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최소화로 저요금 실현 … 설립 1년만에 도쿄거래소 정회원 입성

지난 2월2일 오후 9시 도쿄 록본기에서 열린 빗트밸리 어소시에이션(인터넷관련 벤처기업 및 투자가 모임) 주최 교류회에 20, 30대 벤처기업 사장과 대기업의 인터넷사업담당자, 은행 및 증권회사의 컨설턴트, 매스컴관계자 등 2천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스위스로부터 전세비행기를 타고온 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열린 2월 교류회의 연설자는 마쓰모토 오키 마넥스증권사장(36).그는 “청중 앞에서 말하는게 서툴지만…”이라며 운을 뗀 다음 목소리에 힘을 넣기 시작했다. 비즈니스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고 증자도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며칠전 미국 투자자로부터 일본은 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물론이다. 인터넷 보급으로 일본도 변하고 있다. 지금부터 더욱더 변할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일본에서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회사는 50여개. 그 가운데 마쓰모토사장이 소니와 절반씩 출자, 99년4월에 설립한 마넥스증권이 간판으로 통한다. 주식매매수수료가 자유화된 99년10월1일부터 영업을 개시, 올 3월말까지 획득한 계좌수는 5만1천3백10개. 예금자산은 약 1천3백10억엔에 이른다. 이같은 증가율은 인터넷증권의 벤처기업 가운데 톱클라스다.마넥스증권의 고속성장의 배경은 값싼 수수료.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시장가 주문으로 매매금액(약정금액) 1백20만엔까지는 일률적으로 1천엔을 받는다. 일본내에서 가장 싸다. 올 4월부터는 1백20만∼2백만엔까지의 거래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내렸다.저가격노선은 마쓰모토사장의 인터넷비즈니스 기본철학. 마넥스증권의 사원은 약 30명. 잉여인력이 없다. 지점도 필요없다. 선전광고비도 거의 쓰지 않는다. 경비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조건들을 활용, 저요금을 실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요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마쓰모토사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해부터 마넥스증권에서 매매를 시작한 30대 투자자는 “다른 증권사의 홈페이지에서 살 주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 실제 매매는 수수료가 싼 마넥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냉정한 전략가’로 통하는 마쓰모토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63년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서 태어났다. 명문 가이세이 중·고교를 거쳐 도쿄대학 법학부를 87년에 졸업했다.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거쳤다. 그러나 취직을 하면서 엘리트코스에서 벗어났다. 중앙관청의 고급관료 캐리어를 겨냥하지 않았다. 버블로 한창 잘 나가던 금융기관이나 대형 제조업도 안중에 없었다. 결국 외자계 살로몬 브라더스 아시아증권을 택했다. 지금은 외자계 금융기관도 취직랭킹 상위에 끼여들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달랐다. 특히 도쿄대 법대출신이 외자계 금융기관에 입사한 것은 파격이었다.마쓰모토사장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살로몬 브라더스를 선택했다. 도쿄대 재학중 여름방학을 이용, 미국의 태프트대학에 유학했다. 그러나 기숙사의 같은 방 동료인 프랑스학생과도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때의 열등감이 외자계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살로몬 입사 이후 뉴욕연수 때 영어를 터득했다. 딜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존 메리웨더 밑에서 금융기법까지 익혔다. 연수후 일본에 돌아와서는 금융파생상품의 딜링에 몰두했다.그러나 윗사람과의 불화로 90년 삭스 증권의 도쿄지점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엔금리 파생상품과 불량채권의 증권화 등 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입사한지 2년만인 92년에 약관 28세로 부사장에 취임했다. 94년11월에는 최연소 공동경영자(제너럴 파트너) 자리에 올랐다. 마쓰모토사장은 인터넷증권회사에 관심을 쏟았다. 인터넷을 활용, 개인용 금융분야 진출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인터넷증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98년10월 사표를 내던졌다.◆ 이데이 소니 사장 설득시킨 창업 열정그는 11월말에 회사를 떠남과 동시에 마넥스증권 설립에 나섰다. 이때 행운이 닥쳤다. 바로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사장과의 만남이다. 사표가 수리되기 바로 전에 시내 요리점에서 이데이 사장을 만났다. 친구의 소개로 예정에 없던 약속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그는 첫 대면한 이데이 사장에게 인터넷증권의 장래성과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소니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설명했다. 이때의 인연이 소니를 마넥스증권 설립에 끌어들일 수 있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99년4월 소니와 절반씩 출자, 마넥스를 설립했다.이데이 사장은 8월에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 “마쓰모토사장의 창업가 정신을 밀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소니의 자본참여는 마넥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올 2월10일 마넥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신탁인 ‘매사추세츠 인베스터즈 트러스트’를 인터넷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발매했다. 이 신탁을 운용하는 일본법인의 로버트 디베라사장은 “소니의 자본참여가 제휴를 맺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회사설립 이후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행운의 하나였다. 지난 3월에는 닛케이 평균주가가 2만엔대를 회복하면서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서버의 장애로 서비스가 전면중단된 사건이 3일 연휴 전날 오후 2시30분에 일어난 것도 불행중 다행이었다. 지난 2월10일 하드웨어의 장애로 마넥스의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었다. 마쓰모토사장은 3일을 꼬박 뜬눈으로 보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 것은 단 두차례. 소고기 덮밥을 먹으러 간 것과 담배 피우러 나간 것 뿐이었다. 그는 2월13일 오후 8시20분 서비스를 재개시켰다.이같은 행운들이 우연히 찾아온 것은 물론 아니다. 마쓰모토사장은 정보수집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한다. 아침 7시30분에 출근한 다음 하루종일 일을 한다. 그런 다음 매일 저녁 모임을 갖는다. 이를 통해 인맥을 형성해간다.이뿐만 아니다. 아예 5명의 저명한 인사들로 짜여진 자문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대형슈퍼업체인 이토요카도의 스즈키 도시후미 사장,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전부의장인 데이빗 머린즈 등이 멤버다. 머린즈 전부의장을 제외한 멤버들은 3개월에 한번씩 만나 경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그는 시간이 나면 홈페이지를 검색한다. 서점이나 편의점에 가서 잡지를 읽는다. 유저들이 보낸 전자메일을 직접 확인한다. 3개월에 한차례씩 유저대표들을 초청,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인터넷 분야에서 진로를 예견할 수 있는 선도자는 없다.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설명한다.마넥스증권은 지난 4월1일 도쿄증권거래소의 정회원이 됐다. 조만간 주식인수를 인가받을 예정이다. 주간사로서 신규상장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다.“마넥스는 인터넷 벤처기업이면서 인터넷벤처의 주식을 인수하는 증권사가 될 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활용, 보통의 소비자들도 구입이 가능한 주가로 인터넷기업의 상장을 추진하고 싶다.” 마쓰모토 사장은 지금이 바로 그러한 전략을 짜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