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은행권 짝짓기·부실 2금융권 정리작업 구체화될 듯 … 증권업계로 번질 가능성 높아
총선 뒤 경제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2차 금융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총선전 정치쟁점화를 우려해 금융개혁에선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로 버티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서울은행 처리를 시작으로 은행권 합병시나리오와 부실한 제2금융권의 정리작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총선 뒤 정부 주도의 은행합병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적자금이 바닥났으니 은행들이 알아서 움직여달라는 주문 쯤으로 해석한다.전문가들은 금융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경제에 큰 짐이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은행이 올해부턴 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 은행 주가는 주당 1천∼2천원대에 불과하다. 시장이 평가한 금융개혁의 현주소인 셈이다.이에 따라 금융계에선 벌써부터 구체적인 짝짓기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은행산업의 구도는 앞으로 △우량은행간 합병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 은행간 합병 △독자생존 등 세 갈래로 그려진다. 현재 17개인 일반은행이 내년엔 10개 안팎으로 줄 것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투신권 구조조정도 큰 관심거리가장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소매금융 전문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설이다. 자산규모 1, 3위인 두 우량은행을 합쳐 명실상부한 선도은행(리딩뱅크)을만든다는 것이다. 이 금감위원장은 “우량한 금융회사가 손을 잡는다면 규모의 경제와 선발효과가 맞물려 대폭의 주가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우량하지만 규모가 작은 신한 하나 한미은행은 우선 체력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독일 알리안츠의 투자를 끌어들였고 한미은행이 미국 칼라일의 지분참여에 매달리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합병대열 동참은 그 뒷수순이다.정부가 대주주(공적자금 투입)인 한빛 조흥 외환은행의 경우 주가가 워낙 떨어져 자발적인 운신이 어렵다. 다만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면 정부지분을 넘길 때 모종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6개 지방은행은 하나의 지주회사 밑에 독립된 금융회사로 뭉치는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프랑스의 지주회사인 CIC가 10개 부실 중소은행을 모아 모두 정상화시키는데 성공한 사례가 그 모델이다.투신권 구조조정도 큰 관심거리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부실문제는 오는 7월 채권시가평가 실시를 전후해 운용-판매 분리, 합병 검토 등으로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다른 투신운용사들은 대우채 손실에도 불구, 대주주들이 충분히 살려나갈 여지가 많아 대대적인 합병 바람은 일기 어려워 보인다.증권업계는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수수료 인하, 사이버거래 증가로 영업환경이 열악해져 몇몇 중소회사의 경영애로가 예상된다. 매각대상인 대우증권의 향배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고 2차, 3차 수수료 인하경쟁이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밖에 종합금융 상호신용금고 등은 정부의 발전방안에 따라 업종전환이나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