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윤곽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투자신탁회사의 경우 부실의 대명사가 돼 버린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을 각각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로 분리하고 증권사끼리는 합병시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현대투신은 대주주인 현대 책임 아래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은행의 경우 합병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량은행간 또는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 합병 시나리오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또한 신용금고 등 서민금고는 지방은행으로 확대 개편되거나 지역밀착형 전문 금융기관으로 육성된다. 금융지주회사법이 만들어지면 금융지주회사를 세워 자회사로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연말이면 금융전업그룹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면 금융전업그룹도 출현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3일 재정경제부 출입기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 “금융감독원 추산 결과 2단계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는 30조원 플러스 알파”이며 “알파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합병할 경우 지원해줄 자금으로 10조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민간연구기관이 공적자금 소요액이 30조∼4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적은 있어도 정부 고위 당국자 입에서 40조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특히 합병 지원 자금으로 10조원 가량이 든다는 언급은 은행간 2차 합병이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이수석은 금융기관간 합병이 정부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처럼 대형화에 인센티브를 줘 자율적으로 이뤄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은행간 합병에 10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계산까지 해둔 상태에서 업계에 전적으로 합병 여부를 맡긴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정부가 이 문제에 간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수석은 “독일과 일본의 경우 은행끼리 합병하면 자산규모에서 세계 5위권에 들지만 국내 은행들은 합병을 해도 잘해야 50위권이나 70위권”이라고 말했다. 또 “규모의 대형화도 중요하지만 소형은행의 경우 전문화와 경영혁신으로 생존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구조조정이 우량은행의 대형화와 중소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의 전문화·특화라는 두 방향으로 진행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필요한 공적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가급적 이미 투입한 64조원을 회수해 사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차입을 한다든지 무보증채를 발행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무보증채를 대거 발행할 경우 금리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이자부담이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무보증채를 발행해도 금리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 동의를 받는 공적자금을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약속을 지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힘을 주었다.하지만 예금보험공사 자체 힘만으로 30조∼4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또 예보가 발행하는 채권 원리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정부가 지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함으로써 한푼이라도 이자를 아끼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