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디플레이션·경제 위기 겪으며 확산 … 환경 비슷한 호주·일본 제도 배울만

부동산증권화는 90년대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각국의 부동산시장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증권화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초기에 주택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오피스, 상가, 토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경우 1997년 전체 미국 채권시장 잔고에서 자산담보증권(ABS)과 주택저당증권(MBS)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였으며, 금액으로는 1조8천32억달러에 이르렀다.이중 공공보증기관의 MBS는 15%였고, 민간 MBS와 ABS는 4%였다. 상품별 금액을 보면 공공기관 MBS가 1조4천4백80억달러, 민간MBS가 2천5백80억달러 등 MBS가 1조7천60억달러였고,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은 1천3백63억달러였다. 한편 주식형인 리츠(REITs)는 1998년말 현재 총주식가치가 1천3백83억달러로 CMBS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이 되고 있다.◆ 부동산증권화는 유동성 부여가 핵심이와 같은 부동산증권화를 촉발시킨 것은 자산디플레이션과 경제위기였다. 우선 미국의 주택저당증권제도를 보자. 경제대공황 후 주택자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1938년 주택저당증권 보증기관인 연방저당금고(Fannie Mae, 페니매)가 연방정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 페니매는 주택자금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주택대출채권을 매입하고 보유하는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 환류된 자금이 다시금 주택대출자금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70년대 들어서 페니매가 자신이 매입한 주택대출채권을 MBS로 증권화해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MBS시장이 열리게 되었다.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부동산증권화는 80년대 자산디플레이션과 주택대출조합(S&L) 위기 이후 크게 질적 전환을 하게 된다. 당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정리신탁공사(RTC)는 부실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동산증권화와 관련된 각종 신기법을 도입했고 부동산증권시장은 이 과정에서 크게 발전했다. MBS만이 아니라 CMBS시장이 창출되었고, 토지나 무수익자산의 신속한 처분을 위한 각종 신기법이 발전했다.부동산증권화는 큰 덩어리의 부동산을 잘게 쪼개진 소액의 증권으로 만들어 유동성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한편으로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위기에 빠진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탈출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증권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안정된 이자나 배당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가 자산디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고, 발전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호주의 경우도 이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호주에서는 비상장부동산신탁증권(unlisted property trust, UPT)이 부동산의 주요한 투자수단이었다. UPT는 소액으로도 부동산투자를 해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때 크게 붐을 이루었으나 80년대 후반 자산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급격히 붕괴되었다.당시 UPT는 투자자가 환매를 요구할 경우 60일 이내에 투자자금을 돌려주어야 했는데, 자산디플레이션 시기에 부동산매각에 실패하면서 환매 요구에 응하지 못함으로써 파산 위기를 맞았다. 이에 호주정부는 1년간 상환금 유예조치를 취하고, UPT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UPT를 상장부동산신탁증권(listed property trust, LPT)으로 바꾸어 주는 조치를 취했다. LPT는 미국의 리츠와 동일한 제도로서 이제 과거 UPT 투자자는 LPT 전환을 통해 필요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자신의 증권을 매각해 투자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었다.이후 호주의 LPT는 이런 장점을 이용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호주 주식시장의 5%(2백60억호주달러)가 LPT주식이며, 하나의 LPT의 크기는 5억호주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그 결과 호주내 투자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22%가 증권화될 정도로 투자규모가 커졌으며, 외국인들이 전체 LPT의 10%를 보유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그런데 호주의 LPT 중에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증권화에 상당한 시사를 줄 수 있는 사례가 있다. 호주 시드니의 중심가인 조지 스트리트 400번지에 위치한 복합빌딩은 개발사업을 LPT로 증권화해 성공시킨 사례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증권화가 완공된 건물이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이 사업은 개발사업 자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BT 시드니개발신탁’이라고 명명된 이 LPT는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이미 상장된 오피스 전문 LPT 주주들을 대상으로 80%의 주식을 모집하고, 나머지 20%만을 일반 공모했다. 그리고 완공 후에는 이 LPT가 빌딩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도록 했다. 투자자가 부담하는 개발자금은 3회에 걸쳐분납토록 함으로써 자금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러한 개발신탁은 개발사업의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우리나라의 부동산증권화 방식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호주 이외에도 외환위기와 경제위기를 겪은 대부분의 아시아국가에서 부동산 증권화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98년 이후 일본, 홍콩, 태국이 MBS, ABS제도를 도입했고, 리츠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부동산환경이 우리와 대단히 유사하고, 장기간 자산디플레이션과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일본도 미국식 리츠제도 조만간 입법일본은 98년9월 특정목적회사(SPC)법을 제정함으로써 리스크가 큰 불량 채권과 부동산을 증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SPC법에서는 리스크가 큰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서 정보공시, 기업지배 기능이 강화되었고, 채권과 주식을 동시에 발행하는 새로운 자금조달방안이 제시되었다. 여기서 주식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동산의 고위험 고수익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그리고 각종 세금을 면제해줌으로써 부동산증권의 수익을 제고했다. 면세 조치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동산증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취해지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법인세 면제에 더해 부동산관련세금도 경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거래세가 높기 때문에 취해진 배려라고 할 수 있다.이 결과 98년9월 이후 일본에서 SPC를 이용한 증권 발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위 일본형 리츠(J-REITs)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즉 ABS와 같은 채권과 리츠같은 주식의 혼합형으로서 부동산증권을 발행하게 함으로써 절충적 투자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장성은 미국식 리츠제도를 조만간 입법해 주식형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