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엣말을 해야 알아들을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좁은 길을 가다보면 어깨를 부대끼기 일수다. 한푼이라도 깎자고 흥정하는 쏠쏠한 재미에 취하면 발길멎음이 잦아진다. 각설이의 ‘콩이니 팥이니’ 하는 소리나, 약장수의 시답잖은 과장도 살갑다. 덤을 주니마니 하면서 신변잡담을 나누다 말길이 트이고 이내 맞장구를 치다보면 금세 이웃사촌. 서울간 자식, 손자 이야기까지 술술 풀린다. 활어처럼 팔딱이는 생기가 좌판마다, 골목마다 넘실댄다. 살아있음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해 주는 산교실. 바로 장터다. 때맞춰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 or.kr)는 문화유산답사를 겸한 장터를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손에는 봄나물이나 장터 특산물을, 마음에는 푸근함을 싸갖고 올 수 있는 넉넉한 봄나들이 장소들이다.●고창장=전북 고창읍내의 고창천을 사이에 두고 3일과 8일에 채소전 가축전 어물전 잡화전 과일전 등으로 나뉘어져 열린다. 고창무, 땅콩, 수박, 배, 청결미 등이 특산물. 강정술로 이름난 복분자술과 산딸기술, 풍천장어 등도 장터의 단골상품이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선운사와 고창읍성, 상갑리 고인돌군 등을 함께 둘러본다면 봄날의 남도여행으로는 ‘OK’다.●안성장=경기도 안성의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2일과 7일에 선다. 대구 전주 등과 함께 조선시대 3대장에 들었을 정도로 큰 장이었던 곳으로 봄나물이 많고, 메주 장독방충망 등도 판매된다. 가볼만한 문화유적지로는 칠장사, 청룡사, 덕봉서원, 안성향교, 미리내성지 등이 있으며 늦봄에는 인근의 허다한 농원에서 싸게 맛난 딸기를 즐길 수 있다.●진천장=충북 진천읍 백곡천 고수부지주변과 공터에서 5일과 10일에 열린다. 5백여명의 상인이 몰리는 큰 장으로 산에서 나오는 다양한 봄나물과 잡곡은 물론 올갱이(다슬기)도 나온다. 촌로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는 한편에는 약장수 뻥튀기 등의 소란함이 여전한 시골장이다. 용화사 석불입상, 정송강사, 농다리, 진천향교 등의 유적지들이 인근에 있다.●화개장=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지역이 만나는 화개면에 1일과 6일에 서는 장으로 소설(김동리의 <역마 designtimesp=19653>)과 노래(조영남의 ‘화개장터’)로 널리 알려졌다. 지리산 산나물과 채소, 곡식 등이 장에 나온다. 장터를 둘러보고 은어가 산다는 섬진강과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 벚꽃길’을 둘러본다면 더없이 기억에 남는 봄나들이가 될 듯 싶다.●진부장=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옛시외버스터미널에서 5일장으로 열린다. 4월이면 과수묘목과 채소류 모종이 많이 나오고, 산지인 탓에 냉이 달래 쑥 더덕 등 산나물이 풍성하다. 특히 당귀는 전국 최고의 시장으로 70%가 나온다. 오가는 길에 들를만한 명승지로 오대산국립공원의 월정사 상원사 청심대 수다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