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드 designtimesp=19937>는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라는 파격적이되 유쾌하지 않은 소재를 택한 영화다. 주인공 산드라는 남과 다른 욕망을 갖고 있다. 남과 다른 특이한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변태’라고 부른다. 시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는 정도라면 변태도 이만저만한 변태가 아니다.그러나 인터넷의 별별 기괴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크로필리아와는 달리, 이를 애절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풀어낸다. 특히 욕망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이 새롭다. 따라서 이 영화에 의하면, 어떤 욕망이 정상인가 아닌가(변태인가 아닌가)를 가르는 기준은 ‘욕망의 대상이 무엇인가’ 보다는 ‘대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어린 시절부터 죽은 새나 다람쥐에게 애정을 느끼던 산드라는 성인이 되어 장의사에서 시체닦는 일을 하며 시체에 집착하게 된다. 의대생 매트는 이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산드라는 자신에게 찾아온 ‘산 사람’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매트는 이를 질투, 그녀의 온전한 사랑을 얻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친다.영상물 심의 등급이 완화된 이후 <감각의 제국 designtimesp=19944> <색정남녀 designtimesp=19945> <섹스 : 애너벨 청 스토리 designtimesp=19946> 등 파격적인 성묘사를 내세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됐다. 수입사들은 이 와중에 명작·범작의 구분을 지워버린 채 소재의 선정성만 강조, 센세이션에 힘입은 ‘묻지마 흥행성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오로지 자극만을 원한다면 이젠 영화보다 인터넷이 더 유용한데다, 예전에는 금기시됐던 사회적 제약들이 풀리면서 관객들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키스드 designtimesp=19947> 같은 영화도 차분하게, 그야말로 취향에 따라 즐기거나 혐오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다고 단정하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키스드 designtimesp=19950>는 소재의 선정성으로 화제를 일으켜보려는 의도, 그러나 이에 함몰되지 않고 작가의 감수성을 온전히 담아보려 애쓴 흔적이 공존하고 있는 절반의 성공·절반의 실패작으로 보인다. 캐나다 작가 바바라 구디의 원작소설 <우리는 사랑을 보지 않는다 designtimesp=19951>가 원작이다. 97년 토론토, 밴쿠버영화제,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칸영화제 감독주간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캐나다 여성감독 린 스토케비치의 데뷔작으로 친구들과 5년간 찍은 독립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