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매수 세력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달러당 1천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전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외국인 주식순매수 행진과 월말 기업들의 네고물량으로 정부의 시장개입도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향방에 따라 단기적으로 1천1백원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원화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봇물처럼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만 27억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외국인들은 지난 1월과 2월엔 각각 15억8천만달러, 20억7천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왔다. 이에 따라 올들어 지금껏 들어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무려 63억달러에 달한다.지난해 1년간의 51억달러를 이미 크게 넘어섰을 정도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됐는데도 불구하고 단기투기성 외화자금이 쏟아져 들어온 결과 원화가치가 고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말을 맞아 기업들이 내놓은 수출 네고자금도 환율하락을 부추기고 있다.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하락의 주요인은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이지만 올해 경상수지흑자와 외국인투자 등으로 원화절상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심리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며 “환율 추가하락을 예상한 상당수 기관들이 더이상의 손해를 막기 위해 보유중인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외국인들은 원화절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려 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외환당국은 구두개입과 국책은행을 통한 정책매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율하락을 막으려 했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재경부는 달러 공급우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15억∼20억달러의 대우 해외채권을 사들이고 △6억달러 가량의 대우 수출환어음(DA)을 정산할 계획이다. 외환보유액을 올해안에 1천억달러까지 늘리고 하반기중 10억달러 규모의 해외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재경부 관계자는 “대규모 달러수요가 대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의 개입물량을 제외하면 달러 매수세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어서 원화절상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 있는 상태”라며 “당국의 개입능력에 대한 의심도 커지는 등 주변여건을 감안할 때 달러당 1천원대 진입이 임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규모가 관건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천1백10원선에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하락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문성진 씨티은행 지배인은 “일시적으로 1천1백원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피력되고 있어 추가하락은 어려울 것”이라며 “대우 해외부실채권 환매와 외채이자 상환 등 19억달러 가량의 수요가 대기하고 있어 환율은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외환은행 외화자금부의 이창훈 과장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천1백5원∼1천1백15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 정도와 정부의 정책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반면 한 시중은행 딜러는 “현재로서는 통화당국의 개입의지보다는 시장의 수급이 우선한다”며 “조만간 환율은 1천1백원선을 돌파하고 1천원선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원화절상 기조는 올 한해 지속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엔 1천원선에 이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