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쏙 빠지고 ‘쫀득쫀득한 맛’ 오래 유지 … 하루 평균 매출 1백50만원선

솥뚜껑처럼 생긴 세라믹 내열자기에 조약돌만한 맥반석이 가득 붙어 있는 신기한 구이판. 그 위에서 구워진 고기는 이상하게도 마르거나 타지 않고 쫀득쫀득한 맛을 오래 유지한다.“무쇠 구이판에서 고기를 구우면 금세딱딱하게 굳으면서 타버립니다. 하지만 맥반석 위에서 구운 고기는 기름이 쏙 빠지면서도 육질은 그대로 살아 있지요. 한국사람은 물론이고 구이 좋아하는 일본인, 고기 특유의 노린내를 싫어하는 서양사람들까지 맛이 좋다고 칭찬입니다.”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구이전문점 ‘농부네’를 운영하는 박철생 사장(41)은 맥반석을 박은 구이판과 고기 맛 자랑에 침이 마른다. 그도 그럴것이 발명특허(24606호)에 의장등록(205129호)을 마친 예사롭지 않은 구이판이어서 농부네 체인점이 아닌 곳에서는 접하기조차 어렵다.◆ 국내외 관광객 ‘맛 좋다’ 칭찬“맥반석은 사우나탕 바닥재, 정수기 정화 물질, 찜질방 가열재 등으로 활용되는 신비한 돌입니다. 체액을 알칼리성으로 바꿔 항균, 항체 작용을 높여주고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지요. 또 중금속과 오염 물질을 빨아 들여 치료용으로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돌에 고기를 구우니 건강에 좋고 맛도 특별할 수 밖에요.”몇몇 매체를 통해 ‘맛있는 집’으로 소개되었을 만큼 농부네의 고기 맛은 유명하다. 맛이 좋은 음식점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게다가 인사동 초입에 위치한 입지 덕도 작용해 지난 2월 개업한 후로 하루 1백50만원선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메뉴는 돼지고기 삼겹살, 돼지갈비, 소갈비 등 고기류가 중심이다. 전북 부안산 흑미로 지은 가마솥밥도 인기 메뉴. 일본인 고객들이 자그마한 가마솥을 팔라며 심심찮게 요청할 정도다. 산사춘, 천대홍주와 같은 전통 술도 반응이 좋다.박사장은 자기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째 접어드는 베테랑 장사꾼이다.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접고 시작한 첫 사업은 냉면전문점. 이후 닭갈비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급기야 맥반석 구이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겉으로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업종을 바꾼 것 같지만 이면엔 남다른 사정이 있었다.“힘들여 터를 닦아 놓으면 똑같은 업종이 주변에 들어서 모방을 하는 겁니다. 유사 체인에 가입하거나 맛과 경영방식을 흉내내 경쟁을 부추겼지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마침 맥반석 구이판이 발명특허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도록 법적인 장치가 돼 있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토속적인 상호에 초가집 내부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등 한국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기엔 인사동에 자리를 잡는 것이 적격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웬만한 서울시내 A급 상권 시세를 능가하는 점포비용이 버거워 창업비용의 절반은 은행 대출에 의지했다.총 창업 비용은 2억원 정도 들어갔다. 50평 규모의 점포를 임대하는데 절반 이상 지출됐다. 보증금은 둘째치고 권리금이 만만치 않았다. 평당 1백25만원 꼴인 인테리어비용이 6천만원, 주방설비와 집기, 가맹비에 나머지를 썼다.“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지요. 하지만 인사동과 같은 중심 상권이 아니라 사무실 밀집지나 주택가에 자리를 잡는다면 창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메뉴이니 만큼 맛과 서비스만 탁월하다면 입지는 그리 중요치 않아요.”◆ “중심 상권 아니라도 경쟁력 있다”1인분 6천원 선인 저렴한 가격에 맥반석 구이판이라는 독특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굳이 상권을 따지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게 박사장의 조언이다.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간 만큼 매출도 상당하다. 월 4천5백만원의 매출 가운데 재료비가 55% 정도를 차지한다.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1천만원 수준. 입지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고기구이 전문점은 역사가 오래된 외식업종이다. 외식업체들은 어느 식재료보다 수요층이 두터운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고 그에 따라 석쇠구이, 솥뚜껑구이, 돌판구이 등 다양한 구이법이 선보였다. 맥반석 구이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구이법인 셈이다.경기도 이천 도자기 가마에서 섭씨 1천6백도 고온에서 만드는 맥반석 구이판은 세척 방법도 특이하다. 고기의 기름이 돌 속에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섭씨 6백도의 소각로에서 구이판을 가열, 기름을 모두 태워버린다. 농부네에서 사용한 구이판은 하루에 한번 이천 도자기 가마로 보내져 ‘세척’된 후 다시 점포로 배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박사장은 이 과정이 ‘별난 고기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현대를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고유 입맛에 대한 애착은 변함이 없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돼지고기와 쇠고기 요리에 아이디어를 접목한 맥반석 구이 전문점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독점력까지 갖춰 더욱 경쟁력이 있다. (02)568-8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