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조정국면 ‘통화가치 안정’ 평가 … 중국 WTO가입 후 위안화절하 가능성이 변수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이나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환율 움직임이 조용하다. 환율 변동폭으로 볼 때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근처럼 안정된 시기가 없다.여러가지 요인중에서 최근처럼 주가가 환율,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세계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국제간 자금흐름이 환율을 변화시킬 만큼 커다란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그동안 각국 통화가치 변화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해온 타이거펀드, 퀀텀펀드와 같은 대형펀드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소형펀드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각국 통화가치의 움직임을 변화시킬 만큼 자금흐름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앞으로 이러한 국제외환시장 분위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무엇보다 세계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 당분간 각국의 통화가치를 변화시킬 만큼 국제간 자금흐름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세계 각국 자본시장의 기대수익률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다. 현재로서는 중남미와 동유럽 시장만이 커보이는 상황이다.세계 경기 순환상으로 보더라도 세계경제는 거의 정점(peak)에 도달하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금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앞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상품의 주기(life cycle)가 짧고 성장동인이 빠르게 대체되는 시기에 있어서는 경기진폭과 주기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세계 각국간의 금리스프레드도 커다란 변화가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 인플레 요인이 가시화되고 있는 유럽만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반기 들어 일본은행이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뜻을 비쳐왔으나 불확실한 경기요인을 감안할 때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이밖에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투자주체간에 정보편차나 정보시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통화가치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공유화가 급속히 이루어질 경우 대형펀드를 중심으로 투기자금들의 활동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펀드 활동 위축도 안정 요인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금년에는 세계 각국 통화가치의 연간변동폭이 평균 10% 이내에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97년 아시아 통화위기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한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국제금융기관들도 최소한 금년말까지 환율움직임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이 국제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환율전망(조사기관 평균)을 보면 엔/달러 환율은 1백5∼1백7엔, 달러/유로 환율은 0.95∼1.05달러에서 주거래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예상이 지배적이라도 금년 남은 기간중에 외환시장 움직임에 있어서 예의 주시할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회원국의 승인을 거치는 문제가 6월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안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현재 지배적인 시각은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경우 위안화가 절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중국이 갖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10%가 넘는 대량의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위안화 절하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각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반면 위안화 절하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홍콩과의 남아 있는 경제통합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환율(pivot rate)로 운용하고 있는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 제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홍콩과의 경제통합이 멀어진다는 의미다.지난해 이후 중국이 상해시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는 구상과 이제는 유효구매력이 어느 정도 확보됨에 따라 12억이 넘는 인구를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관건인 재원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대외적으로도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증대를 모색할 경우 금년 들어 중국의 시장개방을 대외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과 최근 들어 「신(新)아시아 중시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는 EU와의 통상마찰이 예상된다.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과의 역학관계에 있어 뒤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중국은 아시아 지역과의 경제관계를 활용해 위상을 강화하려는 일본을 견제해 왔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과정에서 「신(新)미야자와 플랜」에 대해 강력히 비난해온 상태다. 그 이면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위상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는 위안화가 절상되기를 더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1천5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와 매년 2백억달러가 넘는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외화여건하에서는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경우 갑작스럽게 인플레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중국경제 자체적으로도 성장세가 본 궤도에 올라가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인플레 문제가 생길 경우 성장세 둔화하에 높은 물가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1천1백원대에서 등락또 한가지 지켜봐야 할 점은 그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했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크본드 시장을 비롯한 ‘고위험-고수익’ 투자수단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이다.미국 정크본드 시장만 하더라도 발행규모가 98년에 1천3백90억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9백50억달러로 위축됐다. 금년 5월의 경우에는 월간 규모로는 사상최저수준인 2억3천만달러로 급감했다. 이러던 것이 6월 들어 30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최근처럼 투자수단의 건전성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통화가치의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데 유의해야 한다.원화가치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우선 외환수급상으로 볼 때 상반기에 원화 가치의 가장 큰 절상 요인으로 작용했던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유입세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년 남은 기간중에 성장 둔화 요인을 감안할 때 경상거래 흑자폭이 늘어나 외환수급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극단적으로 우리 경제의 내부적인 불안요인이 해결되지 않아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이탈될 경우 현재 외환보유고가 8백8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거주자외화예금도 1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정책요인도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외환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현재 정책당국의 기본 입장은 기존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저금리 기조변경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최근의 인플레 안정기조와 향후 경기둔화 요인을 감안할 때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금년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천1백원을 중심(pivot rate)으로 상하 50원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환율이 1천1백50원으로 상승하느냐와 1천50원으로 하락하느냐는 구조조정 성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