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8239테헤란밸리. 서울벤처밸리로 명칭을 바꿔 부르기도 하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테헤란밸리라고 부른다. 과거 70년대, 강남 영동지구가 한창 개발중일 때 이곳 테헤란로가 미래의 한국을 움직이는 중심도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예언은 적중했고 지금의 테헤란로는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중심지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삼성역에서 강남역까지 시원스럽게 쭉 뻗은 왕복 8차선 도로. 개발 당시만 해도 과수원밖에 없는 지역에 쓸데없이 길만 넓게 뚫었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길을 두배로 늘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도로 양쪽에는 뉴욕의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고층 빌딩들이 도열하듯 서 있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업계의 내로라하는 굵직굵직한 업체들이 뒤질세라 속속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비롯해 정보통신 관련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대기업 계열 정보통신 업체뿐 아니라 신생 벤처기업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테헤란로에 정보통신 업체가 몰리는 이유를 링크인터내셔널의 정혜숙 사장은 “테헤란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 등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정보 교환이 용이해 이곳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덕택(?)에 이 도로는 하루종일 상습 정체지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교통체증보다 더한 몸살과 고통을 겪고 있다.◆ 코스닥 시장 주가 하락 위기설 부채질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위기설 태풍에 휘말리지 않은 벤처기업은 없다. 공교롭게도 위기설과 맞물려 정보통신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 주가가 바닥 깊은줄 모르고 하락하고 있어 위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물론 현재 코스닥 시장 주가 하락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영향을 받은바 크다. 나스닥 지수를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법 위반 소송에 따른 기업 분할설로 불과 4개월 사이에 시가총액이 2천8백억달러(약 3백10조원)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말 6천2백40억달러에 달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4개월 사이에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그 뿐만 아니라 세계 정보통신 흐름을 주도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주가도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또 일본 인터넷 업체 2위로 성장한 히카리통신의 주가는 20만엔대에서 10분의1인 2만엔까지 떨어졌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인터넷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의 경우 인터넷 폰(다이얼패드) 서비스를 발표해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 2월 최고 30만8백원(액면가 5천원으로 계산하면 3백8만원)까지 치솟던 주가가 4월말 현재 4만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은 다이얼패드 사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표 당시만큼 폭발적이지 못했고 동종 업체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수익구조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와함께 지난 4월14일 뉴욕증시 폭락과 17일 전세계 증시에 불어닥친 블랙먼데이 수렁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터넷 관련 첨단 기업들의 분위기는 곧바로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가시적이지 않은 인터넷 산업은 거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취약한 수익구조로 구성된 인터넷 벤처기업은 점차 투자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초창기, 소위 1세대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포털 허브 등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개념을 앞세워 사업을 시작했다. 회원 확보만 확실하면 광고 수입은 앉아서 벌어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투자자들도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면 서로 투자하겠다고 앞을 다투었다. 코스닥 시장에 내놓자마자 주가도 폭등했다. 그러나 지금 광고가 수익모델이라고 내세우는 인터넷 벤처기업은 바보 소리 듣기 십상이다. 회원이 많다는 점은 이제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다. 계획서 하나만 내밀어도 투자 유치가 수월했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1백80도 달라졌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는 따가운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벤처캐피털들은 수익구조가 보이지 않는 인터넷 벤처기업들, 특히 커뮤니티 중심의 사이트에는 투자를 자제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무한기술투자 황태철 팀장은 “커뮤니티 중심의 사이트는 이전부터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광고를 제외한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사이트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코스닥 등록 인터넷 벤처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해 투자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한다면 전처럼 또다시 주가가 폭등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덧붙인다.TG벤처의 송영석 책임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정도 줄인 상태”라면서 “벤처캐피털들은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해당분야에서 확실한 위치에 있는 1~2위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밝힌다. 아무래도 수익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이트 중심의 인터넷 벤처기업보다 기술력있는 제조업 기반의 벤처업체에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이런 분위기와 다르게 인터넷 벤처기업들 가운데 자금면에서 의외로 담담한 곳도 많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에 있는 업체들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지금의 분위기에서 곧 벗어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한소프트 홍계숙 차장은 “현재 코스닥 주가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거품제거 계기로 작용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옥석을 가리는 과정중에 하나가 거품제거다. 벤처기업 거품논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기술 업체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거품이 끼였네’ ‘거품이 꺼져야 한다’는 등 인터넷 벤처기업에는 항상 ‘거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특히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은 더했다. 그리고 인터넷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당사자들도 거품을 인정한다. 외부 평가에 비해 돈을 벌어 들이는 구조가 취약한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거품이나 옥석가리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최근 벤처기업 위기설이 국내 6천여 전체 벤처기업이 처한 상황으로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 기반의 벤처기업중엔 자금조달, 비즈니스 모델 부재라는 요즘 불안요소와는 무관한 업체들이 많다. 따라서 벤처기업 위기설 중심에 있는 업체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의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한 업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여기에 인터넷 붐을 타고 최근 창업에 나선 후발 업체들이 자금면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코리아인터넷홀딩스(KIH) 김동재 사장은 “지금의 현상은 인터넷 초창기에서 성숙단계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올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고 살아남기 위해 벤처기업간에 전략적 제휴, M&A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사장은 또 “현재 위기는 내부 문제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주가 하락 등 외부 충격에 의해 진행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근본적으로 인간 생활에 도움을 주는 순가치 창출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 좀 구해달라” 인력난 호소코스닥 시장 건전화 발표 이후 20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이 결정된 것도 테헤란로 벤처기업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테헤란로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임대료 연체로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월드2000의 정완희 실장은 “최근 신축한 안암타워는 분양 2개월만에 입주가 완료됐다”면서 “벤처기업들 중에는 사무실을 구하기 힘들어 사업자 등록을 위해 작은 평수에 입주했다가 다시 큰 평수로 옮기는 사례가 잦아 이런 모습이 임대료 문제와 연관해서 비춰진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인터넷 벤처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력문제를 호소한다. 사람 구해 달라는 얘기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인력이동 문제와 관련해 드림위즈 김정수 홍보실장은 “주가 하락으로 스톡옵션보다 높은 연봉을 선호한다는 소문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에서 벤처로 옮겼던 사람들의 U턴 현상은 확대된 면이 많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벤처에서 벤처로 필요한 사람을 빼가는 사례가 잦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포진한 1천5백여개 벤처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는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이다. 그리고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선두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거품제거와 함께 옥석을 가리기 위한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서도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전략적 제휴에서 탈락한 인터넷 벤처기업은 장래가 보장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인터뷰 / 옥션의 이금룡 사장“아이디어·변신 늦으면 도태”▶ 최근 인터넷 벤처기업 위기설이 팽배하고 있습니다.자금 보유 능력에 따라 위기를 느끼는 감이 다르다고 봅니다. 특히 인터넷 벤처 기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곳의 타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수익모델이 좋아도 투자금을 유치하는게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코스닥 주가의 하락으로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지요. 뚜렷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 아니, 갖고 있지 못하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현상은 인터넷 벤처기업이 말 그대로 벤처에서 좋은 기업으로 자리잡고 내실을 튼튼히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문 경영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커뮤니티 형성으로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이것을 수익과 연결하는 마인드가 부족했습니다. 가입자를 확보하면 광고 수입은 저절로 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기업은 수익을 내는 이익 집단입니다. 하루 하루 수익이 얼마가 발생했느냐를 면밀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수익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거품이라면 경영 자체에 거품이 있었겠지요. 경영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수익모델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최고가를 호가하던 인터넷 벤처 기업들의 주가가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주식가치는 기업의 미래 가치입니다. 기업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주식 가치가 오를리 없지요. 인터넷 초창기에는 인터넷 벤처기업이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에 주식이 폭등했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했지요. 당연히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그게 시장 논리입니다. 과거 전통산업 사회에서는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는 스피드 경영이 관건입니다. 결정이 느리고 잠시 주춤하면 여지없이 도태되지요. 또 주가라는 것은 여러 변수에 의해 작용하는 것 아닙니까. 거래소 시장도 마찬가지구요. 코스닥 주가 변동을 나스닥과 자주 비교를 합니다. 벤치마크할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4천8백여 기업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나스닥과의 비교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리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탄탄한 기술력과 비전을 갖춘 회사라면 그 회사 주가는 상승하는게 원리지요. 한 예로 모 회사는 액면가 2백원짜리 주식을 4만원에 일반 공모한 결과 4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예가 있습니다.▶ 인터넷 벤처기업이 롱런하려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경영자의 글로벌 네트워크 마인드가 우선입니다. 혼자 모든 것을 움켜쥐고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제휴를 통해 서로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필요하면 전문 경영인을 과감히 영입해야 합니다. 그것이 네트워크 시대의 경영방식입니다. 미국의 경우 회사가 설립되면 경영 관리 개발전문 등 각자 역할에 맞는 전문가 운영체제를 갖춰 경쟁 시대에 회사가 살아갈 방도를 빠르게 모색합니다. 설립자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이지요.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