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홍상수 감독은 세번째 영화에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제1회 전주 국제영화제 개막작 <오!수정 designtimesp=19742>은 터럭만큼의 연민도 없는 냉소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살아 있는 작품.방송작가 수정(이은주)과 부잣집 아들 재훈(정보석), PD 영수(문성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의 환상을 까발린다.영화는 같은 사건을 각각 수정과 재훈의 입장에서 두번 보여준다. ‘객관적인’사건이 전혀 다르게 기억되고 있음을 지켜보면 ‘내가 정말로 본 것은 무엇이었는가’ 의심스럽게 된다.그래도 홍감독은 나름대로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그가 웃길 줄 안다는 것이 놀랍다. <오! 수정 designtimesp=19749>의 영어 제목은 로, 우디 앨런식의 섹스 코미디를 연상시킨다.한국영화로는 30년만에 흑백으로 만들어진 것도 기억할 만하다. 감독은 “컬러는 보는 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를 준다. 흑과 백으로 단순화된 화면은 인물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시사회장에는 간간이 외국인들이 눈에 띄어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designtimesp=19755> <강원도의 힘 designtimesp=19756> 단 두편으로 ‘작가’ 칭호를 얻은 홍감독에게 쏟아지는 국제적 관심을 실감케 했다.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 영화 - 쉘 위 댄스‘춤바람’으로 자아찾기아빠에게도 청춘은 있다. 그런데 성실한 직장인으로, 가장으로 살아가는 40대를 보면 문득 이 당연한 사실을 잊게 되곤 한다. 심지어는 본인도 잊고마는 것 같다.<쉘 위 댄스 designtimesp=19765>는 처음으로 삶의 즐거움을 찾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깔끔하게 담은 영화.남부러울 것 없는 중년의 샐러리맨 스기야마는 어느 날부턴가 지하철 창문에서 바라본 댄스 교습소의 간판이 잊혀지지 않는다. 긴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교습소에 등록해보니, 많은 남자들이 그곳에 있다. 어딘가 홀린 남편을 의심한 아내는 사립 탐정을 고용하고 그가 여자가 아닌 춤에 빠졌다는 것을 알자 비로소 남편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잃어버린 쾌락을 찾아가는 남자의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눈물겹다. <우나기 designtimesp=19770>의 야쿠쇼 코지가 춤바람 난 중년을 연기한다. 역대 일본 영화 중 미국 내 흥행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