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아시아태평양지역 PC사업 담당하다 전격 합류 … 한국벤처기업, 상장 적극 추진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 6월19일부터 거래를 개시한 나스닥재팬의 경영진에 한국인이 포함돼 화제다. 글로벌스트래티지 앤드 플랜담당 손형만(孫亨萬)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국제사업담당임원쯤 된다. 그는 나스닥재팬의 초대사장인 사에키 다쓰유키씨를 받쳐주는 9명의 부사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합작선인 일본(5명) 미국(3명)이 아닌 제3국인으로는 유일하다. 그가 맡은 일은 나스닥재팬의 글로벌정책. 나스닥은 일본에 이어 유럽에도 시장을 개설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내걸고 있다. 손부사장은 나스닥재팬의 핵심업무인 글로벌화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업무뿐만 아니다. 나스닥재팬의 비즈니스플랜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나스닥재팬의 국제화와 신규사업 추진이 바로 그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손부사장이 사에키사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5년말 무렵. 그는 한국IBM의 PC사업본부장으로 IBM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PC사업담당)을 맡고있던 사에키부사장을 처음으로 만났었다. 96년1월에 IB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로 옮겨와 소비자용 PC비즈니스(사업부장)를 맡았다. 그때 아시아태평양본부장(부사장)인 사에키부사장을 직속상관으로 모셨다. 영업통인 사에키부사장과 함께 IBM의 PC사업 확대에 앞장서왔다.사에키부사장은 지난해말 IBM에서 퇴직한 다음 올 1월1일 나스닥재팬의 초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로 인해 손부사장은 평소 존경하던 상사와 떨어지고 말았다. 그후 몇달지나 사에키사장으로부터 가슴에 남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나스닥재팬으로 일본경제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회사의 이익을 남기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마음속 얘기를 했다.손부사장은 사에키사장을 돕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에키사장은 남자다”라는게 그의 평가다. 그는 나름대로의 준비과정을 거쳐 6월초 IBM에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는 나스닥재팬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나스닥재팬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글로벌사업을 맡았다. IBM에서 몸담았던 23년 가운데 15년간 재무관련 업무를 맡았다. 8년간은 PC관련 일을 했다. 최근 4년 동안은 PC업무 중에서도 소비자용 PC사업을 맡았다. 이 사업을 통해 나스닥재팬이 노리고 있는 개인(투자자)공략 노하우를 터득했다.손부사장의 글로벌사업을 위한 첫 구상은 나스닥재팬에 한국기업을 상장하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스닥홍보에 나선다. 주일한국대사관 주최로 7월6일 도쿄시내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리는 한국벤처기업 대일진출간담회에 참석, 나스닥상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에는 조환익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김유채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현재 주일대사관상무관도 참석한다. 일본의 벤처캐피털인 아시아투자주식회사(JAIC)의 가시와라본부장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스즈키선임연구원과 현지진출 벤처기업인들도 참석한다. “이번 설명회가 한국벤처기업의 일본진출방안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게 이현재상무관의 설명이다.“나스닥이 미국 일본 유럽등 3곳만으로는 글로벌화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나스닥재팬은 아시아에서의 전진기지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손부사장은 “나스닥재팬이 한국과 공동사업을 펼치기 위한 방안을 대장성과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우량기업인 삼성 LG 등은 나스닥재팬에 언제든지 상장할 수 있습니다. 현지법인 가운데서도 물론 상장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캐피털마켓화하는게 좋은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손사장은 “‘우리는 나스닥으로 간다’는 내용의 광고포스터를 한국출장길에 본적이 있다”며 나스닥상장에 따른 기업이미지 홍보효과는 엄청나다고 강조한다.그는 한국기업 가운데서도 이미 나스닥재팬상장을 추진중인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영업팀에서 좋은 기업이 있다면 상장을 시킬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나스닥재팬은 정부투자기관인 도쿄증권거래소 등과는 달리 증권회사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권위기관이 아닙니다.” 따라서 영업팀이 상장업무를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된 유명기업들의 주식도 앞으로 6개월안에는 나스닥재팬에서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나스닥재팬은 미국의 벤처주식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나스닥의 브랜드력을 활용, 일본기업들의 세계진출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나스닥은 첫 상장된 8개사에 이어 앞으로 매달 10개사 정도를 상장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3년안에 나스닥재팬은 현재 개설을 준비중인 나스닥유럽과도 접속, 미국 유럽등 3곳에서 동시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나스닥도 일본 유럽을 연결, 하루 24시간 거래하는 상호상장제의 채택을 추진중이다. 상호상장제가 실현될 경우 일본에서도 엔화로 유럽이나 미국의 유망기업의 주식을 살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상장을 통해 해외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나스닥재팬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대단하다. 6월19일 열린 나스닥재팬거래개시기념리셉션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토머스 포리 주일미국대사가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나스닥재팬시장은 뉴이코노미시대의 다이내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간에 경제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장관은 “금융개혁의 와중에 나스닥이 탄생했다. 엄청나게 큰 새길이 열렸다. 21세기 신일본의 출발을 알리는 징조”라고 강조했다.일본에서도 마침내 주식시장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나스닥재팬거래개시에 따라 경쟁상대인 도쿄증권거래소의 마더즈 종목이 급락했다. 마더즈상장 10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간 경쟁시대가 막을 열게 된 것이다. 시장 과열감 없이 견실한 스타트를 한 것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신문은 주식면에 나스닥재팬 주가란을 19일부터 신설하기도 했다.일부서 제기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전체지분의 절반소유)의 시장사유물화’우려와 관련, 손부사장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국계 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주주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스닥은 인사이더(내부거래)문제에 아주 엄격합니다.” 손부사장은 “나스닥재팬이 일본증권시장을 프리 페어 글로벌로 이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한다.나스닥의 브랜드밸류에 대한 손부사장의 설명은 단호하다. “브랜드밸류는 엄격한 자기규제에서 나온다. 미국증권업협회(NASD)가 감시감독 기능을 맡는다. 공정성 투명성 유동성을 책임진다. 정부개입을 철저히 배제한다. 나스닥은 상장조건에 못미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그러나 요건이 충족될 경우 석달이면 상장될 수 있도록 한다.” 일본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나스닥재팬에 상장하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손부사장의 지론이다. “미국 나스닥시장에는 벤처기업만 있는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벨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나스닥상장을 겨냥하고 있는 예비군(클럽회원)이 5천개를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3백개 이상은 장외시장 1부에 상장돼 있다”고 설명한다.그는 “나스닥재팬의 영업범위가 특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나스닥본사가 한국에 진출할 수도 있고 나스닥 코리아설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부사장이 나스닥재팬과 한국주식시장을 연결시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