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벤처 인력 수요 급증, 올 시장 1천억원대 폭발세

헤드헌팅업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초부터 본격화된 인재와의 전쟁에 ‘인재’라는 무기를 판매하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헤드헌팅업체는 줄잡아 1백30여곳. 이 가운데 활동이 두드러진 곳은 유니코써어치, KK컨설팅, 탑경영컨설팅, 보이든, 암롭, 드림서어치, 아데코휴먼써어치, 서울써어치 등 20여개 업체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 콘페리 등 외국계 현지법인들도 국내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들 업체들이 얼마나 특수를 누리고 있느냐는 최근 일이 폭증하면서 부족한 전문컨설턴트, 리서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데코휴먼써어치 최정아 사장은 “컨설턴트가 모자라 경쟁 헤드헌터에게 의뢰한 상태”라며 “헤드헌터가 헤드헌터를 통해 인력을 수급할 정도로 시장이 폭발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기업에서 일고 있는 인재와의 전쟁이 헤드헌팅업체간의 인재전쟁을 불러 일으키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인재와의 전쟁은 헤드헌터 시장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고객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외국기업이 줄어든 대신 국내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헤드헌팅협회(Korea Executive Search Consultant Associate)에 따르면 국내기업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10~30% 정도 늘었다. 새로 설립된 헤드헌팅업체들은 대부분 정보통신분야 인재알선업체들이다. 정보통신분야 인재알선에 주력하고 있는 드림서어치(대표 이병숙)도 올 1/4분기에만 1백여명의 인재를 알선했는데 이 가운데 80여명은 벤처기업에 소개해 주었다.또 신생벤처인 경우 CEO를 포함한 임원 등 수십명을 동시에 찾아달라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유니코써어치 유순신 부사장은 “어떤 기업은 벤처사업을 준비중인데 사장부터 임원 등 중간 간부 20여명을 모두 찾아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처럼 벤처인력 알선주문이 폭증하자 아예 전문팀을 구성했다.◆ 업체만 1백30여곳 활동헤드헌터들의 주수입원은 인재를 소개해주고 받는 수수료다. 글로벌 표준은 연봉의 1/3(33.3%)이지만 국내에서는 평균 20~30%를 받고 있다. 새로 설립된 업체의 경우 15%를 받는 업체도 있다.탑경영컨설팅 고강식 사장은 “15%는 덤핑에 가깝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신생 헤드헌터들이 시장진입을 위해 수수료를 내리고 있어 시장질서를 깨고 있다”며 “20~30%도 헤드헌터 업계가 노동부와 수수료 현실화 투쟁을 통해 얻은 결과로 아직도 비싼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과거에는 헤드헌터를 단순한 직업소개소로 분류, 수수료를 월급의 20%로 지정했던 것.인력 이동이 잦아지면서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을 ‘빼가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봤다면 최근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주는 전문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탑경영컨설팅 고사장은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지만 훌륭한 인재는 특정기업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의 공유재산이라는 생각은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투명해지고 선진화하려면 외부인사 수용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헤드헌터들의 특수와 함께 최근 일반 기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인력 확보를 위해 헤드헌팅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반도체 회사인 M사는 고급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헤드헌팅으로 사람을 고르고 있고,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S사는 전직 헤드헌터를 스카우트해 임원으로 앉히고 사람을 뽑고 있다. 또 국내 대규모 기업 계열사인 L전자도 헤드헌팅팀을 별도로 구성해 인재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팀 구성, 알선 발벗고 나서관련업계에서는 올해 헤드헌터 시장은 약 1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벤처행을 택하는 인력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는 점과 대기업 등 일반업체에서도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를 찾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헤드헌터들의 ‘헌팅’ 프로세스는 철저한 비밀보장에서 시작한다. 특히 사장급 이상 고급인재 헌팅은 더 그렇다. 헤드헌터들은 고객의 의뢰를 받으면 바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뒤진다. 업체마다 적게는 1만5천개, 많게는 10만개 이상의 인재DB를 보유하고 있다.인재DB에서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시장에서 인재를 찾는 ‘헌팅’에 들어간다. 컨설턴트와 리서처가 시장조사를 거친 뒤 1차 후보자(Long list)를 고른다. 이렇게 해서 나온 1차 후보자들과의 인터뷰,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최종 후보자(Short list)를 선별하는데, 최소 2명에서 최대 7명까지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소견서를 붙여 보내는 것으로 일은 일단락난다. 고객이 후보자를 선택하고 수수료를 받지만 선택된 후보자가 6개월 내지 1년이내에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할 경우 헤드헌터들은 책임을 지고 새사람을 무료로 찾아줘야 한다.보이든인터내셔날의 임기순 사장은 “헤드헌팅은 고객사의 회장이 사장을 뽑는다고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이 찾는 CEO감은 한국인으로 깊이있는 국제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암롭인터내셔날 심인식 사장도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인재를 찾아준다”며 헤드헌터는 이력서를 토스(전달)해주는 단순 직업소개소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구인·구직자 서비스 “지금은 접속중”오프라인 헤드헌터 호황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인재를 찾아주는 사이버 인재알선 사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럭키넷(www.luckynet.co.kr)은 국내외 특허출원한 사이버 구인구직경매 사이트를 열고 서비스에 나섰다. 올해 1월3일부터 서비스에 나서 최근까지 등록된 정식 회원은 약 10만명. 이 서비스는 구직자는 높은 임금과 좋은 조건의 회사를, 구인회사는 낮은 임금에 우수한 인재를 구할 수 있도록 경매형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이 회사 박병철 사장은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에서 구직자는 높은 임금을 1순위로, 복지수준을 2순위로 선택할 수 있고, 구인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1순위로, 적정한 임금을 2순위로 놓고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럭키넷은 당분간 소개료 등 회원비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구인경매, 회원관리, 쇼핑몰 등 프로그램 판매와 광고로 수익을 올릴 방침이다.박사장은 “올해 구인구직 경매 프로그램 수출로 매출이 올라갈 것이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이브레인뱅크(www.ebrainbank.co.kr)는 올 6월부터 인터넷 업종만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인재알선 서비스를 시작한다.이 회사 김성창 부사장은 “구인구직알선 서비스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리쿠르팅 비즈니스다. 전통적인 헤드헌팅 사업은 오프라인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헤드헌팅업체인 로지콤코리아가 경력관리 개발 사이트(www.mysalarycap.com)를 오픈하고 구인구직자를 위한 서비스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