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키너(글렌 클로즈) 박사는 간병인의 휴가로 치매 노모를 돌보며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카드로 점을 보는 여자를 불러 점괘를 듣는다. 은행 매니저인 레베카(홀리 헌터)는 이상한 걸인 아줌마를 만난다. 유부남과 연애 중인 그녀는 어쩌면 마지막 임신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를 낙태한다. 홀로 열다섯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로즈(케시 베이커)는 그녀의 옆집에 이사온 난쟁이 알버트에게 호감을 갖는다.’겉보기에 별 문제 없는 ‘그녀들’은 실은 저마다 상실의 고통을 겪고 있다. 종일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죽어간다. 어쩌면 이젠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뱃속의 아이를 없앤다. 그녀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designtimesp=19843> 이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작은 이야기들을 조각 조각 모았다. 산부인과 의사, 은행 매니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5개의 에피소드는 일관되게 삶에 목말라하는 여성들을 그리고 있다.정중동이라 했던가, 감독은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건은 극히 축소돼 있고 배우들은 최소한의 표정과 움직임만 보여준다. 카메라 또한 느리게 움직인다.그러나 카드로 점을 보는 여인이 키너 박사에게 “불행하군요. 행복한 척하지만 사실 당신은 비극도 변화도 두려워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걸인 여인이 레베카에게 “너같은 여자는 코앞에 괜찮은 남자가 있다 해도 몰라. 좋은 남자라면 널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할 거야. 슬프고 외로운 년. 척 보면 알아”라고 일갈할 때, 영화는 삐걱거린다. 직설화법보다는 돌려말하기가 여백에 더 잘 어울리는 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를… designtimesp=19848>은 제목만큼이나 알쏭달쏭한 영화다.글렌 클로즈, 카메론 디아즈, 칼리스타 플록하트, 홀리헌터, 에이미 브렌맨, 캐시 베이커, 발레리아 골리노 등 출연진이 호화롭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한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아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어록에 넣을 만한 명대사가 많다. “잘못 하면 백년 동안 고독하지”라는 극중인물 캐롤의 중얼거림은 아버지를 향한 헌사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