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기존 감정평가법인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정평가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국내에도 주식회사 형태의 감정평가법인이 생겼다. ‘대일지식그룹’의 일원으로 출발하는 대일에셋감정평가(이하 대일)가 그 주인공.“기존 감정평가법인과 같이 조직이 합명법인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정평가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대일의 김상기(59) 대표이사는 이렇게 회사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1월28일 지가공시법 개정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감정법인 설립이 가능해지자 곧바로 회사를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감정평가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천5백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기관이 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데다 감정평가와 관련된 정부예산도 감축됐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평가사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틈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이제까지의 감정평가 업무는 땅짚고 헤엄치기 같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개방되고, 경제 여건 자체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감정평가업도 이제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할 것입니다. 대일에셋감정평가 주식회사가 문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면 됩니다.”◆ 감정평가 업무만 30년 넘은 베테랑김대표는 감정평가 업무만 30년 넘게 맡아온 이 분야 전문가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회사 형태의 감정평가법인을 과감히 설립하게 된 것은 일선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67년 상업은행에서 감정업무를 담당하다 69년 한국감정원으로 옮겨 근무했다. 91년 퇴임과 동시 동국감정평가 법인을 창립했다. 우리나라 감정평가업의 역사를 직접 겪고 지켜본 원로인 셈이다.감정평가의 전통적인 업무는 공공토지와 공시지가 관련 감정평가, 금융기관 담보 감정평가, 재개발 재건축 사업 컨설팅, 경매 관련 감정평가 등이다. 김대표는 “기존의 감정평가 업무도 계속하지만 특히 새로운 시장 개척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안정된 곳을 떠나 새 법인을 설립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그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새로운 시장은 ABS·리츠 등 부동산금융 관련 평가와 기업가치 감정 평가, 특허권·상표권·실용신안권 등 무형고정자산 평가이다.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김대표는 이를 위해 조만간 회사 내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수익의 5%를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선점을 위해서다.“궁극적으로 차별화된 부동산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처음에는 변화에 한 발짝 앞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고객과 업계에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져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상기 대표는 시작하는 마음을 이렇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