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의 ‘역사의 수레바퀴’가 70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있다.4월6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이사회 의장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의 경제 현안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70년전 벤자민 플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금융자본가 JP모건이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끝내기 위한 모종의 담판을 짓는 모습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미 연방 정부가 JP모건의 국영철도 운영권에 대해 독점금지법으로 제소해 이를 분할하려하자 JP모건은 각종 금융기관에 뿌려놓았던 자본을 회수함으로써 미국 금융권의 도산을 가져왔고, 이는 경제대공황으로 이어졌다.7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3일(미국 현지시간) 세계 최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금지법 위반 재판을 맡은 미 연방지법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셔먼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우선 이번 판결은 MS의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점 외에 MS의 향후 사업에도 제동을 걸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판결로 윈도의 경쟁진영인 리눅스업계뿐 아니라 경쟁 소프트웨어업체들에게 약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이미 이같은 분위기는 판결이 임박하면서 IT업체 리더그룹에서부터 시작됐다. IT 업계 거인 IBM은 지난 1월 리눅스를 기본 OS로 채택하겠다고 선언해 MS 윈도 독재 타도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또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인수한 넷스케이프는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전시회에서 지난 97년8월 4.0 버전이 나온지 2년반만에 6.0 버전 시험판 발표회를 개최해 마이크로소프트로 인해 추락한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을 이번에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도 이미 한국 리눅스 업체의 연합체인 앨릭스가 MS의 윈도2000 발표일 하루 전날 리눅스 OS 배포판인 ‘앨릭스 리눅스’ 시험판을 인터넷상으로 무상공급하기 시작해 윈도2000의 세확장을 차단하는 김빼기 작전에 나섰다.◆ 물밑협상 변수 … 법정싸움 지속될듯주식시장의 경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돌발변수로 인한 시장의 침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법위반 판결 이후 나스닥은 연이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으나, 5일 들어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미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 연방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2차 물밑협상의 여부에 따라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MS 사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연방법원은 다음달 24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제재조치와 관련해 법정신문을 열 계획이다. 잭슨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한 미 법무부와 19개 주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제재안(벌과금 부과, 기업분할 등)에 대해 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 늦어도 28일까지 각각 제재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극적인 타결이 없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주정부의 제재안이 받아들여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소에 이은 상고로까지 가는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러 굴러 루스벨트의 자리엔 빌 클린턴을, JP모건의 자리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을 앉혀 놓고 있다. 이들의 결말이 70년전과 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