크다. 아무리 팀이 수세에 몰렸어도 코치가 직접 운동장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동안 동네 축구식 경영을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이라도 프로 축구를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곰곰이 따져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