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새 콘텐츠 양산 … 인적 네트워크 구축해야 세계 진출 가능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산업은 크게 두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기존 아날로그 영역의 디지털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에 촉발받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등장이다. 먼저 기존 아날로그 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화는 이미 전영역에 걸쳐 하나의 트렌드로 진행중이다.영화산업에서는 이미 제작과 상영부문의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디지털로 제작한 것이 그 예다. 상영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사의 DLP(Digital Light Processing)와 JVC-휴즈(Hughes)사의 ILA라는 영사기가 할리우드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영화부문에서 마지막 남은 배급분야의 디지털화도 이미 그 준비의 궤도에 올라 있다. JVC-휴즈는 이들의 자회사인 시네콤(CineComm)과 퀄콤(QualComm)의 합작을 통해 디지털화된 영화를 바로 위성으로 전송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그림 참조)비디오 산업에서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Digital Versatile Disc)의 부상으로 디지털화의 물결이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MPAA의 최근 자료를 보면 DVD 플레이어의 출고량은 1997년 35만대에서 1998년에는 1백10만대로, 그리고 1999년에는 4백10만대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타이틀의 숫자도 1997년에는 6백개, 1998년에는 1천5백개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에는 5천개로 늘어났다.영상산업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산업에서의 디지털화도 거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산업에서는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게임이라는 전통적인 축이 점점 다목적 디지털 기능을 구비한 비디오게임과 온라인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음악산업에서는 일찌감치 MP3 등 디지털 음악의 소비가 진행됐다.◆ 오프라인 각종 아이템 온라인 탈바꿈새로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등장은 아직까지는 주로 유통과 소비방법의 다양한 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화된 콘텐츠들을 온라인을 통해 유통하고 소비하는 서비스가 상업적인 수익사업으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PC와 인터넷의 파급이 확장되면서 또 다른 콘텐츠의 창출을 위하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도들은 정보·통신 영역에서의 사업들과 연계되어 기존에는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오프라인의 영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각종 아이템들을 온라인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양산하고 있다.예를 들어, 사람들과의 만남이 채팅이라는 온라인 형태를 가지고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부상하고 있다든지 고스톱, 포커, 경마 등 오프라인에서의 대표적인 놀이들이 인터넷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들이다.그런 점에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이다. ‘유희적 인간(Homo Ludens)’으로서 사람들의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들은 더욱 짙어질 것이고 여기에 디지털이 기술적 뒷받침을 함으로써 과거에는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엔터테인먼트의 모습들이 정립되어 나갈 것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최종 접점이 어디로 결정될 것인가는 지금 시점에서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최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화두가 단연 ‘융합’(fusion) 또는 ‘수렴’(convergence)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융합의 방향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엔터테인먼트산업 내부의 여러 영역들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까지 독립된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던 두개, 혹은 그 이상의 영역들이 하나의 상품으로 융합되는 것이다.예를 들어, 영화와 같은 게임은 이미 실현되고 있고 앞으로는 게임 같은 영화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의 줄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쌍방향 영화가 그것이다. 이것을 내적 융합(in-fusion)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융합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다른 산업 및 사회분야들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일어나는 융합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최근 들어서 그 자체의 폭발적인 위력도 엄청나지만 생활 전체에 확산되는 영향도 위력적이다. 각종 정보를 공급하고 제공하는 수단으로써 오락적인 요소를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Information+Entertainment)가 부각된다. 교육의 기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결국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Education+Entertainment)가 대두된다.내적 융합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융합은 외적 융합(ex-fusion)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수익모델 ‘지향점’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부상하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수익구조 모델도 창출되고 있다. 지금은 단순한 콘텐츠의 경쟁력만으로는 수익구조에서 아주 일부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뿐이다. 콘텐츠에서 시작해 파급되는 더 많은 수익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수익구조는 그것이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될 경우 이른바 ‘3C’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당연히 첫번째는 콘텐츠(Contents)이고 두번째는 커뮤니티(Community)이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른바 ‘충실한 고객’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다.이러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이미 상품의 수요자가 아니라 제작자로 변화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그들의 소비트렌드를 계속해 콘텐츠 제작에 반영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커뮤니티의 결집력이 확고하고 콘텐츠의 성격이 독창적인 것이라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유료서비스를 전개할 수도 있다.마지막으로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를 운영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3C’로 표현되는 수익구조의 요소에 최종적으로 하나의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창조(Creation)이다. 하나의 수익구조 모델은 또 다른 경쟁자에 의해 언제든지 모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자체와 수익구조 모델에 대한 끊임없는 창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켜야만 한다.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최근의 관심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세계시장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날로그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의 절대적인 열위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산업에의 관심과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엔터테인먼트산업이 한번 해볼 만하다고 평가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하지만 우리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약점들을 넘어서야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의 네트워크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최근 접점을 찾아 여러 영역들이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제작뿐만 아니라 수익구조 모델의 구축 같은 경영지식들도 요구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영역에서 지식들을 가지고 있는 개개의 사람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