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을 경영전략에 도입하는 선구자가 E-Commerce의 CEO라면 이들의 기업특허전략을 정당화하고 특허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도화하는 이면에는 지식이 경제성장의 핵심이라는 지식기반경제학자의 경제철학이 깊숙히 스며 있다.특허전략을 구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IBM으로 알려져 있다. IBM의 특허 로열티 수입이 1990년에 3천만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 3천3백%나 증가한 10억달러에 이른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IBM 이외에도 GE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질레트 오라클 야후 등 거의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특허청에 자사의 특허를 수개에서 수백개씩 등록해 두고 특허전략을 펼치고 있다.특이한 점은 이들 기업의 창립자 내지는 현직 경영진들의 다수가 특허권 소유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의 특허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이들 특허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점은 특허 라이선스를 통해서 직접적인 이윤을 남기고 핵심기술특허를 보유한 경쟁기업과는 제휴를 통하여 연구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것이다. 앞서 두가지의 전술이 포지티브하고 윈윈 전략에 기초한 것이라면 특허침해소송전술은 제로섬게임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특허침해소송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가려지며 미국과 같이 특허권이 강력히 보호되는 국가의 경우 특허 침해자는 엄청난 피해 보상금을 특허권자에게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전략은 신규 시장 참여자가 원천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미국의 CEO들이 특허를 경영전략에 도입하는데 열심이라면, 경제학자들은 특허제도와 지속적 경제성장과의 연관성에 포커스를 맞춘다.특허제도가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주된 이유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연구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무임 승차자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수단과 연구개발에 투입된 자본을 효과적으로 회수 가능하게 하는 수단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지식은 특허 이외에 논문으로도 발표되나 특허와 논문은 경제적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논문 형식으로 발표되는 과학기술지식은 공공재로서 무임 승차자들은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그러한 지식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이처럼 지식에 대하여 무제한의 접근을 허용하던 시기는 미국이 국제 정치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보다 더 크다는 판단이 우세하던 냉전시대였다. 과학기술지식은 군사력의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미국이 그러한 지식을 이용하여 어떠한 이익도 추구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거래비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되어 냉전은 종식되고 지식의 창출에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이제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보다 많은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를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며 그 인센티브가 바로 특허권에서 주어지는 일시적 독점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미국의 경제상황에 부합하는 논리인 것이지 우리의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설사 잘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제도의 운영이 초래할 영향에 대하여 한번쯤은 경제분석을 해 봐야 한다. 이러한 손익분석은 외국의 제도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토착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수세적인 자세에서 공세적인 자세로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문제해결의 가장 급선무는 현상파악이다. 기업의 CEO들은 자사가 보유한 특허들이 얼마나 강력한 것들이며 또 어떻게 특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외국의 경쟁기업들이 특허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허 시스템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고 있다. WTO/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스탠더드 시스템 속의 일부이고 보면 우리의 선택은 그다지 많지 않다.일부 경제학자는 특허제도와 같은 일시적 독점제도가 바로 성장의 엔진이라고 한다. 특허제도를 성장의 엔진으로 만들지, 몰락과 쇠락의 엔진으로 만들지는 CEO들의 몫이다.